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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별 고통, 부모보다 작고 형제자매보다 컸다”

동아일보 박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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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더 힘들었다”…5명 중 1명, 반려동물 죽음이 가장 큰 상실
반려동물과 사별이 부모·형제 상실만큼 고통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반려동물과 사별이 부모·형제 상실만큼 고통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반려동물을 잃은 일이 가족이나 지인을 잃은 것보다 더 큰 고통이 되었다는 사람이 다섯 명 중 한 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가지 상실을 모두 경험한 사람 가운데 21%는 반려동물의 죽음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실제 정서적 경험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 가운데 약 7.5%는 ‘지속성 애도 장애’의 임상 기준을 충족했다. 이는 가까운 친구나 일부 가족 구성원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비탄(비통)에는 분노, 부정, 안도, 죄책감,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포함된다. 하지만 지속성 애도 장애는 훨씬 심각하다. 이는 ‘일상 기능에 뚜렷한 장애가 생길 정도로 사별 후 극심한 고통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이 진단은 인간의 사망을 겪은 경우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아일랜드 메이누스대학교 필립 하일랜드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지난 14일(현지 시각) 발표한 이번 연구에선 사별 대상이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지속성 애도 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방식에 측정 가능한 차이가 없음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영국 성인 975명을 대상으로 수행했다. 거의 모든 응답자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3분의 1(32.6%)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들 중 21.0%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장 고통스러운 사별로 꼽았다.

전체 지속성 애도 장애 사례 가운데 8.1%는 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것이었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속성 애도 장애를 겪을 확률이 27% 더 높았다.


이 수치는 부모를 잃었을 때(31%)와 형제자매를 잃었을 때(21%) 사이에 해당하며, 가까운 친구나 다른 가족 구성원을 잃었을 때보다 높았다.

“중요한 것은 ‘누가 죽었는가’가 아니라, 죽은 사람 또는 동물과 맺었던 관계의 질과 그 관계의 의미”라고 연구진은 짚었다.
반려동물과 사별이 부모·형제 상실만큼 고통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반려동물과 사별이 부모·형제 상실만큼 고통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에 따르면, 지속성 애도 장애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는 상실 이후 사회적지지가 부족한 경우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은 주변의 이해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지속성 애도 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구 참여자 중 다수는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데 부끄러움과 수치를 느낀다고 답했다. 이는 고립을 초래하고, 상실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반려동물의 죽음에는 인간 사별과 다른 특유의 어려움도 따른다. 보호자가 안락사 결정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켰다는 위안이 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특히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느끼거나, 너무 이른 선택을 했다는 불안이 남을 경우 고통은 더 커진다. 이러한 외상적 상황 역시 지속성 애도 장애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른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만큼, 국내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 해야 한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39213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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