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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법정스님의 ‘빠삐용 의자’ 첫 서울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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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입적 16주기 전시 ‘붓장난’
수행 위한 의자에 ‘빠삐용’ 이름 붙여
3월21일까지···선묵·서한 등 전시
생전 법정스님이 빠삐용 의자에 앉아 수행하던 모습(덕조스님 촬영)과 19일부터 서울 수퍼노말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빠삐용 의자. 박경은 기자

생전 법정스님이 빠삐용 의자에 앉아 수행하던 모습(덕조스님 촬영)과 19일부터 서울 수퍼노말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빠삐용 의자. 박경은 기자


16년전 입적한 법정스님이 시대에 남긴 대표적 가르침은 ‘무소유’다. 이 가치를 상징하는 스님의 유품은 ‘빠삐용’ 의자다. 스님은 1975년 전남 여수에 불일암을 중건한 뒤 참나무 장작을 엮어 의자를 만들었다. 수행을 위해 사용한 이 의자에 스님은 빠삐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화 ‘빠삐용’에서 따온 것이다.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 건 인생을 낭비한 죄였거든. 이 의자에 앉아서 나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거야”. 맏상좌(수제자)인 덕조스님이 전한, 법정스님이 이 의자의 이름을 짓게 된 속내다. 빠삐용 의자는 지난해 국가유산청에 의해 예비문화유산으로도 선정됐다.

오랫동안 많은 방문객을 모았던, 여수 불일암을 떠나지 않았던 이 빠삐용 의자가 19일부터 오는 3월21일까지 서울 성북구 길상사 바로 앞 스페이스 수퍼노말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빠삐용 의자의 첫 서울 전시다. 스님이 남긴 선묵, 육필 서한, 덕조스님이 촬영한 생전 법정스님의 모습도 함께 전시된다. 이해인 수녀가 법정스님에게 받은 편지 등 스님과 인연을 가진 이들이 기증한 유품들도 포함된다.

‘붓장난’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 전시회에선 법정스님의 체취가 진하게 배어 있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유품들을 만날 수 있다. ‘붓장난’이라는 이름은 스님이 “먹이 남아서 붓장난했네”라고 썼던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길상사 주지 덕조스님은 1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정스님 입적 16주기를 맞아 스님을 세상에 다시 모실 방법을 고민하다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길상사에서 입적한 법정스님은 덕조스님에게 자신의 저서를 절판할 것, 불일암에 내려가 10년간 수행에 매진할 것 등 2가지를 유언했다. 덕조스님은 “실제로 지난 16년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스님의 뜻을 받들었고 저 역시 15년간 불일암에 머물렀다”면서 “정신적 스승이 아쉬운 시대에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법정스님이 책을 보고 있는 모습.  덕조스님 제공

법정스님이 책을 보고 있는 모습. 덕조스님 제공



암투병 중이던 법정스님이 명상하고 있는 모습.   덕조스님 제공

암투병 중이던 법정스님이 명상하고 있는 모습. 덕조스님 제공


전시회에서는 흥미로운 유품이 꽤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1975년 불일암을 중건할 때 작성했던 상량문(새로 짓거나 고친 집의 내력, 공역 일시 등을 적어둔 문서)에는 당시 시주했던 이들의 이름과 금액이 자세히 적혀 있다. 쌍용그룹 창업주 김성곤 회장의 부인인 김미희 여사가 70만원, 성철스님의 딸인 불필스님이 30만원을 시주했다. 또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 이름과 함께 2만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맏상좌인 덕조스님이 대만에서 유학하던 시절 보낸 편지에는 “말과 생활풍습이 다른 외국에서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애틋한 애정을 담았다. 또 법정스님이 미국에 방문하느라 자리를 비웠을 때는 “날씨 풀리는 대로 여유 있을 때 기와부터 운반해 놓으면 좋겠다. 장마 오기전에 이을 수 있도록”하며 덕조스님에게 세심한 당부를 한 내용도 있다. 입적 1년전 암투병 때문에 미국 텍사스 MD앤더슨 암센터에 머무르던 당시 침상에서 명상을 하던 모습, 정수리에 반창고를 붙이고 책을 읽는 모습 등 소박한 모습을 담은 사진도 만날 수 있다.

덕조스님은 “스님의 도량인 길상사에 ‘무소유 문학관’을 건립하는 것을 원으로 세웠고 이번 전시회는 문학관 건립을 위한 첫 단계”라면서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시대에 스님의 흔적과 가르침이 사람들의 마음을 지탱하고 치유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길상사는 1997년 김영한 여사가 법정스님의 무소유 사상에 감동해 당시 요정이던 대원각을 기증해 사찰로 창건했다. 김영한은 시인 백석과 애틋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법정스님이 작성한 불일암 상량문에 시주했던 이들의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다. 박경은 기자

법정스님이 작성한 불일암 상량문에 시주했던 이들의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다. 박경은 기자



법정스님의 맏상좌 덕조스님이 전시회 기획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경은 기자

법정스님의 맏상좌 덕조스님이 전시회 기획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경은 기자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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