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서 차량이 보행자를 향해 돌진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과 번화가, 출퇴근 동선까지 예외가 없다.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개인이 아무리 조심해도 피하기 어려운 사고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문제를 개별 운전자의 실수나 일시적 관리 부실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도시 구조와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단계다.
충남 공주와 서울 서대문역, 종각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공통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공주에서는 60대 여성이 몰던 승용차가 추돌 후 인도를 넘어 상가로 돌진해 초등학생이 중상을 입었다. 서대문역에서는 시내버스가, 종각역에서는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를 냈다. 장소와 차량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다. 보행자는 방어 수단이 없었다.
특히 이번 사고들이 던지는 경고는 단순하다. ‘인도는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으니 안전하다’는 믿음이 더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차도와 인도 사이에 연석과 볼라드가 설치돼 있으면 최소한의 안전은 확보됐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실제 사고에서는 버스와 가속된 승용차가 중앙분리대와 볼라드를 연달아 들이받고도 멈추지 못했고, 연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했다. 현재의 시설물이 일상적 진입을 막는 수준에 그칠 뿐, 통제 불능 상황에서 차량의 흐름을 제어하는 방어막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인도에 강력한 방호 울타리를 촘촘히 세우는 해법도 현실적이지 않다. 비용과 공간의 제약이 크고, 도시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듯, 벽을 높이는 방식보다 차량이 통제력을 잃었을 때 자연스럽게 사람이 없는 구역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도로의 기하학적 설계가 더 합리적인 대안이다. 입체 시설물, 회전 유도 구조, 표지 체계 개선은 사고 발생을 전제로 한 피해 최소화 전략이다.
예방의 책임을 운전자의 주의력에만 맡겨온 점도 돌아봐야 한다. 최근 사고 상당수가 고령 운전자와 연관돼 있음에도, 페달 오조작이나 인지 반응 지연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처럼 조건부 면허나 안전장치 도입 등 기술적·제도적 통제가 병행돼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여전히 개인의 능력 문제로 방치하고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보행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볼라드를 더 세우는 방식’이나 ‘운전자가 더 조심하라는 주문’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량의 물리적 흐름을 제어하는 도로 설계와 고위험군 운전자를 기술적으로 보조·제한하는 제도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시민의 안전이 개인의 주의력과 운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참사를 끊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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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사거리에서 버스가 인도로 돌진해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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