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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타요 ‘메가 캐릭터’…매출 1000억 ‘IP<지식재산권> 왕국’ 세웠다[그 회사 어때?- 아이코닉스]

헤럴드경제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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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80개국 연간 80억뷰 기록
K-애니 디지털영토 넓힌 저력 주목
벤처천억기업 클럽 가입…IPO 도전
지능형 IP기업으로 글로벌 제2도약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아이코닉스 판교사옥에 전시된 캐릭터 모형, 성남=최은지 기자

아이코닉스 판교사옥에 전시된 캐릭터 모형, 성남=최은지 기자



영하의 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15일, 경기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한복판에 위치한 아이코닉스(ICONIX) 본사 사옥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도심의 공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유리벽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단순한 오피스 빌딩이라기보다, 전 세계 아이들의 꿈이 실체화된 ‘콘텐츠의 성지’에 가깝다.

1층 로비에서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산타 복장을 한 ‘뽀로로’, 루돌프 코를 한 ‘크롱’이다. 그 옆 벤치에는 멍한 표정으로 행복하게 누워 있는 거대한 ‘잔망루피’ 조형물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3년 첫 방송 이후 20년 넘게 ‘아이들의 대통령’ 자리를 지켜온 IP(지식재산권)의 위용과, 최근 MZ세대를 사로잡은 캐릭터의 생명력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고 있었다.

전 세계가 구독하는 ‘K-애니’의 심장부

로비 한편의 ‘뽀로로 카페’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10대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캐릭터와 셀카를 찍고 있었다.


LED 화면에서 송출되는 아이코닉스의 대표 콘텐츠를 유심히 지켜보기도 하고, 거대한 잔망루피 조형물 앞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는 모습은 이곳이 판교의 단순한 편의 시설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랜드마크임을 증명한다.

아이코닉스의 진짜 저력은 최종일 대표의 집무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유튜브 ‘골드 버튼’과 ‘실버 버튼’, 그리고 1000만 구독자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버튼’은 아이코닉스가 구축한 ‘디지털 영토’의 크기를 실감케 한다.

최 대표는 “과거 전통적인 방송 수출 방식으로는 130여개국 진출이 한계였지만, 미디어 환경이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된 현재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180개국 이상에서 연간 80억뷰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아이들이 언어의 장벽 없이 뽀로로와 타요를 즐기며 자라나는 ‘글로벌 키즈 생태계’가 이곳 판교에서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실무 업무가 이뤄지는 사무실에서 분위기는 다시 한번 반전된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책상마다 설치된 커다란 ‘초록색 나뭇잎’들이다. 애니메이션 작화와 프레임 수정 등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직원들을 위해 형광등의 직접적인 반사광을 차단해 주는 빛 가림막이다. 덕분에 사무실은 마치 숲속 비밀 기지 같은 아늑함을 선사하며, 창의적인 영감이 샘솟는 환경을 제공한다.

아이코닉스 본사 인력 270명은 이러한 창의적인 환경 속에서 캐릭터의 생명력을 관리한다. 제작 실무를 전담하는 스튜디오게일과 오프라인 공간 사업을 담당하는 뽀로로파크 등 자회사를 포함하면 전체 350여 명의 전문가 집단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집무실 한켠에 자리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워즈 상패. 가입자 100만 돌파시 수여되는 골드 버튼과 1000만 돌파시 수여되는 다이아몬드 버튼이 놓여있다.  성남=최은지 기자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집무실 한켠에 자리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워즈 상패. 가입자 100만 돌파시 수여되는 골드 버튼과 1000만 돌파시 수여되는 다이아몬드 버튼이 놓여있다. 성남=최은지 기자



펭귄이 날기까지…아이들의 정서적 동반자

아이코닉스의 수장 최종일 대표는 뽀로로 탄생 비화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존감’을 먼저 언급했다. 뽀로로 1기 최고의 감동 에피소드로 꼽히는 ‘하늘을 날고 싶어요’ 편에서 뽀로로는 날지 못하는 펭귄의 한계를 깨닫고 좌절하지만, 결국 바다 수영을 통해 ‘바다를 나는 새’로서의 정체성을 찾는다.

최 대표는 “모두가 다 잘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하나씩은 잘하는 게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아이들에게는 노는 게 곧 배우는 것이기에, ‘노는 게 제일 좋아’라는 주제가처럼 철저히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교육을 강요하기보다 재미를 우선시한 그의 전략은 뽀로로를 단순한 만화 캐릭터에서 아이들의 정서적 동반자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철학은 성인이 된 ‘뽀로로 키즈’들에게도 닿았다. 모범생 루피 캐릭터를 변형해 즐기는 MZ세대의 ‘밈(Meme)’ 문화를 아이코닉스는 막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주는 선물로 받아들이고 함께 놀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잔망루피’다. 최 대표는 “20대가 된 시청자들이 루피에게 180도 다른 성격을 부여해 노는 모습이 신기하고 감사했다”며 “이제 잔망루피는 원작과는 또 다른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가 됐다”고 전했다.



‘천억 벤처’ 등극…내실 다지며 IPO 순항

아이코닉스의 비즈니스 파워는 화려한 수치로 증명된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벤처천억기업’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창립 이래 단 한 번의 적자 없이 견실한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획 단계부터 시장성을 철저히 분석하는 ‘프리 프로덕션’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수익 구조 또한 탄탄하다. 현재 전체 매출의 70~80%는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한 로열티와 유통 사업에서 창출된다. 뽀로로 관련 캐릭터 상품만 4000여 종에 달하며, 최근에는 성인 타깃의 ‘잔망루피’를 통해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까지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서울시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나의 비밀친구 해치’를 통해 K-컬처를 담은 새로운 랜드마크 IP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영유아용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넘어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종합 IP 매니지먼트 기업’으로 진화한 결과다. 아이코닉스는 이러한 압도적인 재무 성과와 브랜드 파워를 발판 삼아 내년 기업공개(IPO)를 통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뽀통령’의 내실…‘고수익 IP 모델’ 안착

아이코닉스의 재무 성적표는 이 회사가 단순 창작 집단을 넘어 정교한 ‘콘텐츠 금융’의 구조를 갖췄음을 보여준다. 강력한 IP를 자산화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는 콘텐츠 업계의 고질적인 약점인 실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가 됐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732억 원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입증한 아이코닉스는 영유아 시장의 ‘뽀로로’와 ‘타요’라는 강력한 캐시카우(Cash Cow)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성인층까지 팬덤을 확장한 ‘잔망루피’의 라이선싱 매출이 신규 동력으로 가세하며 매출의 80%가량이 IP 사업에서 발생하는 고부가가치 구조를 완성했다.

수익성 지표 역시 고무적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4% 증가한 23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증가율보다 이익 증가율이 높다는 점은 비즈니스의 효율성이 극대화됐음을 시사한다. 특히 부채비율은 36.4%로 매우 낮아, 재무 건전성 면에서도 중기·벤처 업계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IPO를 위한 최적의 재무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AI기술로 앞당기는 ‘K-콘텐츠’ 미래비전

탄탄한 재무적 완충력은 아이코닉스가 ‘미디어 테크’라는 새로운 파도에 올라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최근 아이코닉스는 AI 기반 미디어테크 스타트업 ‘허드슨에이아이’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고, AI 더빙 솔루션을 전격 도입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현지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도전이다.

최 대표는 “애니메이션을 처음 시작했던 1990년대 수작업 환경에 비하면 지금은 제작 효율이 최소 1배 이상 높아졌다”며 “향후 몇 년 내에 프로덕션 분야의 프로세스는 AI로 인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180개국 이상의 시청자들에게 각국의 언어로 감정과 톤을 살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지능형 콘텐츠’ 시대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대표는 이어 “이제 테크와 콘텐츠, 예술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며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기술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확보된 기술은 향후 메가버스와 인터랙티브 사업 등 또 다른 영역으로 무한히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코닉스는 내달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향후 25년은 단순한 영상을 넘어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는 ‘지능형 IP 기업’으로서의 도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가 IP’의 영속성과 시스템의 힘

제작 부서에서는 최근 EBS에서 방영을 시작한 ‘나의 비밀친구 해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인공은 서울의 캐릭터 ‘해치’다. 신계의 문을 지키는 신수 ‘해치’가 서울에 내려와 초등학생 소년 윤호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담았다.

‘나의 비밀친구 해치’는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마법을 부릴 때 ‘아라리요’라고 외치는 해치의 모험기를 따라가다 보면 북한산, 광화문, 창덕궁, 한강 등 실제 서울의 명소를 느낄 수 있다.

아이코닉스는 22년간 ‘뽀로로’라는 독보적인 IP를 유지하며 콘텐츠 비즈니스의 정석을 보여줬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포스트 뽀로로’에 가 있다.

제3, 제4의 메가 IP를 지속해서 배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판교 본사에서 목격한 디지털 혁신과 AI 공정 도입이 아이코닉스의 IP 배출 주기를 얼마나 단축하고 생명력을 확장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성남=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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