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미라 무라티 전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연합뉴스 |
유능한 인공지능(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AI 기업들은 경쟁사로 이직한 인재를 다시 모셔오거나 핵심 인재가 모여있는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어크하이어(acquihire·인수+고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AI 인력들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을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구글, 오픈AI, 앤트로픽, 메타 등을 중심으로 S급 인재를 뺏고 뺏기는 이른바 ‘인재 회전문’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뺏고 뺏기는 최고급 AI 인재 경쟁
19일 AI 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라 무라티 오픈AI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세운 AI 스타트업 ‘씽킹 머신 랩(TML)’을 공동 창업한 경영진을 포함한 직원 4명이 지난주 오픈AI로 복귀했다. AI 업계에서 이직은 흔하지만, 회사를 창업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동 창업자의 이탈은 이례적이다.
당초 이들은 “더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TML을 공동 창업했지만, 결국 안 좋게 결별했다고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오픈AI 연구 부문 부사장 출신인 배럿 조프 TML 최고기술책임자(CTO)의 경우 오픈AI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무라티 TML 최고경영자(CEO)에 알린 직후 해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라티 CEO는 당시 직원들에게 “비윤리적 행위(unethical conduct)”를 이유로 조프의 고용을 종료했다고 전했지만, 어떤 행위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오픈AI는 몇 주에 걸쳐 TML 핵심 인재의 영입을 물밑에서 준비했고, 이들은 “터무니없이 큰” 보상 패키지를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T매체 와이어드는 “만약 AI 산업에 대한 HBO 드라마 시리즈가 만들어진다면, 이번에 벌어진 사건만으로도 한 편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오픈AI는 기존에 자사에서 근무하다가 이직한 AI 연구원의 재영입은 물론, 인재와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어크하이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주에는 헬스케어 기술 스타트업 토치를 약 1억달러(약 1400억원)에 사들였다. 이번 인수로 토치 직원 4명 모두가 오픈AI에 합류하고, 토치의 기술은 오픈AI가 새롭게 선보인 ‘챗GPT 헬스’에 적용될 예정이다. 챗GPT 헬스는 이용자가 AI 챗봇과의 대화만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건강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오픈AI는 핵심 AI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보상도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오픈AI의 직원 1인당 평균 주식 보상은 약 150만달러(약 21억6000만원)로 추정된다.
전례 없는 규모의 주식 보상에도 오픈AI는 경쟁사에 인재를 뺏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픈AI의 선임 안전 연구 책임자인 안드레아 발로네는 최근 앤트로픽으로 자리를 옮겼다. 발로네는 AI 모델이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왔는데, 그는 오픈AI가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AI 모델 ‘제미나이’의 성능을 개선해 최근 AI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구글도 지난해 영입한 AI 인재의 20%가 자사를 떠났다가 돌아온 ‘부메랑 직원’이었다.
일러스트=챗GPT |
◇ 국경 넘는 어크하이어도 등장
빅테크 기업의 AI 인재 쟁탈전은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지난달 ‘제2의 딥시크’로 불린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마누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메타의 왓츠앱, 스케일AI 인수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라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 설립했다가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긴 마누스는 시장 조사, 코딩, 데이터 분석 등 복잡한 작업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율형 범용 에이전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타의 마누스 인수를 핵심 인력과 기술을 한 번에 확보하기 위한 어크하이어로 평가했다.
메타는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 개발을 목표로 전담 연구소를 세우고 공격적인 AI 인재 채용 행보를 이어갔는데, 지난해 상반기에만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애플, xAI, 앤트로픽 등에서 총 50여명의 인재를 영입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이스라엘의 AI 자연어 처리 전문 스타트업인 ‘AI21랩스’를 최대 3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는데, AI21에서 근무하는 약 200명의 인력에 큰 관심을 갖고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크하이어는 빅테크 기업이 반독점법을 피하면서 기술·인재를 확보하고 경쟁자를 제거하는 방법으로도 활용된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칩 설계 스타트업 ‘그록(Groq)’ 핵심 자산과 인력을 인수하는 200억달러(약 29조원) 규모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분 인수나 합병과 달리, 핵심 자산에 대한 간접 지배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독과점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계약으로 엔비디아에 합류하게 된 조너선 로스 그록 창업자는 최근 AI 업계를 뒤흔든 구글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의 개발자 중 한 명이다.
앞서 메타의 스케일AI, 구글의 윈드서프AI, 앤트로픽의 번·휴먼루프, 아마존의 어뎁트AI 인수 등도 어크하이어 방식으로 이뤄졌다. 빅테크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팀과 기술을 한 번에 얻을 수 있고,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은 거대 자본을 갖춘 빅테크에 합류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어크하이어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했다.
다만 어크하이어를 거대 기업이 독점하면서 신생 AI 스타트업의 자금과 인재가 말라붙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라티 CEO가 이끄는 TML의 경우 창립 멤버의 연이은 이탈로 향후 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벤처캐피털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공동 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향후 회사가 투자금을 유치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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