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서울경제 언론사 이미지

“뼈말라 되고싶어서”···종로 ‘마운자로 성지’ 가보니

서울경제 신서희 기자
원문보기
버젓이 '성지' 홍보
BMI 측정도 안해
청소년·임신부
무분별 노출 우려
"제도적 관리 한계"


지난주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 건물. 계단에는 ‘마운자로 성지’라는 안내문이, 카운터에는 마운자로와 위고비 처방 가격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었다. 대기실에는 겉보기에 마른 체형인 여성들이 제법 많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과 간호사 사이에는 “마운자로 현장 접수할 수 있나요”라는 말이 오갔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관련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마운자로나 위고비를 쉽게 맞을 수 있는 곳’이라며 의료기관 명단을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운자로·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애초 당뇨나 고도비만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약이다. 의사의 진단과 상담을 거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돼야 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는 일종의 ‘다이어트 상품’처럼 소비되는 추세다.



실제 기자가 몇몇 커뮤니티 등을 검색해 보니 처방 가격과 상담에 걸리는 시간,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 여부까지 담은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뷰티 제품을 다루는 일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는 비만 치료제 사용기를 게시하며 구체적인 처방 주기, 부작용 등까지 공유할 정도다. 일부 커뮤니티에는 간편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의 ‘좌표’를 묻는 게시글도 반복적으로 올라왔다.

최근 기자가 찾은 종로의 한 의원에서는 5분 남짓 상담으로 처방이 이뤄졌다. 몸무게나 체질량지수(BMI)를 측정하는 절차는 없었다. 이곳을 찾은 20대 여성 A 씨의 키와 몸무게는 각각 165㎝와 50㎏. BMI는 약 18.4로, 일반적으로 저체중으로 분류되는 기준(18.5)보다도 적었다. 그는 “의사가 몸무게 확인이나 식습관도 묻지 않고 부작용만 설명한 뒤 맞을지 말지만 선택하라고 하는데 질병 치료보다는 미용 시술 권유 같았다”고 했다.

이처럼 미용 목적으로 비만 치료제를 찾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청소년·임신부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된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2세 미만 아동과 임신부 대상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은 각각 118건과 315건 발생했다. 마운자로 역시 출시 후 지난해 말까지 아동과 임신부 대상 점검이 각각 46건과 21건 진행됐다.

DUR은 처방 단계에서 환자의 나이나 임신 여부, 병용 금기 약물 등을 자동 점검해 의료진에게 경고를 띄우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점검이 발생했다고 해서 해당 약물이 실제 처방 또는 조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비급여 약물의 처방 실태 파악이 어려운 만큼 DUR 점검 여부가 특정 약물의 처방 동향을 짐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표인 셈이다. 게다가 사후에라도 심평원이 처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심평원 관계자는 “마운자로·위고비 등의 미용 목적 처방이나 취약군의 사용을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데 현재로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현행 제도상 이들 약품의 최종 처방 여부와 용량 등은 의료진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병기 탈당 의혹
    김병기 탈당 의혹
  2. 2이재명 멜로니 정상회담
    이재명 멜로니 정상회담
  3. 3임성근 음주운전 논란
    임성근 음주운전 논란
  4. 4권상우 짠한형
    권상우 짠한형
  5. 5이민성 감독 한일전 승리
    이민성 감독 한일전 승리

함께 보면 좋은 영상

서울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독자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