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미국의 사모펀드 모집액이 전년 대비 1000억달러 넘게 줄어든 반면, 상위 10대 사모펀드가 전체 모집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포인트 넘게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 이후 ‘제로(0) 금리’ 시대가 저물며 사모펀드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와중에, 글로벌 경기 부진까지 겹치며 자본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한국 사모펀드 시장도 미국과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미 금융 데이터 분석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작년 미국 사모펀드들이 투자 자금으로 모집한 금액은 2590억달러로 1년 전(3726억달러)보다 1136억달러 줄었다. 그런데 이 기간 규모로 상위 3대 사모펀드가 모집한 투자금은 559억달러에서 604억달러로 되레 늘었다. 피치북은 “사모펀드 모집이 침체된 가운데, 기관투자자(LP)들이 폭넓은 전략을 제공하고 운용 규모를 갖춘 소수의 사모펀드 운용사에만 투자하겠다는 선택을 내리고 있다”고 했다.
상위 10대 사모펀드로 규모를 넓혀도 미 사모펀드 시장 양극화는 확연히 드러난다. 작년 상위 10대 사모펀드가 모집한 금액은 전체 사모펀드 모집액의 45.7%를 차지했다. 지난 2024년의 34.5%에서 10%포인트 넘게 상승한 것으로, 직전 5년간 평균치인 35.8%와 비교해도 증가폭이 크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 등을 키운 뒤 좋은 가격에 되팔아 투자금을 불려나가는 ‘엑시트(exit)’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고, 경기 부진 등으로 기관투자자에 대한 배분도 감소하면서 사모펀드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는 게 피치북 설명이다. 이 같은 불황기를 감내할 수 있는 대형 사모펀드들만 살아남고, 신규 사모펀드들은 맥을 못 추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신규 사모펀드들은 설 자리를 잃는 모습이다. 작년 최초 펀드(first-time funds)는 단 41곳으로 1년 전 83곳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최초 펀드는 처음으로 자금 모집에 나서, 실제로 모집한 자금으로 투자를 실행한 펀드를 뜻한다. 피치북은 “최초 펀드 모집 규모는 역대 최저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내 업계는 펀드 자금 공급난이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지난 2021~2023년 코로나 시기 저금리 환경에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사모펀드 활동이 크게 늘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00억원 미만 소형 사모펀드 비율은 2010년 34.5%에서 2021년 79.7%로 대폭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형 사모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고, 신규 펀드 활동은 위축됐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큰손들이 자금을 적극적으로 댔던 흐름이 끊겼다”며 “기관 투자자들이 그간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린 것으로 인식되는 일부 사모펀드를 택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경영이나 지배 구조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투자 집행 규모는 24조1000억원으로 전년(32조5000억원) 대비 25.8% 급감했다. 당시 금감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수·합병 시장 침체로 사모펀드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사모펀드 시장의 양극화가 자본 공급난이 시작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용린 부원장은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불황기에 펀드 자금이 대형사로 몰리고, 호황기에 신규 펀드가 많이 파생되는 흐름이 반복된다”며 “결국 자본 시장에서 혈액 역할을 하는 펀드 자본 공급이 위축되는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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