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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저질러도 초범이면 감형된다고?[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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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사실들) : 5개 혐의 중 4개 ‘유죄’
선(맥락들) : 그런데 왜 형량은 5년일까
면(관점들) : 내란죄 유죄 가능성 높아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퇴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퇴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에 대해 처음으로 판단을 내렸습니다. 다섯 가지 혐의 가운데 네 가지를 유죄로 인정했는데요.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일부터, 계엄 선포문을 나중에 만든 일까지 모두 “위법”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징역 5년. 검찰이 요청한 10년의 절반입니다. 5개 중 4개가 유죄인데, 형량은 왜 절반일까요? 오늘 점선면은 이 질문을 중심으로 이번 판결의 의미를 정리해볼게요

점(사실들): 5개 혐의 중 4개 ‘유죄’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는 지난 1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혐의 등 사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8건의 재판 중 처음 나온 판결입니다. 문제가 된 혐의는 모두 다섯 가지였습니다. 이 가운데 네 가지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① 공수처 체포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

지난해 1월3일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차벽을 세우는 등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입니다. 재판부는 “적법한 수사를 방해했고, 경호처 공무원들을 사병처럼 이용했다”며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② 일부만 부른 국무회의(직권남용)

계엄 선포를 앞두고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만 불러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등 7명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도 유죄였습니다. 재판부는 “국무회의는 전원에게 알려야 하며, 일부가 빠지면 심의권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③ 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허위 공문서 작성)

계엄이 해제된 뒤인 지난해 12월6일 계엄 선포문을 나중에 만들어 놓고도 미리 작성된 것처럼 꾸민 혐의입니다.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문서를 파기한 점도 인정돼 유죄로 판단됐습니다.

④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직권남용 교사)

내란 수사에 대비해 군 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유죄였습니다. 재판부는 “내란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없애려 한 것”이라며, 수사 방해이자 증거 인멸 시도라고 봤습니다.


다만 ⑤ 외신 허위 공보 지시(직권남용)는 무죄였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 외신 대변인에게 ‘헌정 파괴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합헌적 틀 안에서 조치를 취했다’는 내용의 대통령 입장문을 배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입장문에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외신 대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어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지난해 1월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경호처 관계자들이 대화하며 관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지난해 1월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경호처 관계자들이 대화하며 관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선(맥락들): 그런데 왜 형량은 5년일까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피고인은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었던 피고인의 범행으로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말만 보면 아주 강한 처벌이 나올 것 같죠. 그런데 실제 선고는 징역 5년이었습니다. 검찰 구형 10년의 절반입니다.

재판부는 형을 줄인 이유로 두 가지 감경 사유를 들었습니다.


  • 첫째, 윤 전 대통령이 초범이라는 점

  • 둘째, 허위 공문서 작성 등 일부 범행에서 윤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초범이라는 이유로 형을 깎아주는 건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보통은 절도, 사기, 음주운전 같은 개인적 범죄에서 고려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고, 교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내란과 관련된 범죄는 다릅니다. 이런 범죄는 대통령 같은 특정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저지를 수 있는 ‘권한·지위 범죄’입니다. 일반인이라면 애초에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내란 범죄는 한 번밖에 저지를 수 없는 범죄입니다. “‘초범일 수밖에 없는 범죄’에 초범이라는 이유로 형을 깎아준 게 과연 타당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야당에서도 “내란을 두 번 하는 죄인도 있을까”라는 비판이 나왔고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지난해 4월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앞서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지난해 4월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기 앞서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면(관점들): 내란죄 유죄 가능성 높아졌다?


형량은 아쉽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번 판결의 의미가 작은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법원이 처음으로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했다는 점이 큽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적법하다고 판단됐다는 점입니다. 윤 석열 전 대통령은 그동안 “공수처에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며 수사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직권남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도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쟁점은 다음 달 선고 예정인 내란죄 사건의 핵심 쟁점이기도 합니다. 이번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내란죄 재판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 달 예정된 내란죄 선고에서는 부디 이러한 양형 논란 없이, 피고인 윤석열의 죄책에 합당한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길 기대해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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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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