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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하나도 ‘그냥’은 안 돼···늦으면 품절, 동대문 점령한 ‘볼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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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번진 ‘볼꾸’ 열풍, 동대문 상가 문전성시
작지만 확실한 커스터마이징 소비
‘볼꾸(볼펜 꾸미기)’는 지난해 말부터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DIY 트렌드다. 기본 볼펜 몸통을 고른 뒤 다양한 참과 파츠를 조합해 나만의 볼펜을 완성하는 체험형 소비다. 고르고, 바꿔보고, 다시 내려놓는 선택의 반복에 계획 없이 들른 손님도 어느새 매대 앞에서 한참을 머물게 된다. 김지윤 기자

‘볼꾸(볼펜 꾸미기)’는 지난해 말부터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DIY 트렌드다. 기본 볼펜 몸통을 고른 뒤 다양한 참과 파츠를 조합해 나만의 볼펜을 완성하는 체험형 소비다. 고르고, 바꿔보고, 다시 내려놓는 선택의 반복에 계획 없이 들른 손님도 어느새 매대 앞에서 한참을 머물게 된다. 김지윤 기자


“기본 몸통은 이쪽, 터치되는 건 저쪽입니다.”

평일 오후인데도 동대문종합시장 5층 액세서리 부자재 구역 통로는 사람들로 꽉 차 움직이기조차 어려웠다.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서자 색색의 볼펜 몸통이 빼곡히 진열된 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옆에는 캐릭터 비즈, 컬러 참, 미니 피겨 등 수십 가지 참과 파츠(장식 부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눈치껏 아르바이트생이 건넨 플라스틱 트레이에 참과 파츠를 담았다. 모자람도, 넘침도 없게 몸통 사이즈에 딱 맞는 참과 파츠를 조합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세 번째 방문이라는 조민지씨는 “일단 마음에 드는 캐릭터 위주로 담은 뒤 추후 재조립할 것”을 제안했다.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통로는 더 붐볐다. 뒤쪽에서 사람들이 밀려와 고르는 손과 발이 계속 엇갈렸다. 마치 출·퇴근길 지하철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때 매장 관계자가 큰 목소리로 인기 색상의 볼펜 몸통이 동났다는 안내를 했다.

‘볼꾸’ 유행의 핵심은 가성비다. 볼펜 몸통은 천원 내외, 참과 파츠는 개당 몇백 원대다. 하나의 펜을 완성하는데 5천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부담이 적다 보니 다른 콘셉트로 다시 만들어보는 재방문도 잦다. 김지윤 기자

‘볼꾸’ 유행의 핵심은 가성비다. 볼펜 몸통은 천원 내외, 참과 파츠는 개당 몇백 원대다. 하나의 펜을 완성하는데 5천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부담이 적다 보니 다른 콘셉트로 다시 만들어보는 재방문도 잦다. 김지윤 기자


‘볼꾸(볼펜 꾸미기)’는 지난해 말부터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DIY 트렌드다. 기본 볼펜 몸통을 고른 뒤 다양한 참과 파츠를 조합해 나만의 볼펜을 완성하는 체험형 소비다. 고르고, 바꿔보고, 다시 내려놓는 선택의 반복에 계획 없이 들른 손님도 어느새 매대 앞에서 한참을 머물게 된다. 완성까지는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남짓. 이 짧지 않은 체류 시간이 매대 앞을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 바꾼다.

대학생 김수연씨는 “영상 속에서는 단순해 보였던 조합 과정이 실제 매대 앞에서는 훨씬 복잡하게 느껴졌다”며 “직접 만들어보니 생각이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김씨가 완성한 볼펜은 필기구라기보다 굿즈에 가까웠다. 그는 “가방에 키링처럼 달고 다닐 예정이다.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좋다”고 했다.


손님층은 대학생에 국한되지 않는다. 점심시간을 쪼개 들른 직장인부터 아이와 함께 방문한 보호자까지 폭이 넓다. 매장 직원은 “처음엔 20대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10·40대도 많다”고 했다. 소비의 목적도 달라졌다. 주부 차연재씨는 “메모는 스마트폰으로 하다 보니 볼펜이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게 됐다”며 “‘써야 하는 도구’에서 ‘꾸며도 되는 소품’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했다. 기능의 무게가 빠진 필기구가 취향을 매개로 세대를 잇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볼꾸’ 유행을 커스터마이징 문화의 또 다른 지점으로 읽는다. 김성윤 트렌드 연구소장은 “‘볼꾸’는 선택의 즐거움과 결과 공유, 그 과정 자체가 소비되는 시대에 그 흐름이 가장 작고 일상적인 물건으로 내려온 사례”라며 “시장 한켠에서 시작된 이 풍경은 지금 소비자들이 무엇을 재미로 느끼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볼꾸’ 유행을 커스터마이징 문화의 또 다른 지점으로 읽는다. 김성윤 트렌드 연구소장은 “‘볼꾸’는 선택의 즐거움과 결과 공유, 그 과정 자체가 소비되는 시대에 그 흐름이 가장 작고 일상적인 물건으로 내려온 사례”라며 “시장 한켠에서 시작된 이 풍경은 지금 소비자들이 무엇을 재미로 느끼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볼꾸’ 유행의 핵심은 가성비다. 볼펜 몸통은 천원 내외, 참과 파츠는 개당 몇백 원대다. 하나의 펜을 완성하는데 5천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부담이 적다 보니 다른 콘셉트로 다시 만들어보는 재방문도 잦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선택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통제감도 크다. 이미 완성된 제품을 고르는 소비와 달리 실패 부담은 적고 만족도는 높다. 다이어리 꾸미기나 액세서리 DIY처럼 긴 시간과 전문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점도 확산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동대문이라는 상권의 구조적 배경도 작용했다. 부자재 종류가 다양하고 소량 구매가 가능하며 관련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동대문은 볼펜 몸통과 파츠를 즉석에서 고르고 조합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원하는 아이템을 매대에서 바로 찾아 조합하는 과정은 대형 유통망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장보기의 재미’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볼꾸’ 유행을 커스터마이징 문화의 또 다른 지점으로 읽는다. 김성윤 트렌드 연구소장은 “‘볼꾸’는 선택의 즐거움과 결과 공유, 그 과정 자체가 소비되는 시대에 그 흐름이 가장 작고 일상적인 물건으로 내려온 사례”라며 “시장 한켠에서 시작된 이 풍경은 지금 소비자들이 무엇을 재미로 느끼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렌드의 지속성은 아직 미지수다. 김소장은 “이런 흐름은 특정 아이템에 오래 머물기보다 빠르게 다른 대상으로 옮겨간다”며 “고르고 조합하고 완성하는 소비 방식이 볼펜 이후 어떤 일상 소품으로 확장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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