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장편소설 ‘헤르쉬트 07769’가 16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2021년 헝가리에서 발표된 작품으로,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등 그의 대표작을 출간해온 출판사 알마가 노벨상 수상 직후 국내 출간을 예고했다.
신간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 세계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발표 당시 이 소설을 거론하며 “중부유럽 부조리극 전통에 뿌리를 둔 존재론적 글쓰기”라고 설명했다. ‘사탄탱고’로 국내에도 익숙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종말과 붕괴의 감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묵시록 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힌다.
이야기의 무대는 독일 튀링겐의 가상 마을 카나(우편번호 07769). 주인공 플로리안 헤르쉬트는 이름이 뜻하는 ‘통치와 지배’와는 달리 순박하고 어딘가 어수룩한 인물로, 청소회사를 운영하는 ‘보스’의 통제 아래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그는 물리학 수업을 계기로 세계의 붕괴에 집착하게 되고, 급기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불안은 점차 고립된 강박으로 변해간다.
소설에서 바흐의 음악은 질서와 완결성을 상징하는 핵심 장치로 등장한다. 600쪽이 넘는 분량을 단 한 문장으로 끌고 가는 구성 역시 작가 특유의 극단적인 문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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