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
“전세의 월세화는 임대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보증금 기반 신용 구조에서 현금 흐름 기반 운용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 나이트프랭크코리아(Knight Frank Korea)의 최원영 전무는 최근 한국 임대차 시장에서 진행 중인 ‘전세 축소’ 현상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전세는 임차인의 거액 보증금을 통해 임대인의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하고, 임차인의 월 주거비 부담은 낮추는 한국 특유의 주거 구조로 작동해 왔다. 하지만 금리 변동성 확대와 전세 사기 등으로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부각되며 제도적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최 전무는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는 한국 주거 시장이 기관투자 자산군으로 재평가되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규제 변화에 따른 리스크 재가격 과정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원영 - 나이트프랭크 코리아 전무, 연세대 경제학 석사, 현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정책 패널,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기금관리본부장, 전 우리AVIVA생명 자산운용본부장, 전 하나생명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사진 나이트프랭크 코리아 |
한국의 전세 제도는 일반적인 임대 구조와 비교해 어떤 경제적 기능을 수행해 왔나.
“전세는 단순한 임대 구조와는 조금 다르다. 한국 주택 시장에서 ‘주거+신용(금융)’ 기능이 결합된 제도로, 사실상 유일하게 오랫동안 작동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세의 핵심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거액의 보증금을 맡기고(사실상 임대인이 임차인에게서 자금을 차입), 임차인은 월 임대료 부담을 줄이거나 없애는 구조’라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세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 레포(repo) 계약’에 가까운 독특한 규제· 계약 구조로 설명한다. 경제적 기능 측면에서 보면 임대인에게는 금융권 대출이 충분치 않거나 비용이 높을 때 저비용 자금 조달 창구가 됐고, 임차인에게는 월 현금 유출을 줄여 가계 현금 흐름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레버리지를 확대하고, 임차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월 부담으로 거주를 유지하는 상호 이익 구조가 형성되기도 했다. 다만 전세는 대규모 신용 성격을 띠는 만큼 집값 하락, 금리 급변, 전세 사기 등의 충격이 발생할 경우 보증금 반환 리스크의 취약성도 내포한다.”
전세 제도는 왜 한국 외 국가에서는 정착되지 못했나.
“전세가 해외에서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금융시장의 경로 의존성이다. 많은 국가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주택 담보대출과 장기 모기지 시장이 발달했고, 주택 구입·투자 자금은 금융기관이 중개했다. 이로 인해 임대인이 임차인 보증금을 대규모로 차입할 유인이 약했고, 임대차는 월세 중심으로 제도화됐다. 둘째, 법·제도 신뢰와 집행 문제다. 전세는 임차인이 거액을 맡기는 만큼 보증금 보호 장치가 사회적으로 신뢰받아야 유지될 수 있다. 이런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전세가 ‘월세 대신 보증금으로 위험을 떠안는 제도’로 인식되기 쉽다. 셋째, 임대차 관행과 위험 분배 구조다. 해외에서는 세제와 임대 사업, 임차인 보호 장치가 월세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보증금이 핵심 가격이 되는 전세 구조가 제도 전반과 충돌하기 쉽다.”
전세 감소 국면에서 글로벌 투자자는 한국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글로벌 투자자 관점을 요약하면, ‘한국 주거가 비(非)현금 흐름형 구조에서 현금 흐름형 구조로 이동하면서 기관투자가 가능한 자산군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은 한국 임대주택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으며, 투자자는 신뢰 가능한 운영사와 파트너십이나 조인트벤처 형태로 임대주택 섹터에 조기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는 리스크 재가격 과정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 비중이 높던 시기 한국 주거는 임대수익률 기반 가치 평가가 어려웠고, 정책·규제 변화가 빠르다는 인식이 강했다. 월세화가 진행되면 수익 분석은 쉬워지지만, 임차인 보호 규제와 운영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핵심 변수로 부상할 것이다.”
한국 주거 형태가 월세 중심으로 전환하면 기관투자자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건가.
“일반적으로는 그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다. 기관투자자는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과 규제 리스크 관리 가능성, 표준화된 운영을 중시한다. 전세는 임대료 현금 흐름이 약하거나 없고, 수익이 자본 차익이나 보증금 운용에 의존해 분석이 어렵다. 반면 월세는 임대료 수익을 기준으로 순영업수익(NOI) 기반 가치 평가가 가능해지고, 포트폴리오화해 리츠나 펀드 구조로 운용하기 쉬워진다. 다만 월세화 자체만으로 자동으로 매력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임대료 상한, 계약 갱신권 등 규제 환경 속에서 장기적으로 운용 가능한 모델인지에 대한 판단이 병행된다.”
향후 한국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임대주택 투자 모델은 무엇이라 보나.
“성장 가능성이 큰 모델은 차별화된 임대주택이다. 도심형 멀티패밀리, 임대 운영을 전제로 한 BTR, 임대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한 주거 리츠가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개인 중심 임대 비중이 높고 전문 운영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나이트프랭크는 입주민들이 사회·문화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소셜 허브’ 등 소프트웨어 차별화를 위해 서유럽의 오랜 경험을 한국의 주거 문화에 적극 반영하고자 한다.”
월세 비중 확대는 전문 부동산 관리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가.
“가능성이 매우 크다. 월세 시장은 전세보다 훨씬 운영 집약적이다. 임대료 수납과 연체 관리, 공실 관리, 유지·보수, 재계약률 관리 등이 자산 수익률을 좌우한다. 즉 소유보다 운영 메커니즘이 수익의 핵심이 된다.
기관투자자나 리츠가 주거 시장에 진입하면 내부 통제와 표준화된 보고 체계가 요구되므로 기존의 소규모 자가 관리 방식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거 운영 플랫폼 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을 원활하게 관리하는데 필요한 정책적 지원은 무엇이라 보나.
“정책은 크게 세 가지 축이 필요하다. 첫째, 전환기에 가시화되는 임차인의 월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다. 둘째, 역전세와 전세 사기, 보증금 미반환 등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보증·정보·분쟁 인프라 강화다. 셋째, 기업형 임대와 전문 운영사를 키우기 위한 시장 조성 정책이다. 등록과 규제의 예측 가능성, 세제와 금융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월세 중심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임차인 보호 장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핵심은 거주 안정성, 임대료 상승의 예측 가능성, 분쟁의 신속한 해결이다. 계약 갱신권과 임대료 인상 상한은 제도의 핵심 장치다. 아울러 임차인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정보 접근성과 법률 지원, 분쟁 조정 기구의 실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월세 시장에서도 보증금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증금 보호 장치 역시 중요하다.”
Plus Point
임대 중심 주거 모델, 韓 주거 시장 대안 될까
도심형 멀티패밀리, BTR, 주거 리츠는 월세 기반 임대 시장 확대로 주목받는 기관투자형 주거 모델이다. 멀티패밀리는 단일 소유주가 대규모 임대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안정적 임대 수요가 장점이다. BTR은 처음부터 임대를 전제로 건설된 주택으로, 장기 운영과 커뮤니티 서비스가 결합된 모델이다. 주거 리츠는 임대 수익을 기반으로 배당하는 구조로, 개인투자자도 시장 참여가 가능하다.
이신혜 기자(shin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