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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일본 금융청 장관 “금융, 리스크 안 지는 게 리스크”

서울경제 도쿄=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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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데키 前 금융청 장관 인터뷰
부동산 대출만으론 장기 수익 확보 어려워
가계→산업→가계 '투자 사슬' 구축해야


지난해 6월까지 일본 금융청 장관을 지낸 이토 히데키 KPMG 재팬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금융기관의 과도한 보수성이 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8일 도쿄 오테마치 KPMG 재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금융이 리스크를 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리스크”라며 “합리적으로 감수할 수 있는 위험까지 회피하면 수익성과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된다”고 강조했다. 이토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금융청 재직 시절이던 지난해 3월 발표한 ‘인공지능(AI) 디스커션 페이퍼’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리스크를 경계해 필요한 도전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와 금융권은 인공지능(AI)·반도체·우주·녹색전환(GX)과 같은 전략 산업 생태계 구축과 자금 공급 확대에 각자 힘을 쏟고 있다. 일본도 여전히 부동산 담보대출과 같은 법인?가계대출이 금융사의 주요 사업이지만 버블경제 붕괴와 금융위기, 장기 제로·마이너스 금리 환경을 거치는 과정에서 부동산 담보대출 이외의 기업 금융을 확대해왔다. 이토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부동산 담보대출만으로는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자금은 결국 산업 쪽으로 흘러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청은 가계 자금이 금융시장을 거쳐 기업·산업의 투자 재원으로 흘러가고 그 성과가 다시 임금·배당의 형태로 가계에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이른바 ‘투자 사슬(Investment Chain)’이다. 이토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자금이 단순히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성장 자금으로 흘러가고 그 성과가 다시 가계로 환원되는 구조를 중요하게 봐왔다”며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혁에도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결국 자금을 투입하는 최종 주체는 민간 금융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토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금융사들은 수익성이 없는 분야에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며 “정부가 보조금, 정책 금융을 투입하는 것으로 일정 부분 수익성을 올리면서 리스크를 낮추면 민간 금융의 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일 뿐 정부가 모든 프로젝트를 재정으로 떠안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민간 금융기관이 수익성과 중장기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리스크를 전혀 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토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금융사 내부의 평가·보상 체계 또한 리스크 감수 문화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전략 산업 프로젝트는 회수 기간이 길고 기술 의존도가 높아 일정 수준의 투자?대출 리스크가 있는데, 이를 단기 성과 중심으로 판단해 임직원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구조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기업 금융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리스크가 현실화됐다고 해서 평가를 크게 낮추고 치명적인 감점을 준다면 누가 리스크를 감수하겠느냐”며 “결국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조직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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