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형평성·비관세장벽 의혹 초래
글로벌시대 ‘독주’ 비판 심사숙고를
그런 의미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관련 법·규제는 걱정이 앞선다. 이미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많은 우려와 비판을 받고 있다. 허위·조작 정보의 기준 모호성과 과도한 징벌적 배상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여러 외국 언론들이 다루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의 반응은 가장 거세다. 국무부 대변인은 ‘중대한 우려(significant concerns)’ ‘불필요한 장벽(unnecessary barriers)’ ‘침습적 검열(invasive censorship)’ 같은 용어들로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국가가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칼자루를 쥐는 것은 위험한 일”이란 사설을 싣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인터넷 신문이나 뉴스 서비스의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은 자가 해당 언론사에 기사 차단을 요구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AP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가짜뉴스 규제법”이라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규제 대상이 한 국가의 영역을 벗어나 글로벌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자국 플랫폼만 특정해서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규제 기준에 맞추는 것이 상식이다.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정보통신망법과 추진 중인 플랫폼 법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하는 부분도 이 점이다.
미국은 작년에 제정된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 Act)을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하기 위한 악법이라 비판하고, 이를 주도했던 EU 인사들을 입국 금지 조치까지 내린 상태다. 지난주에 미국 국무부는 외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거나 기술 미디어 기업의 조건을 강제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는 EU와 한국의 플랫폼 관련 규제가 메타나 엑스(X) 같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작년 말 한미 관세 협상 중에 미국 의회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법에 대한 우려 의견을 낸 바 있고,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는 ‘무역법 301조’를 가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망 사용료,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규제 등에 있어 미국기업이 차별당하지 않도록 한다”는 ‘공동 팩트 시트’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입장 확인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이 이를 근거로 향후 협상에서 더욱 크게 압박해 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일에 있었던 한미 고위급 경제회담에서도 플랫폼 관련 입법 문제를 제기하였다.
여기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도 높은 대응은 미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플랫폼 규제정책의 형평성 의혹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물론 개정된 정보통신망법 시행이 6개월이나 남았고, 플랫폼 법 역시 글로벌 기준에 맞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추이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플랫폼 규제에 대한 강한 압박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 없다. 다분히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강자의 논리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의 글로벌 속성이나 국제 여론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독주하고 있다는 비판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못 보는 게 아니라 안 보면서 스스로 갈라파고스섬이 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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