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청사. /조선DB |
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가 실기시험의 채점 항목과 구체적인 채점 기준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채점 기준이 공개될 경우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이른바 ‘족보’ 위주의 학습이 이뤄질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양순주)는 최근 A씨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 응시했으나 0.1점 차이로 불합격한 뒤 국시원에 채점 항목별 세부 점수와 채점 기준 등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국시원이 “시험의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의사 실기시험의 특성상 세부 항목이 공개되면 시험 본연의 목적이 왜곡될 수 있다”며 국시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문제은행 방식에서 채점 항목의 내용과 구성이 공개되는 경우 응시자들로서는 병력 청취, 신체 진찰, 환자와의 의사소통, 진료 태도 등 전반적인 능력 향상을 도모하기보다는 공개된 채점 항목만을 기준으로 실기시험을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렇게 되면 국시원이 실기시험을 통해 응시자들의 온전한 능력을 측정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매년 새로운 문항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험에 출제할 수 있는 임상 표현과 기본 진료 술기가 정해져 있어 문제별 평가 내용과 평가 방법을 매년 변경하는 데 한계가 있고,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미 검증된 평가 내용과 방법을 활용할 수 없어 해가 갈수록 지엽적인 평가가 이뤄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실기시험 채점 항목은 특성상 어느 정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내용과 구성을 공개할 경우 정합성을 둘러싼 시시비비에 일일이 휘말리는 상황이 초래될 우려가 높다”는 점도 기각 사유로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18년에도 의사 국시 응시자가 제기한 비슷한 소송에서 “응시자가 얻은 항목별 점수는 알 권리 보장을 위해 공개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채점 기준은 시험의 변별력 유지를 위해 비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김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