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미국 소비자전자 전시회)’에 다녀왔다. 올해도 삼성·LG·현대 등 세계적 대기업들의 최첨단 기술이 전시장을 압도했다. 그러나 필자가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유레카관이었다. 스타트업들의 시제품은 규모는 작아도 시선은 강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부스 앞에서 직접 설명하던 젊은 CEO들이었다. 상당수는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 시절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에 나선 경우라고 한다.
세계 산업혁신의 출발점은 의외로 캠퍼스였다. 미국의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각 컴퓨터 공학과 박사과정 및 학부생의 창업에서 시작됐다. 높은 가성비로 세계를 놀라게 한 생성형 AI 회사 딥시크 역시 중국 저장대 대학원 연구에서 출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수많은 세계적 기업들이 대학 또는 대학원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기반 창업에서 성장의 동력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과 국책연구소에서 창업이 매년 일어나고는 있지만, 대부분 교수 또는 책임연구원 중심이다. 학생들에 의한 창업은 매우 드물다. 특히 딥테크 창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학부생보다는 대학원생들이 창업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여러 장벽 앞에 멈춰 서 있다.
첫 번째 장벽은 지도교수다. 대학원생이 본인의 연구와 관련된 기술 기반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도교수의 동의와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의 주 권리자인 지도교수가 보상이 기대되지 않는 창업을 적극 후원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창업자뿐 아니라 창업 참여자의 회사 지분 소유가 가능하도록 하는 관련 법이 작년에 통과되면서 학생과 지도교수가 공동 창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더불어 NST는 창업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연구소에 제공함으로써 국책연구소에서 이러한 형태의 창업이 확산되도록 촉진하고 있다.
두 번째 장벽은 졸업 요건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학위 논문 작성 외에 연구 결과의 학술지 논문 게재를 필수로 하는 대학들이 많다. 학술지 논문은 연구의 축적과 검증을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대학원생 창업을 촉진하려면 학술지 논문 게재 대신 창업 자체를 졸업 요건으로 인정해 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창업은 학술 논문만큼 어렵고, 오히려 더 치열한 노력과 책임을 요구하는 성과이기도 하다. 전면 시행이 어렵다면 국책연구소에서 학위과정 중인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먼저 시범 적용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세 번째이자 가장 큰 장벽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창업기업이 주식상장 회사가 될 확률은 0.1% 정도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대다수는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창업에 도전한 학생은 도전성, 업무 파악 능력, 창의성 등 많은 재능과 경험을 가진 인재임이 분명하다. 구글의 인사담당 이사가 “한 해 100만개의 이력서를 받지만, 자기가 찾는 인재는 현재 창업 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시사점이 크다. 그렇다면 비록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창업 경험이 있는 인재들을 대상으로 대기업이 채용의 길을 마련해 준다면, 젊은 학생들의 창업 의욕은 한층 더 고취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0년 동안 새로운 산업이 전혀 창출되지 못했다고 한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 창출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창의성, 그리고 도전 정신에 달려 있다. 학생 창업 활성화는 그 출발점이다. 아이디어 발굴, 제도 개선, 실패 이후 재도전 지원까지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민병권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융합전략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