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석 기자] [라포르시안] 개흉하지 않고 카테터로 인공 대동맥판막을 삽입해 주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TAVI)의 급여 기준·대상 확대를 둘러싼 심장내과·흉부외과 간 시각차가 드러났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KSIC)가 이달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제22회 동계국제학술대회에서는 중증 대동맥판막질환 치료를 위한 TAVI 급여 기준과 과제를 주제로 심장내과·흉부외과가 각각의 임상 근거와 시각을 바탕으로 한 제도 개선 방향이 논의됐다.
지난 17일 보험위원회 프레젠테이션 세션에서 심장내과 관점을 발표한 홍성진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TAVI는 2010년 국내 도입 당시 전액 비급여로 환자 부담이 3000만 원 이상이었다. 이어 2015년 6월 조건부 선별급여(본인부담률 80%)를 거쳐 2022년 5월부터 차등 급여 체계로 급여 확대가 이뤄져 환자 상태에 따라 고위험·80세 이상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5%까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KSIC)가 이달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제22회 동계국제학술대회에서는 중증 대동맥판막질환 치료를 위한 TAVI 급여 기준과 과제를 주제로 심장내과·흉부외과가 각각의 임상 근거와 시각을 바탕으로 한 제도 개선 방향이 논의됐다.
지난 17일 보험위원회 프레젠테이션 세션에서 심장내과 관점을 발표한 홍성진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TAVI는 2010년 국내 도입 당시 전액 비급여로 환자 부담이 3000만 원 이상이었다. 이어 2015년 6월 조건부 선별급여(본인부담률 80%)를 거쳐 2022년 5월부터 차등 급여 체계로 급여 확대가 이뤄져 환자 상태에 따라 고위험·80세 이상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5%까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홍성진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심장내과 관점에서의 TAVI 급여 기준 확대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현행 TAVI 급여 기준은 증상이 있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severe Aortic Stenosis·severe AS) 환자 중 STS(Society of Thoracic Surgeons·심장 수술 위험도 예측 지표점수) 8점 이상 고위험군 또는 80세 이상 고령 환자 심장통합진료팀(Heart Team·하트팀)에서 '수술 불가능'으로 판단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본인부담률은 50% 또는 80% 차등 적용돼 실제 환자 부담이 2000만~3000만 원에 달한다.
특히 급여 기준 가운데 '수술 불가능' 여부가 환자의 TAVI 접근성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과적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환자의 전신 상태, 회복 가능성, 해부학적 조건 등을 종합하면 TAVI가 더 적합한 경우도 많다"며 "이러한 환자들이 TAVI 급여 기준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하트팀이 TAVI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수술 불가능'이라는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급여 적용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홍성진 교수는 "급여 기준을 수술 불가능이 아닌 하트팀에서 더 적합하다고 합의한 경우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해 2015~2019년 사이 시행된 TAVI와 외과적 대동맥판막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SAVR)을 비교한 국내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해당 분석에서 TAVI·SAVR 환자는 각각 1468명·3897명, 평균 연령 80세·68세였다. 또한 병원 내 사망률은 TAVI 2.9%·SAVR 5.6%로 TAVI가 낮았다. 다만 연령과 동반 질환을 보정한 5년 장기 예후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또한 5세 단위로 연령을 나눠 분석했을 때 75~79세 구간에서도 장기 성적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본인부담률이 5%까지 낮아진 뒤 TAVI 환자 증가 양상을 보면 80세 이상에서는 약 2배 늘어난 반면 75~79세 연령대에서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급여 기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정작 해당 기준(80세 이상)에 포함되지 않는 연령대 환자들은 여전히 TAVI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반면 미국에서는 2015~2021년 사이 65세 미만 환자에서도 TAVI 비중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2021년에는 65세 미만 환자의 약 절반이 TAVI를 받았다. 유럽 가이드라인 역시 TAVI 권고 연령 기준을 75세에서 70세로 낮췄다. 특히 인구 100만 명당 TAVI 시술 건수는 한국이 미국·유럽·일본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홍성진 교수는 "우리나라 TAVI 시술률은 중동·남아메리카·중국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연령 기준이나 중간 위험군까지 본인부담률을 완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하트님 인력과 관련해서는 분과전문의 자격 취득 후 5년 이상 순환기내과 경험이 있는 순환기내과 분과전문의 2인 이상과 영상 전문의를 비롯해 전문의 자격 취득 후 5년 이상 심혈관 수술 경험이 있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2인 이상을 요구하는 현 기준이 중소 의료기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 교수는 "경험 연수를 기존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늘리는 대신 심장혈관흉부외과 1인 혹은 흉부외과 전문의 2인으로 요건을 완화한 기준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행위 수가와 관련해 "현재 TAVI 상대가치점수는 6487.91점으로 의료기관이 받는 수가가 54만 3690원에 불과하다. 이는 경피적심장판막성형술·대동맥판막 112만 4420원과 경피적관상동맥스텐트삽입술·단일혈관 153만 9320원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현행 행위 수가를 시술 난이도와 의료자원 투입을 반영해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흉부외과, 80세 이하·저위험군 등 기준 완화 '신중론'
심장내과에 이어 김준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흉부외과 관점에서 바라본 TAVI 급여 기준의 현주소와 제도적 쟁점을 짚었다.
김 교수는 "전 세계 리얼 데이터를 보면 2010년대 초반까지도 severe AS 환자의 약 40%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TAVI가 도입된 이후 2016년을 기점으로 시술 건수가 SAVR을 넘어섰고 현재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급여 적용 이후 특히 80세 이상 고령 환자에서 TAVI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TAVI 도입으로 인해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군까지 치료 기회가 확장됐고 이는 환자 건강에 분명히 기여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성과가 TAVI 급여 기준·대상 확대의 근거가 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준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흉부외과 관점에서 바라본 TAVI 급여 기준의 현주소와 제도적 한계를 짚었다. |
김준성 교수는 "급여 확대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2023년 이후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는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쟁점으로 떠오른 75~79세 저위험군(low risk) 젊은 연령층에 대한 TAVI 급여 확대 적용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가이드라인이 연령 기준을 낮추면서 논의가 촉발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장기 예후 데이터까지 충분히 반영한 결과로 보기 어렵다. 저위험군 환자의 임상 결과를 보면 장기 생존 측면에서도 여전히 SAVR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초기 임상 성적은 TAVI가 우수하거나 SAVR과 비슷한 결과를 보이지만 10년 이상 장기 추적 결과에서는 두 치료 간 생존 곡선이 갈라지는 경향이 나타나 장기 예후에 대한 해석 차이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입원비와 외래 추적 진료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의료비용은 연령대와 무관하게 TAVI가 더 높다는 점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라고 환기했다.
김 교수는 이밖에 65세 이하 환자에서 TAVI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미국 데이터를 두고 "시술 비율만 보면 놀라운 변화지만 해당 환자군에는 상대적으로 위험 인자를 가진 환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며 "단순히 시술 건수 증가만으로 급여 확대를 논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흉부외과 관점에서 최근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계 판막(mechanical valve)의 장기 생존 이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점도 언급됐다.
김준성 교수는 "50~70세 연령대에서 조직 판막과 기계 판막을 비교한 연구에서 장기 생존 측면에서는 기계 판막이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흉부외과 영역에서는 70세, 나아가 75세까지도 기계 판막이 유용할 수 있다는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젊은 연령층에서 TAVI를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은 향후 밸브 인 밸브, 재시술, 고령기에 다시 중재가 어려워질 가능성 등 장기적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심장내과가 제기한 TAVI 행위 수가 현실화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현재 TAVI 행위 수가가 약 53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에 깜짝 놀랐다"며 "이 정도 수가로 고난도 시술과 하트팀 운영을 감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미국처럼 시술 단독 수가나 하트팀 참여에 대한 보상 구조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TAVI 급여 기준·행위 수가 확대 논의에 앞서 하트팀의 실질적인 역할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준성 교수는 "급여 확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TAVI 적용을 방지하기 위해 하트팀의 논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단순히 시술 또는 수술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방식을 결정하는 구조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행위 수가 개선과 하트팀 인센티브가 함께 논의되지 않으면 진료과 간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가 환자를 두고 경쟁하는 구조가 아닌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부 "올해 상반기 학회 등 의견 수렴·제도 개선 논의"
유정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TAVI 급여 기준·대상 확대에 대한 심장내과·흉부외과 입장을 들은 후 임상적 근거 축적과 재정 영향 분석을 토대로 합리적인 급여 조정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행 TAVI 급여 기준이 실제 응급상황에서 하트팀의 신속한 시술·수술 결정을 어렵게 하거나 인력 기준으로 인해 적시 대응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트팀의 치료 결정 과정이 '수술 또는 전원 불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데 그치기보다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협의 결과가 반영되는 구조로 개선돼야 한다"며 "관련해 심장내과·흉부외과 학회에서도 운영 기준 보완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응급상황에서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하트팀 운영 기준 개선을 추진하고, 의료적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유정민 과장은 "올해 상반기 중 관련 학회와 환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제도 개선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며 "TAVI 급여 기준 전반에서 진일보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단체 "TAVI 급여 연령 75세 수준으로 재검토해야"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TAVI 급여 확대 논의가 학문적 논쟁과 진료과 역할 축소 등에 매몰되지 않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선택권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TAVI가 2015년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처음 급여권에 진입했을 때조차 본인부담률이 80%로 설정돼 환자들은 큰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당시 유방암 재건 수술이 선별급여 50%였던 것과 비교하면 TAVI는 생명을 다루는 치료임에도 더 높은 본인 부담을 요구받았다"며 "이후 재평가가 예정돼 있었지만 시기는 지연됐고, 그 사이 많은 환자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안 대표는 하트팀을 통과해야만 TAVI 급여가 가능한 구조가 환자에게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는 치료 방법을 선택할 권한이 없고, 의사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심장통합진료 과정에서 급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의사가 'TAVI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제도적으로 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병원 간 이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전했다.
덧붙여 "어느 병원에서는 흉부외과 반대로 TAVI가 어렵다고 하고, 다른 병원에서는 통합진료 기준을 다시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환자는 결국 'TAVI를 해주는 병원'을 찾아다니는 처지가 된다"며 "현행 급여 기준이 환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환자를 선별하고 배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TAVI 급여 기준이 환자의 건강 상태보다 '연령'을 우선시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안상호 대표는 "질병의 중증도, 동반 질환, 삶의 질에 대한 고려보다 '몇 세인가'가 먼저 작동하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TAVI를 '죽기 직전 몇 년에만 허용되는 시술'로 제한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현행 기준을 고려할 때 최소한 급여 연령 기준을 75세 수준까지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TAVI뿐 아니라 중증 승모판막부전증 환자의 경피적 판막 중재 치료술(Transcatheter Edge-to-Edge Repair·TEER) 등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급여 기준이 기술 발전과 임상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그 부담은 환자에게 전가된다"며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문적 논쟁이나 제도적 명분이 아닌 가장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라며 "급여 기준이 환자를 줄 세우는 잣대가 아닌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는 안전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TAVI를 둘러싼 논쟁은 현행 급여 기준을 '확대할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충분한 임상 근거가 쌓였음에도 급여 문턱에 막혀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존재한다면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이제 논의의 중심은 비용과 조건이 아니라 환자가 가장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특히 진료과 간 논쟁을 조정하고 논의를 환자 중심으로 전환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선택권을 최우선에 두고 TAVI 급여 기준 확대를 포함한 속도감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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