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약가 최저가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5.10.10.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트럼프 2기 출범 1년(2025년 1월 20일 취임) 동안 미국 제약·바이오 시장의 규칙이 빠르게 바뀌었다. 핵심은 '약가 인하'와 '공급망'이다. 백악관은 '최혜국대우'(MFN) 약가 기조를 전면에 내걸고 제약사와의 가격 합의를 잇달아 끌어냈고, 동시에 BIOSECURE Act(바이오시큐어법) 등으로 중국 관련 바이오 공급망을 흔드는 흐름도 강화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정책 변화를 리스크로만 보지 않고 기회로 삼는 데 초점 맞춘 대응 전략을 수립해 대응 중이다. 예컨대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는 기업은 약가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CDMO와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은 공급망과 현지 생산 요건을 더 명확하게 맞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혜국 약가·TrumpRx…약가정책 시장 변수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12일 '미국 환자에게 최혜국 처방약 가격을' 내세운 행정조치를 공개하며 약가 인하 기조를 공식화했다. 이후 9월 화이자, 10월 아스트라제네카 등 주(州) 메디케이드에 MFN 가격을 적용하는 형태의 합의가 잇따랐고, 2025년 12월에는 9개사 합의를 발표하며 구상에 머물렀던 정책이 실제 집행되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애브비(AbbVie)가 3년 합의와 함께 향후 10년간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내걸며 '약가 인하+미국 투자' 교환 구도를 강화했다. 시장에서는 약가 정책이 가격만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고용·생산 계획까지 묶어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TrumpRx.gov'(제약사 직접판매 DTC 플랫폼)도 정책 패키지로 자리 잡았다. 다만 실질 체감효과는 보험 구조, 코페이 체계, 적용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정책의 파급 범위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업계 일각에선 '약가가 정책 변수로 상수화됐다'는 점 자체가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본다.
공급망 흔들리자 '미국 내 생산'서 답 찾아
미국 바이오산업의 국가안보와 기술 보호를 위해 2024년 발의된 법안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은 지난해 12월 제정됐다. 이는 '우려 기업'(biotechnology companies of concern)과 관련된 제품·서비스에 대한 연방 조달·보조금 제한을 기본 구조로 삼고 있다. 시행 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되더라도,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거래·위탁 구조를 점검할 유인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변수도 여전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 관세 가능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미국 내 생산' 유인이 커졌고 실제 기업들의 투자·거점 확보 움직임도 빨라졌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Rockville) 생산시설을 2억 8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이 거래는 관세 우려 속에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제조 역량을 확보하려는 흐름과 맞물린 것으로 해석됐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 생산기지 확보에 나서는 배경을 두고 관세가 실제 부과되는지 여부보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순간부터 고객사가 '미국 내 생산 옵션'을 요구하는 시장 논리가 강해진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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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트럼프 2기, '규제완화'와 '약가인하'가 동시에
PwC는 트럼프 2기 바이오 핵심 과제로 '규제완화'와 '약가인하'를 함께 거론한 바 있다. 허가·심사·투자 유인은 열어두되, 정치적으로 민감한 약가 문제는 압박 수단으로 계속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백악관이 "최혜국대우(MFN) 합의를 법제화(codifying)하겠다"고 밝힌 만큼 남은 임기 동안 가격정책의 기본 프레임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기조가 이어질수록 한국 기업들의 미국 전략도 더 깊어질 것으로 본다. 바이오시밀러는 약가 인하 기조가 강화될수록 시장 침투 기회가 커질 수 있지만, 시장 전체 가격 레벨이 낮아지면 수익성 방어 전략이 중요해질 수 있다.
CDMO와 수출은 공급망·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 내 생산' 또는 다지역 생산망을 갖추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보건정책 연구기관인 KFF는 "트럼프 정부의 약가 인하 시도에는 MFN 약가 구상과 제조사의 직접판매 확대가 함께 포함돼 있다"며 "남은 기간에도 약가 논의가 국제 연동+직접판매를 중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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