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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건축 한옥, '보존 대상'에서 '지역 자산'으로…공급 확대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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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옥의 의미가 단순한 전통 건축을 넘어 지역 고유의 경관자산이자 체류형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산업 생태계와 제도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 확대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를 두고는 우려의 시선이 짙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전북 전주시 덕진공원 내 한옥카페 전경 2026.01.19 chulsoofriend@newspim.com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전북 전주시 덕진공원 내 한옥카페 전경 2026.01.19 chulsoofriend@newspim.com


◆ 한옥 수요, 웰니스·재생건축으로 확장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마련될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년)에 한옥 건축 활성화 방안이 포함된다. 지방 중소도시 활성화를 위한 도시·건축 지역 명소 조성을 국정과제에 반영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최근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한옥 명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웰니스 기반 한옥호텔과 빈집·고택을 리모델링한 카페 등 이른바 '재생건축학'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전주한옥마을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빈집을 장기 위탁받아 리모델링한 뒤 숙박·거주형 상품으로 운영하는 '유휴하우스' 모델도 확산되는 추세다.

아파트 중심 주거에서 벗어나 세컨하우스(주말주택·별장) 등 대안 주거로 한옥이 부각되는 점도 한몫한다. 다만 높은 건축비와 엄격한 건축 기준, 표준화 부족 등은 한옥 진흥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방향의 핵심은 전통한옥의 보존과 신한옥의 보급을 동시에 추진하는 데 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전통한옥은 멸실을 최소화하고, 주거·체험·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대적 생활에 맞게 개선한 신한옥은 주거 상품으로 보급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한옥마을을 관광지에 머무르지 않고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주거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정비를 병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정책 기조에 따라 한옥 등록제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 32개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한옥 등록제를 운영 중이며, 등록한옥에는 개·보수 비용 지원과 세제 혜택, 건축 기준 특례 등이 적용된다.


신치후 건축공간연구원(AURI) 국가한옥센터장은 "재개발 예정 구역에서도 한옥을 철거 대상이 아닌 재활용 자산으로 다루는 정책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옥을 지역 건축자산으로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점차 구체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연화정도서관 전경. 한옥 공공건축물이다. 2026.01.19 chulsoofriend@newspim.com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연화정도서관 전경. 한옥 공공건축물이다. 2026.01.19 chulsoofriend@newspim.com


◆ "한옥 신축 최소 1.3만가구 공급" 목표 달성은 '글쎄'

업계에선 한옥 확산의 관건으로 산업 생태계 구축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열린 한옥 건축 활성화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한옥을 개별 건축이나 단발성 사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됐다. 한옥 설계와 자재 제작·유통, 시공, 교육, 유지보수 등을 한 번에 있는 산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한옥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옥의 일상화와 대중화를 위해서는 인력과 유지관리 체계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왕직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한옥 호텔, 한옥마을 등 일상 속 한옥 건축 확산과 인재육성, 교육과정 표준화와 유지보수 상시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한옥은 건축 이후 유지관리 비용과 기술 부담이 커, 관리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주거 선택지로 확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옥 통계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건축물대장에 한옥 표기를 명기하고, 경북·광주·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한옥 등록제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2019년 이후 전국 한옥 공공건축물에 대한 명확한 집계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한옥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지난해 공급대책을 통해 발표한 135만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 목표 중 1~10%를 한옥 주택 대단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조차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탓에 현실성이 크지 않은 방안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2019년 기준 전국 한옥 공공건축물은 181개소, 566동이었다. 이 가운데 주거용 비중은 56.3%로 대부분 전용면적 9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문화·체험·공공시설로 공급됐다. 이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서 한옥을 일부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했으나, 유지·관리비가 고가인 탓에 장기간 공실로 남기도 했다.


지난 15일 신혼부부를 위한 '미리내집 연계형 공공한옥' 입주 신청을 받으며 다시 한 번 본격적인 한옥 공급의 시동을 걸었다. 시세 대비 60~7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를 간판으로 내걸었다.

사업 측면에서 공공 영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안국진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옥 공공건축은 일반 건축에 비해 공사비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재정 지원과 기술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며 "모듈러 한옥과 자재 표준화 연구를 통해 건축비를 낮추고, 공공건축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한옥을 지역 명소 조성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옥형 디자인 특화명소를 통해 중소도시에 체류형 관광 수요를 유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한옥 설계와 자재 제작·유통, 기술 교육, 시공, 유지보수를 아우르는 산업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최아름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장은 "한옥은 선조들의 삶의 여유와 철학이 녹아있는 건축자산"이라며 "한옥이 지역의 정체성과 잘 어우러진 명소이자 일상 공간이 되도록 건축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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