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비싼 차 탄다고 날 무시?" 추월당하자...엽총 쏴 부부 살해한 30대[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은기자
원문보기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99년 1월 19일. 강원 삼척시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한 비포장 도로에서 엽총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MBC

1999년 1월 19일. 강원 삼척시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한 비포장 도로에서 엽총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MBC


1999년 1월 19일. 강원 삼척시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한 비포장도로에서 엽총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고급 승용차를 탄 부부가 자신의 소형차를 추월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사건 당일 오후 4시10분쯤 전주에서 올라온 신혼부부 김모씨(당시 28세)와 장 모 씨(당시 27세)가 탄 검은색 그랜저가 강원도 삼척시의 한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사실혼 관계였던 부부는 슬하에 7살, 2살 두 딸을 두고 있었다. 어려운 형편 탓에 결혼식을 미루다 사건 이틀 전 뒤늦은 결혼식을 올리고, 삼척시로 신혼여행을 온 것이었다.


사실혼 7년 만에 떠난 신혼여행…엽총 맞고 숨진 부부

부부가 탄 차량 앞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달리는 엑센트 차량이 있었다. 이 차 뒤에서 달리던 부부의 차량은 비포장도로의 흙먼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고,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주행이 힘든 상태였다.


결국 운전하던 남편 김씨는 속도를 높여 이 차를 추월했다. 그러자 엑센트는 곧장 따라붙었고, 창문을 내린 뒤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는 부부의 차량을 다시 앞질러갔다.

화가 난 김씨 역시 욕설로 받아쳤고, 곧 두 차량은 추월전을 벌였다. 5분간 약 1㎞ 정도를 달리며 아슬아슬한 질주가 이어진 끝에 부부가 탄 그랜저가 엑센트를 앞질렀다.

엑센트에 타고 있던 정형구(당시 36세)는 자신의 차가 추월당하자 격분했다. 고급 승용차를 타는 젊은 부부가 사업에 실패해 소형차를 타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갖고 있던 엽총을 꺼내 그랜저 운전자였던 남편 김씨를 향해 쐈다. '탕, 탕' 총성이 울렸고, 김씨는 머리에 총을 맞아 사망했다.


1999년 1월 19일. 강원 삼척시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한 비포장 도로에서 엽총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부에게 엽총을 쏜 정형구는 전과 6범, 이를 방조한 공범 한준희는 전과 5범이었다. 정형구가 쏜 총은 멧돼지 사냥에 주로 쓰이는 엽총으로, 탄환 여러 개가 흩어지도록 설계된 총기였다. /사진=KBS

1999년 1월 19일. 강원 삼척시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한 비포장 도로에서 엽총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부에게 엽총을 쏜 정형구는 전과 6범, 이를 방조한 공범 한준희는 전과 5범이었다. 정형구가 쏜 총은 멧돼지 사냥에 주로 쓰이는 엽총으로, 탄환 여러 개가 흩어지도록 설계된 총기였다. /사진=KBS


운전하던 김씨가 숨지자 그랜저는 이내 멈춰섰고, 이들을 따라오던 엑센트도 차를 세웠다. 총을 쏜 정형구와 엑센트를 운전하던 한준희(당시 33세)는 차에서 내려 그랜저를 향해 접근했다.

아내 장씨는 이들을 향해 "제발 남편을 살려달라"며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빌었지만, 정형구는 장씨가 보는 앞에서 김씨의 뒤통수에 총을 쏴 이른바 '확인 사살'을 했다.

남편이 살해되는 모습을 본 장씨가 악에 받쳐 달려들자, 정형구는 장씨에게도 총을 쏴 숨지게 했다. 장씨의 몸에선 20여군데 탄환 흔적이 발견됐다.


정형구가 쏜 총은 두꺼운 멧돼지 피부를 뚫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이탈리아 베넬리사의 엽총으로, 탄환 여러 개가 흩어지도록 설계된 총기였다. 이는 합법적으로 등록된 총기였다. 정형구는 꿩 사냥을 위해 범행 두 달 전인 1998년 11월 경찰서에서 총기를 반출한 상태였다.

정형구는 강도 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지갑에서 현금 80만원을 꺼내 챙겼고, 카메라 1대와 여행용 가방, 지갑 등을 인근 숲에 버렸다.


범행 은폐 위해 '목격자' 살해 시도…6개월 만에 사건 실마리

그러나 우연히 이 길을 지나던 인근 도로 공사 현장의 감리 책임자 A씨가 정형구 일당의 범행을 목격하면서 그의 계획이 틀어졌다.

사건 당시 인적이 드문 길을 지나가던 A씨는 정형구가 든 총기를 보고 급히 달아났고, 정형구는 그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A씨는 뒷머리에 총알이 스치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재빨리 달아나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A씨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범행 현장 일대에는 검문소가 설치됐다. 그러나 초동 수사가 혼선을 빚으면서 정형구와 한준희는 검문망을 빠져나갔다. 정형구는 범행에 쓰인 엽총을 다시 경찰서에 영치하고 동해 일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수사가 미궁에 빠진 사이, 정형구는 경기 수원시에서 생필품 도매업체 '선우종합무역'을 세워 직원 7~8명과 사업체를 운영했다.

사건 6개월 만인 1999년 7월 경기지방경찰청에 들어온 첩보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 "삼척 신혼부부 살인사건의 범인이 수원과 안산지역에 숨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한준희가 지인과 술자리에서 털어놓은 것이었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7월 6일 오전 1시30분쯤 수원의 한 호텔 앞에서 한준희를 붙잡았고, 5시간 후인 오전 6시쯤 호텔 안에서 자고 있던 정형구를 체포했다.


전과 6범 정형구 "추월해 순간 화났다" 자백…'심신 미약' 주장

1999년 1월 19일. 강원 삼척시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한 비포장 도로에서 엽총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부에게 엽총을 쏜 정형구는 전과 6범, 이를 방조한 공범 한준희는 전과 5범이었다. /사진=KBS

1999년 1월 19일. 강원 삼척시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한 비포장 도로에서 엽총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부에게 엽총을 쏜 정형구는 전과 6범, 이를 방조한 공범 한준희는 전과 5범이었다. /사진=KBS


정형구와 한준희는 범행을 자백했다. 정형구는 "김씨 승용차가 길도 안 좋은 곳에서 추월해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사업 실패로 경기도 수원, 대전, 강원도를 전전하는 생활을 하느라 범행 당시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2000년 1심 재판부는 살인, 살인미수, 절도 혐의를 받는 정형구에게 사형을, 살인 방조, 살인 미수 방조 혐의를 받는 공범 한준희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정형구는 강도·강간 등의 중범죄로 전과 6범인 상태였고, 한준희 역시 전과 5범이었다.

재판 당시 정형구는 "내겐 자식들이 있다. 생명을 연장해 달라"며 애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대법원은 2002년 7월 정형구와 한준희의 형을 확정했다.

2002년 전주지법 제2민사부는 사망한 부부의 자녀 2명이 정형구와 한준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각각 1억원씩 총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정형구는 돈이 없다며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한준희는 2005년 만기 출소했으며, 정형구는 26년째 사형수로 수감 중이다. 2021년 사형제 위헌 소원에 보조참가인으로 이름을 올린 정형구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임성근 음주운전 논란
    임성근 음주운전 논란
  2. 2검정고무신 성우 선은혜 별세
    검정고무신 성우 선은혜 별세
  3. 3장동혁 쌍특검 단식
    장동혁 쌍특검 단식
  4. 4이란 왕세자 북한
    이란 왕세자 북한
  5. 5정신우 셰프 별세
    정신우 셰프 별세

머니투데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