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2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경제난에 대한 절망감 속에 전국으로 번진 이란 반정부 시위를 잔혹한 기술로 진압한 작전 최전선에는 아마드 레자 라단 이란 경찰청장이 있다. 그는 시위대를 향한 과격 대응은 “보수를 받지 않는 이란 적들의 병사들”의 탓이라며 칼에 의한 부상이나 근거리 총격은 정부 당국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슬람 신정체제의 핵심 군사 조직인 이란혁명수비대 장교 출신인 라단 청장은 각종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해 온 인물로 악명이 높다. 그는 경찰청 차장으로 재임하던 2009년 대통령선거 직후 부정선거 의혹으로 촉발된 ‘녹색운동’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히잡 착용 의무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던 2023년 1월 경찰청장으로 임명됐다.
라단 청장은 오랜 기간 서방의 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은 2010년과 2011년 그를 인권 탄압과 반체제 인사 탄압을 이유로 제재했으며 유럽연합 역시 같은 이유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서방의 압박을 받는 동안 라단 총장은 중국과의 치안·안보 협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1월 중국을 방문한 라단 총장은 왕샤오훙(王小洪) 중국 공안부장과 회담을 하고 “중국 측과 법 집행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법 집행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공동 서명했다. 신화통신은 해당 합의를 통해 양측이 “법 집행과 안보 협력을 고도화하고” “대테러 등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해 지역 안정에 기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신화통신과 이란 국영 통신 IRNA 모두 양해각서 전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력한 진압의 배경에는 중국이 오랜 기간 이란에 제공해 온 기술과 노하우 지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의 핵심 경제·정치적 파트너로 여겨져 온 중국은 이번 시위로 촉발된 정권 위기 국면에서는 유의미한 외교·정책적 대응을 내놓지 못했다. 이는 중국의 이란 정책이 위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이 최첨단 감시 기술을 통해 이란 당국의 반정부 시위 진압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할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17일(현지시간) 중국 기업들이 이란의 감시 체계 확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티엔디(天地·Tiandy)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감시 장비를 판매했을 뿐 아니라 운용을 위한 교육 과정까지 제공해 왔다. 중국 기업들은 이란의 인트라넷 강화 작업에도 관여해 외부와의 통신 차단을 쉽게 만들었고, 이란의 무인기(드론) 제조업체에 기술과 장비를 공급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시위가 확산하자 이란 당국은 전례 없는 속도와 범위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해 시민들을 외부 세계와 해외에 있는 가족·지인들로부터 고립시켰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드론은 시위대를 몰아붙이거나 군중을 향해 발포하는 데 사용됐으며, 일부 경우에는 거리나 주택 내부에서 시위 구호를 외친 인물들을 식별하는 데까지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협력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됐다. 중국 공안부 산하 경찰 육성 기관인 중국 인민공안대학은 2015년부터 ‘이란 고위 경찰관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18년 이란 국가경찰대학은 중국 측과 공식 협정을 체결해 교류 및 연수 프로그램을 제도화했다.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기 불과 며칠 전인 지난달 25일에는 주중 이란 대사가 인민공안대학을 방문해 “법 집행 및 안보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란 정권이 이번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는다면 그 배경에는 중국과 이란 정부 사이에서 공유돼 온 감시 기술과 억압 도구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직접적인 개입은 피하면서도 비가시적인 영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존재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중국의 기술 지원이 장기적으로 어떤 정치적·외교적 파문을 초래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와 관련해 더디플로맷은 이란 시민들 사이에서 이스라엘군과 자국 정부가 사용하는 최루탄과 탄환, 폭탄 상당수가 “메이드 인 USA”(미국산)라는 표식을 달고 있다는 사실이 오랫동안 미국 정치에 대한 반감을 키워 왔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만약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산)라는 표식이 드론의 윙윙거리는 소리와 연기, 파편의 냄새와 동일시된다면 중국이 그동안 (이란에서) 쌓아온 ‘무역과 건설의 나라’라는 이미지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이란 시위 격화 속 중국의 선택···“잃을 건 많지만 개입은 안할 듯”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41604001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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