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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차이나 리스크’ 원천 봉쇄… 통신·에너지 등 中 전방위 퇴출 초강수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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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을 유럽 내 핵심 기반 시설에서 사실상 퇴출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5세대(5G) 통신망뿐만 아니라 태양광 에너지 시스템, 보안 스캐너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인프라 전반이 대상이다.

과거 의료 기기 조달 시장을 두고 중국과 마찰을 빚었던 EU가 이제는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인 디지털·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 ‘차이나 리스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화웨이 사이버보안 투명성 센터. /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화웨이 사이버보안 투명성 센터. /연합뉴스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독일 도이체벨레(DW) 등 외신을 종합하면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장비 공급업체를 회원국 핵심 기반 시설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권고 수준에 머물렀던 ‘고위험 공급업체’ 제한 조치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 사항으로 격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제안은 조만간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통신 장비 교체를 넘어선다. EU는 ‘사이버 보안법(Cybersecurity Act)’을 개정해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 기업이 유럽의 신경망에 접근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 한다. 통신망은 물론이고 유럽이 사활을 걸고 있는 재생 에너지 분야인 태양광 시스템, 공항과 항만의 보안 스캐너까지 포함된다. 중국 기업이 장비를 통해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유사시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U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해 의료 기기 분야에서 불거진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EU는 중국이 자국 의료 기기 시장에서 유럽 기업을 차별한다며 국제조달규정(IPI)에 따른 조사를 개시했다. 공공 조달 시장을 무기로 중국을 압박했던 EU가 이번에는 안보를 명분으로 민간 인프라 시장 진입 장벽까지 높이고 나선 셈이다.

미국 싱크탱크 아틀란틱 카운슬은 최근 보고서에서 “EU 집행위가 지난 10년간 대중국 관여 정책에서 ‘디리스킹(위험 완화)’으로 급격히 선회했다”며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와 보조금 정책이 유럽에 구조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도 힘을 싣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디지털 주권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의 기술 독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도이체벨레는 전문가를 인용해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래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유럽이 더 이상 외부 기술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1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EU 제6차 고위급 환경 및 기후 대화(HECD)를 준비하는 직원. /연합뉴스

지난해 7월 1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중국-EU 제6차 고위급 환경 및 기후 대화(HECD)를 준비하는 직원. /연합뉴스



문제는 비용과 현실성이다. 중국산 장비 대안으로 꼽히는 핀란드산 노키아나 스웨덴 에릭슨 제품은 가격이 훨씬 비싸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유럽 각국 정부와 통신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글로벌 통신 업계에선 화웨이가 경쟁사 대비 20~40% 낮은 가격을 앞세워 통신장비 시장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GSMA는 중국 장비 배제 시 유럽의 5G 구축 비용이 약 550억 유로(약 94조 원) 늘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태양광 산업계 반발이 거세다. 화웨이는 태양광 패널의 핵심 부품인 인버터 시장의 주요 공급자다. 솔라파워유럽(Solar Power Europe) 등 관련 단체는 저렴한 중국산 부품 없이 유럽의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이번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부 국가가 중국 통신 기업을 배제하는 것은 자국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막대한 재정 손실을 초래할 뿐”이라며 “시장 원칙과 공정한 경쟁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이번 시도가 실제 법제화와 이행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가 이번 제재를 시행하려면 먼저 유럽 의회와 회원국 간 협상을 거쳐야 한다. 국가 안보에 대한 권한을 쥔 개별 회원국들이 브뤼셀의 통제에 얼마나 따를지가 관건이다.

도이체벨레는 전문가를 인용해 “유럽은 중국 압박을 견디며 실제 이행 가능한 규제를 도입할 수 있을지를 놓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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