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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한 길이어서 더 황홀하다, 제주 사는 미술치료사의 고백 [북스&]

서울경제 이혜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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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좋은 날을 살아봐(정은혜 지음, 아라의정원 펴냄)



살고 싶은 곳에 살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이 세상에 이롭기까지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주에 정착한 미술치료사이자 생태예술가 정은혜는 그 쉽지 않은 삶을 실제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신간 ‘너의 좋은 날을 살아봐’는 캐나다 이민 시절의 고립과 우울, 그리고 제주 숲과 바다로 이어진 회복의 여정을 따라가며, 삶의 문턱을 넘어온 한 사람의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우주적인’ 깨달음을 담아낸 에세이다.

학창 시절 우울증을 겪었던 저자는 부모를 따라 이주한 캐나다에서 혼자만의 동굴 같은 공간을 찾으며 내면의 고립을 견뎠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이 만나는 지점을 향해 애쓰다 보니 걸어온 길은 꼬불꼬불해졌지만, 저자는 그 길이야말로 가장 황홀한 삶의 궤적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문턱 공간’이라는 용어를 통해 성장의 시간들을 설명하고, 현재도 그 공간에 서 있다고 고백한다.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문턱 공간)’은 인류학 용어로, 부족 사회에서 아이가 성인이 되기 위해 들어가는 야생의 공간을 지칭한다. 두렵고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공간이다. 저자는 헤매는 시간이 있어야 ‘나의 좋은 날’도 찾아온다고 말하며,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행복 대신 지금 여기에서 누릴 수 있는 ‘7의 행복’을 제안한다. 조금 부족하기에 더 살아 움직이는 삶, 결핍 속에서 피어나는 생기를 섬세하게 길어 올린다.

‘너의 좋은 날을 살아봐’는 우리 모두가 안고 사는 ‘부족한 나’, 사라지지 않는 내면의 적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다. 통제하거나 밀어내는 대신 그 존재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 예술을 통해 마음을 돌보는 미술치료사의 시선이 곳곳에 배어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자연과 연결된 ‘생태적 자아’의 경험이다. 제주의 숲과 바다는 저자에게 치료실이자 작업실이다. 나무 뿌리 사이에 눕고, 바다에서 떠내려온 플라스틱 알갱이로 만다라를 만들며, 개인의 고통을 더 큰 순환 속에 놓아본다. 그렇게 바라보면 삶의 문제들은 ‘우주적이면서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지금 불안과 막막함 속에 선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오늘을 ‘나의 좋은 날’로 바꾸는 감각을 천천히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이혜진 선임기자 hasim@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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