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남정훈 기자] 배구 감독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얘기 중 하나는 “리시브가 안돼 졌다”라는 말이다. 물론 리시브가 정확하게 올라오는 게 중요하긴 하다. 세터 머리 위에 리시브가 정확하게 연결되면 속공이나 시간차, 이동공격, 퀵오픈 등 구사할 수 있는 세트 플레이의 가짓수가 늘어난다. 이는 곧 상대 블로커들이 견제할 루트가 많아지다 보니 자연히 블로킹 벽이 헐거워지고, 공격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다만 리시브 효율을 40%도 담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여자부에선 선두 도로공사의 리시브 효율이 37.60%, 최하위 정관장이 22.25%다.(이 수치를 보면 왜 도로공사가 압도적으로 리그 선두, 정관장이 최하위에 머물러있는지 수긍이 가긴 한다) 리시브 효율 여자부 평균은 30.21%(18일 기준)다. 리시브 10개 중 3개만 정확하게 올라오고 나머지 7개 정도는 정확하게 올라오지 않는다. 정확하게 올라온 3개의 리시브는 어차피 확률 높은 공격으로 가져갈 수 있으니, 관건은 7개의 부정확 리시브를 어떻게 공격 작업으로 연결하느냐다. 7개의 공격을 모두 오픈으로 연결하느냐, 2~3개를 속공이나 퀵오픈 등의 세트 플레이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팀 공격 효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흥국생명의 리시브 효율은 26.45%로 리그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 그럼에도 18일 화성 IBK기업은행 원정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두며 승점 41(13승10패)로 2위 현대건설(승점 42, 14승9패)에 승점 1 차로 뒤진 3위에 위치해있다. 이는 곧 흥국생명이 리그 평균에도 못 미치는 리시브로도 효율적인 공격작업을 전개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흥국생명의 팀 공격 성공률은 39.08%로 리그 3위다.
낮은 리시브 효율에도 공격 성공률은 리그 평균 이상을 가져가는 것의 힌트를 IBK기업은행전을 마친 뒤 가진 이다현, 김다은과의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흥국생명의 속공 성공률이다. 48.45%로 당당히 전체 1위다. 그 빈약한 리시브 속에서도 가장 많은 속공 성공(141개)을 이뤄낸 건 이다현, 피치(뉴질랜드)라는 리그 최정상급 미들 블로커를 보유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의 리시브 상황에 따른 공격 세팅, 반복 훈련 덕분이다.
이다현은 “퍼펙트 리시브에서 퍼펙트 토스가 올라오는 건 누구나 공격을 성공할 수 있죠”라면서 “저는 나연 언니와 리시브가 어택 라인 근처에만 올라와도 B속공을 뜨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요. 요시하라 감독님께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A패스의 범위는 세터와 미들 블로커의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거든요. 연습 상황에서 상황을 세팅해요. 리시브가 어택 라인 정도까진만 올라왔을 때, 2번 자리쪽으로 쏠렸을 때 이런 상황을 가정해놓고 연습을 해요. 이런 연습을 하다보면 실제 경기 때 그런 상황이 나오면 몸이 기억해서 리시브가 흔들려도 세트 플레이 구사가 가능해지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이다현과 이나연은 1세트에 ‘정확’으로 집계되지 않은, 어택 라인 근처에만 올라온 리시브로도 과감한 B속공을 가져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대한항공 한선수나 KB손해보험 황택의 등 남자부 S급 세터들만이 보여줬던 그 모습을 여자부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현역 은퇴로 시즌 전 평가에서 ‘디펜딩 챔피언’임에도 하위권으로 평가받았던 흥국생명. 예상을 깬 고공행진에 대해서도 흥국생명 선수들이 꼽는 건 요시하라 감독 부임 후 달라진 팀 컬러다. 김다은은 “기본적인 게 잘 이뤄지고 있는 게 좋은 성적의 비결인 것 같다”면서 “흔들릴 때 다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어요. 리시브가 흔들리면 공격수가 공을 잘 때릴 수 있게 공을 잘 올려주고, 리시브가 잘 올라왔는데 세터의 토스가 흔들리면 공격수가 잘 때리던지 이런 식으로요. 코트 위에서 집중력이 좋아졌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다현은 요시하라 감독의 시즌을 길게 보는 방향성에 주목했다. 그는 “시즌이 길잖아요. 그렇다보니 요시하라 감독님은 당장 눈앞의 상대를 이기기 위한 연습이 아니라 다양한 전술들을 선수들에게 익히게 하려고 하세요. 쓰리 블로킹이 가는 포메이션이나 블로킹 스위치 등등 매번 다양한 전술이나 주제를 가져와서 팀 훈련에 적용하세요. 주전, 비주전할 것 없이 선수단 전원이 감독님이 입히려는 전술을 이해하고 몸으로 숙지해야 해요. 그렇다 보니 훈련할 때 머리에 외워야할 것도 많고, 조금만 놓치면 따라가기 힘들어요. 그래도 덕분에 배구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에요”라고 답했다. 감독 하나가 바뀌었는데, 팀 전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올 시즌 흥국생명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화성=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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