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1조원짜리 거대 관람차를 한강에 세운다. 서울시 예산 4,400억원으로 노들 예술섬을 만든다. 출퇴근용 대중교통수단을 표방하며 1,500억원을 쏟아부은 한강버스는 사실상 실패했다.
당신은 80분 걸리는 배를 탈 것인가, 30분 걸리는 지하철을 탈 것인가?
한강버스가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런던 템즈강과 서울 한강은 다른 강이기 때문이다. 템즈강은 도로와 바로 연결되지만, 한강은 도로까지의 거리가 멀어 환승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는 1989년, 1992년, 2005년, 2007년 네 차례에 걸친 출퇴근용 한강 수상교통의 실패가 이미 증명했다.
우리가 잊은 한강
그 실패들은 한강의 본래 모습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여름에 많은 양의 비가 집중되는 한반도의 강은 강폭이 넓다. 비가 올 때는 넓은 강에 물이 가득하지만 오지 않을 때는 모래사장이 강폭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금빛 모래는 물을 맑게 씻어 많은 인구에게 먹을 물을 주었다.
그래서 1960년대까지 서울시민들은 한강에서 수영하고 모래성을 쌓았다. 그러나 1970년대 개발의 바람 속에서 모래는 아파트 재료로 파헤쳐 졌다. 1980년대엔 "배가 다니면 선진국"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강바닥을 더 파내고 신곡수중보를 세워 물을 가뒀다.
흐르는 강은 호수가 됐다.
신곡수중보. 80년대 한강개발 당시 김포시 신곡리에 만든 보로 한강의 수위를 유지해 유람선을 운행할 목적으로 지었다.
한국의 선택: 닫힌 강, 썩은 강바닥
한강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바라보는 강이 됐다. 물론 항상 물이 꽉 찬 강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그러나 물이 맑지 않은 강을 아름답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의 자연성이 높을 뿐 아니라 물도 매우 맑다고 홍보해왔다. 수영대회를 개최해 직접 참가했고, 지난해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대담에서는 "한강 물은 거의 마셔도 될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지난해 12월 24일 한강 이촌공원에서 뜬 물을 공인 수질검사기관에 의뢰한 결과는 오 시장의 장담과는 달랐다. 100ml당 총대장균군수 310, 분원성대장균군수 36. 먹는 물 기준은 '불검출'이다. 하나도 나오면 안된다.
백명수 먹는물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여름에는 균이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에 서울시 주장처럼 수영을 해도 되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들어가 본 강바닥에는 펄이 깔려 있었다. 강변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푹푹 빠져 다리를 움직이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 펄에서는 하수구 냄새가 났다.
신곡수중보가 처음 설치된 80년대 후반, 한강의 수질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 뒤 수십 년 동안 하수처리장들이 증설돼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나 TOC(총유기탄소량)는 꽤 개선됐다. 그러나 보가 막고 있는 한, 수질과 생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독일 뮌헨의 도심을 흐르는 이자르강.
독일의 선택: 열린 강, 맑은 강
우리와는 다른 선택도 있었다. 독일 뮌헨 도심을 흐르는 이자르강도 한강에 신곡수중보가 설치된 1980년대엔 운하였다. 그러나 직선화된 강에서 홍수가 빈발했다. 시민들은 이자르강을 자연의 강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계획 10년, 공사 10년. 조급하지 않았다. 낚시협회는 물고기 서식지 설계에 참여했고, 예술가들은 곳곳에 그림을 그렸다.
결과는 어땠을까? 맑은 물에서 아이들이 수영하고, 강변엔 '강변 유치원'이 생겼다. 어른들은 시내 빌딩에서 일하다 점심시간이면 강물에 몸을 담그러 나온다.
뮌헨시 구간 8km를 복원하는 데 든 비용은 3,500만 유로, 한화로 약 520억원이다. 현재가치로는 1천억원 정도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에 설치되는 '소리풍경'은 세계적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작품이다.
비싼가?
한번 비교해 보자.오세훈 시장은 템즈강의 런던아이와 리버버스, 뉴욕 허드슨강의 베슬(Vessel)을 닮은 것들을 한강에 옮겨놓으려 한다. 런던아이를 본뜬 서울링은 민간자본 유치라고 하니 일단 제외하더라도, 노들섬에 베슬과 비슷한 건축물을 지어 예술섬으로 만드는 데 서울시 예산 4,400억 원(토지보상비 포함)이 쓰인다. 한강버스에 들어간 1,500억 원을 합하면 5,900억 원이다.
외국 것의 짝퉁을 한강에 갖다 놓는 데 쓰는 돈 치고는 너무 많지 않은가?
더 나아가 한강의 정체성과 어울리지도 않는 쪽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일까?
한강이 본뜬 운하형 강의 원조 유럽연합은 <자연복원법>을 제정해 2030년까지 2만 5천 킬로미터의 강에서 댐과 보를 철거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태를 살리는 것이 기후위기 시대의 홍수와 가뭄을 극복하는 데도 좋고, 심지어 경제성 면에서도 탁월하다는 결론이었다. 보나 댐은 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강을 복원하면 자연이 알아서 가꿔준다.
신곡수중보를 열자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운영된 '신곡보 정책위원회'는 2020년 2월 24일, '한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신곡보 단계적 개방'을 권고했다. 바다와 연결된 한강의 역동성과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곡수중보를 열거나 철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2018년부터 2년간 개방실험 용역 등 다양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 나온 결론이었다.당시 신곡보정책위원회가 계산한 소요 예산은 철거 시 2,125억 원(어민, 수상시설물 보상비 별도), 완전 개방 시 1,425억 원이었다. 박원순 시장은 신곡보 개방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었다고 한다.
한강버스나 노들 예술섬 같은 프로젝트들에 들어가는 예산을 신곡수중보 개방과 한강 자연성 회복에 쓴다면, 서울 시민들은 다시 한강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강은 템즈강이 아니다. 한강은 한강이다.
뉴스타파 최승호 choish@newstapa.org

![현대차·기아 노조 연대···법정 정년 65세·주4.5일제 요구 [CEO 뉴스]](/_next/image?url=https%3A%2F%2Fstatic.news.zumst.com%2Fimages%2F111%2F2026%2F01%2F21%2Fea0bc46a026943bd9f60eb2b44fad1cf.jpg&w=384&q=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