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병오년(丙午年), 이커머스 업계에 새로운 패권 경쟁의 막이 올랐다. 지난해 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그간 공고했던 시장 구도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멤버십 혜택 강화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앞세워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한 판촉 경쟁을 넘어, 이용자 데이터를 둘러싼 주도권과 플랫폼 충성도를 놓고 한층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이커머스 업계의 변화하는 경쟁 지형과 각사의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네이버는 이커머스업계에서 쿠팡과 견줄 만한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핵심 경쟁력은 유료 멤버십 ‘네이버플러스’다. 월 4900원(연간 이용권 월 3900원)의 구독료로 최대 5%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OTT서비스 넷플릭스 이용권과 오늘배송·새벽배송·희망일배송 등 세분화된 ‘N배송’ 서비스 그리고 택시 호출 플랫폼 우버까지 아우른다.
그간 쿠팡 멤버십을 위협할 만한 적수가 없던 상황에서 네이버의 멤버십 전략은 업계 판도를 흔들만한 변수로 부상했다.
네이버, 쿠팡 사태 최대 수혜자?
네이버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앱 설치 수는 전달보다 18만5000건이 늘어난 78만8119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쿠팡의 그것은 전달보다 12만 건 정도 증가한 52만6834건으로 집계됐다.
실제 쿠팡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12월 기준 네이버의 N배송 상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76%, 주문 건수는 85% 증가했다. 특히 주문 당일 또는 익일 배송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생활·건강, 스포츠·레저 카테고리에서는 거래액과 주문 건수 모두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공산품 분야에서의 빠른 배송 경쟁력이 주효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신선식품은 대체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공산품은 선택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업체들이 신선식품 중심 전략을 강화해온 점도 네이버의 공산품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쿠팡이 혼란을 겪는 사이 네이버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연말에는 시즌 인기상품 반값 판매, 기본 5%에 추가 3%를 더해 최대 8%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쇼핑 혜택을 확대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브랜드 파트너스와 함께 제휴 이벤트를 준비하며 소바지 유입을 일으켰다.
새해 들어서는 ‘N배송’ 서비스, 온라인 프리미엄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 럭셔리 브랜드를 모은 ‘하이엔드’ 등 주요 서비스에서 4종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쿠팡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알럭스 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특히 네이버 멤버십 이용자는 하루 최대 9만 원 상당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최근 쿠팡이 제시한 5만 원 수준의 고객 보상안과 비교해 체감 혜택이 크다는 평가다. 서비스 경험 확대를 통해 ‘락인효과’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1위 턱밑까지 추격…시장 재편 가능성
네이버의 영향력 확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5년 한국 시장에서 출시한 이키머스 앱 중에서 네이버플러스스토어가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기업 센서타워(Sensor Tower)가 낸 보고서에 의하면 네이버플러스스토어는 지난해 3월 출시 첫날 구글 플레이(Google Play)와 앱 스토어(App Store)에서 동시에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3~5월 중 약 60일 동안에는 구글 플레이 다운로드 종합 1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한국 전체 모바일 앱에서도 다운로드 기준 1위에 오르며 챗GPT를 앞질렀다.
2025년 3~9월 네이버플러스스토어의 한국 사용자 구성에서 성별로는 여성이 58%를 차지했다. 연령에선 25~44세가 71%를 차지한 가운데 특히 35~44세가 41%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커머스업계의 핵심 소비자층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점유율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은 22.7%, 네이버는 20%다.
약점으로 지적돼 온 신선식품 부문은 컬리와의 협업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 프리미엄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컬리N마트’는 지난해 9월 오픈 이후 한 달 만에 거래액이 50% 이상 증가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12월 컬리N마트 구매자의 80% 이상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사용자였으며 그중 70% 이상이 3040세대였다. 멤버십 사용자의 재구매율은 비멤버십 대비 약 두 배 높았고, 반복 구매 횟수도 5배 이상 많았다.
쿠팡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긴 현재, 네이버는 단순한 대안이 아닌 ‘패권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배송과 상품, 멤버십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전략은 고객의 선택을 바꾸고, 시장의 무게추를 흔들고 있다. 올해 이커머스시장은 네이버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커머스시장에선 ‘쿠팡을 대체할 곳은 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전제가 깨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네이버는 기술·트래픽·멤버십을 모두 갖춘 만큼 올해 이커머스시장 재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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