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물량 반토막…공급 절벽 현실로
규제 완화 목소리도 커져
정부 1월 말 네 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 예정
이재명 정부가 1월 말 네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 규제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이중삼 기자]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나선 정부가 정작 핵심 규제에는 손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공급 확대를 예고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용적률 규제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세 차례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4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입주 물량은 급감하는 상황이다. 규제 완화 없는 공급 확대라는 선택이 과연 시장을 설득하고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진다.
◆ 규제 완화 논의한 적 없다는 정부…시장 기대와 정면 충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추가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말 발표할 추가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해 "토허구역 해제·재초환 폐지·용적률 완화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대규모 공급 대책을 준비하면서도 정비사업 핵심 규제는 그대로 두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선 "선택지로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 착공 135만 가구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세부 지역과 물량을 담은 후속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외곽 택지개발이 아닌 도심 내 유휴부지·노후청사 활용이 핵심 축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시장 기대와 정책 방향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규제 유지 속 공급 확대만으로는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최소한 일부 완화 조치가 포함될 것이란 기대가 형성돼 왔다. 그러나 김 장관 발언으로 이 같은 기대는 사실상 차단됐다.
서울 주택 공급에서 정비사업 비중은 절대적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물량은 18만7527가구다. 이 가운데 서울 분양 예정 물량은 3만4230가구로 이 중 2만9133가구가 정비사업 물량이다. 신규 택지가 사실상 고갈된 서울 특성상 정비사업 활성화가 유일한 공급 경로지만 핵심 규제가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연 '부동산 대출·거래 규제 재앙,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은 대부분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이뤄진다"며 "정비사업 억제로 누적된 서울 아파트 공급 위축이 서울 집값 독주와 주택시장 양극화를 키운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시장 초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해법은 정비사업의 신속한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올해 주택시장은 추가 부동산 대책과 세제 조정 논의·지방선거 등 다양한 정책·제도적 변수가 잠재돼 있다"며 "특히 공급 계획은 단기간에 거래를 자극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공급 환경에 대한 기대와 불안 심리를 통해 수요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이 강하다. 이에 따라 시장 흐름과 거래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정책 일관성 vs 시장 안정, 갈림길에 선 정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
공급 축이 막힌 상황은 가격과 시장 지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2월 첫 주 상승 전환 이후 49주 연속 올랐다. 1월 둘째 주 기준 상승률은 0.21%로 크지 않지만 상승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학군지와 역세권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와 거래가 늘고 일부 단지에서는 매물 부족 현상도 나타난다.
전월세 시장도 불안하다. 입주 물량 감소와 정비사업 지연이 겹치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빠르게 오르는 흐름이 강화됐다. 보증금 호가는 몇 주 새 수천만 원씩 뛰는 사례도 나온다. 전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가 반전세·월세로 이동하면서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공급 위축은 건설 주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토부 '1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 인허가는 전년 대비 46.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착공은 15.6%, 준공은 38.5% 줄었다.
건설산업 전반의 지표도 내리막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수주는 2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8% 감소했다. 건설기성은 11조6000억원으로 15.6% 줄며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착공 물량 감소의 누적 효과와 함께 고금리 기조· 인허가와 안전 규제 강화·현장 운영 리스크 확대가 공사 기간 장기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단기간 내 실물 지표의 뚜렷한 회복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공사비 상승 압박도 여전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2.45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공급 불균형에 정책 신뢰 약화까지 겹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주도 공급 활성화와 함께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일정표 제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간 목표 물량 제시에 그치지 말고 약속한 공급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단계별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단기간에 공급 물량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시장에 공유돼 있다. 특히 연간 공급 목표는 선언에 그치기 쉽다"며 "언제 착공하고 언제 시장에 물량이 풀리는지까지 제시하는 구체적인 일정표가 나와야 시장이 정책을 신뢰한다"고 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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