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금평의 열화일기] 17일 임영웅 서울 공연 리뷰…리메이크곡 거의 사라진 '창작의 산실'…임영웅은 그런 '스타'로 성장한다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임영웅의 2026 전국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사진제공=물고기뮤직 |
임영웅은 공연의 막이 오르자, 무대에 점프해서 올라왔다. 첫 번째 서울 공연(KSPO DOME)에선 배 위에서 등장했는데, 이번 두 번째 공연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선 '역동적인 멋'을 추가한 것이다.
'원더풀 라이프'로 시작해 '나는야 HERO', '런던 보이'까지 연달아 3곡을 부른 그는 컨트리, 폴카 같은 살짝 튀는 8비트 리듬으로 관객과 만났다. 산뜻한 출발이었다. 객석은 '찐팬'인 62번째 관람객부터 스페인, 대만,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온 팬들까지 아이돌 무대를 방불케했다.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전국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무대에서 임영웅은 드러내지 않아도, 왜 자신이 진정한 영웅인지에 대한 정체성을 실시간 확인하고 증명했다.
무대의 가장 압도적인 구성력은 스크린이었다. 고척스카이돔이 잴 수 있는 최대한의 가로 길이라는 걸 증명하듯 166m의 스크린을 내걸어 어느 자리에서도 무대 곳곳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스크린 하나만으로도 외곽 자리에서 나올 법한 티끌 같은 불만도 쉽게 잠재울 법했다. 여기에 밴드 7명, 혼섹션(트럼본, 트럼펫, 색소폰)을 포함한 오케스트레이션 7명, 코러스 5명 등 '모든 장르'를 소화할 연주 구성력까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무대의 진용을 갖췄다.
그렇게 보란 듯 이어진 세션은 재즈 넘버들이었다. 주요 관객층이 40~70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벼운 발라드나 익숙한 트로트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는 3곡 연속 재즈로 편곡한 발라드를 선보였다. 일반 팝과 달리, 2박과 4박에 강세가 있는 '리듬을 다스려야 하는' 재즈를 그가 손쉽게 다루는(?) 재능에서 가창의 진가가 새로 읽혔다.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임영웅의 2026 전국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사진제공=물고기뮤직 |
임영웅은 대중이 원하는 곡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쉽게 이끌려 다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의 무대 꼭짓점을 정확히 그린 뒤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 마치 히트한 리메이크곡을 얼마나 잘 부르는지 증명하는 가수가 아닌, 나만의 스타일로 해석한 창작곡이 어떻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실험하는 뮤지션의 길을 개척하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어떤 평가도 달게 받겠다는 각오로 무대에 임했다. 관객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 무대가 이미 익숙해졌는지, 그가 노래할 때 따라 부르거나 시선을 돌리지 않고 그가 선보이는 '새로움' 또는 '기발함'에 마음의 문을 열고 집중했다.
'비가 와서'를 부를 땐 탄성을 자아냈다. 지금까지 그를 수식하는 모든 찬사의 한결같은 정의를 수정해야 할 것만 같았다. 임영웅이 쓰고 만든 이 자작곡은 주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는 '대중적 이미지'의 그를 단박에 배반하는 비주류 인디밴드의 감성을 오롯이 담아내면서 그가 태어난 90년대 아날로그 감성의 완벽한 재연이라는 평가와 함께 브리티시 팝 같은 세련된 요소까지 덧입힌 아주 근사한 경험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런 형식의 곡이 그와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사실도 이 무대를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
임영웅은 공연 초반에 음정이 10분의 1이나 2정도 살짝 떨어지기도 했으나, 회복 탄력성 또한 빨랐다. '답장을 보낸지' '무지개' 같은 랩과 댄스가 수시로 등장하는 곡들에선 춤과 가창, 호흡이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고, '들꽃이 될게요' '히어로'처럼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극한의 가창'을 선보일 때도 제 포지션과 음정을 잃지 않았다.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임영웅의 2026 전국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사진제공=물고기뮤직 |
늘 그렇지만, 그의 가창은 서두르지 않았다. 막 지르는 가창력을 앞세우기보다 한 마디에 담긴 가사를 음미하며 해석하는 데 중심을 뒀다. 그에게 중요한 건 '고음'이 아니라 '서사'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곡을 꽤 많이 부르는 것도 시퀀서가 바뀌어 극적 서사를 유도하는 드라마같은 음악을 꿈꾸기 때문이다.
가창에 대한 그의 진정성은 마이크 사용에서도 드러났다. 수많은 가수들이 리버브(reverb, 잔향)를 통해 보컬의 단점을 보완하려 애쓰지만, 임영웅은 대화할 때를 제외하고 이 장치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순수한 가창력을 확인하는 것만큼 받을 수 있는 감동이 또 있을까.
임영웅은 이날 무대에서 2곡만 제외하고 어떤 리메이크곡을 부르지 않았다. 2곡도 모두 가사에 '의미'가 녹록지 않아 고른 넘버들이다. 30대에 이미 저 너머 인생을 바라보며 삶의 의미를 통찰하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팬들과 자신의 관계를 그린 '그대 그리고 나'가 전부다.
그렇게 그는 이 무대를 통해 두 가지를 지우고 있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르는 장르의 확장을 통해 '트로트'라는 장르에 묶인 한계를 벗어나려 했고, 오디션으로 시작했지만 리메이크곡에만 머무르는 복제 가수의 이미지를 내던졌다.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임영웅의 2026 전국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사진제공=물고기뮤직 |
무대에서 덤으로 받는 값진 보상은 역시 그가 던지는 메시지다. 최선을 다해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이 진짜 영웅이라든가, 마음에 짙게 남는 순간의 감정들이 결국 한곳에 모이는 게 그리움이라든가, 30대의 그를 60대가 배우는 절묘한 교감의 학습장이기도 했다.
"나는 여러분 만난 이후로 매일매일 생일이야" 겸손의 언어도, "팬클럽 '영웅시대'는 베테랑이니 앞뒤 모르는 이들끼리 서로 인사하시고 각자의 방식대로 (공연을) 즐겨주시길" 배려의 토닥임도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선물로 다가왔다.
중장년층은 왜 임영웅에게 '올인'할까. 노래도 노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마음에 담긴 응어리 한 조각, 또는 말 못 할 사연 등을 꿰뚫어 보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1인치 더 넓은 마음으로 위로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서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지럽고 복잡한 삶에 그가 내민 다음 문장. "에라 모르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져서 모든 게 잘 되더라." 그가 가수 너머 '무엇'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그가 1인치 성장할 때마다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새겨질 것 같다.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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