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미나이 AI |
우리 사회에는 학력·재력·권력을 두루 갖춘 이른바 ‘그럴 듯한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러 형벌을 받고 결국 몰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하고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해 사형을 구형받는 현실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 선한 행위에는 복이 따르고 악한 행위에는 반드시 벌이 따른다는 인과의 법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종교적 진리이든 세속의 법질서이든 행위에 따른 결과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힘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자신만은 그 법칙을 벗어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중국 선종 사서인‘무문관’제2칙은 이러한 착각을 단호하게 경계한다.
백장 화상(749~814)이 법문을 할 때마다 한 노인이 늘 대중 속에 섞여 듣고 있었다. 대중이 흩어질 때면 그도 함께 물러났지만, 어느 날은 홀로 자리에 남았다. 백장이 그의 정체를 묻자 노인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가섭불 시대에 이 산에서 수행하던 자였습니다. 그때 한 수행자가 ‘큰 수행자도 인과에 떨어집니까?’라고 물었고, 제가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不落因果)’고 답한 탓에 오백 생 동안 여우의 몸을 받았습니다. 이제 화상께서 한마디로 저를 제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는 다시 물었다. “큰 수행자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백장은 짧게 답했다. “인과를 어둡게 하지 않는다(不昧因果).”
그 순간 노인은 크게 깨달았다. 그는 절하며 말했다. “이제 여우의 몸에서 벗어났습니다. 산 뒤에 머물고 있으니 출가 사문의 예로 장례를 치러주십시오.”
이 이야기는 누구도 인과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오히려 깨달을수록 인과를 더욱 분명히 보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인과를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그 이치를 분명히 알아 스스로의 행위를 삼간다.
‘맛지마니까야’에서도 같은 가르침이 전해진다. 최상위 계급인 바라문만이 위대하고 다른 계급은 저열하다는 주장에 대해, 붓다는 이렇게 묻는다.
“만일 수드라(왕족 계급)가 살생하고 도둑질하며 거짓말하고, 이간질과 욕설을 일삼고, 탐욕과 악의를 품으며 그릇된 견해를 지닌다면, 그는 죽은 뒤 불행한 곳, 파멸처, 지옥에 태어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바라문이라고 다르겠는가?”
질문을 받은 바라문은 그러한 과보를 자신들 역시 피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불락인과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인과의 법칙 안에서 자유롭고 복되게 살고자 한다면, 지금 이 순간의 마음 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통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불매인과! 엄숙하고 서늘한 일침이다. 함부로 행동하면 큰일 난다.
법인 스님(전남 화순 불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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