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함영주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금리인하 국면과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거시경제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0.7%, 당기순이익은 8.4%가량 늘어날 것으로 나타나며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당기순익 4조 클럽 가입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그러나 함영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과거의 성공 방정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내며, 은행과 비은행 전 부문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은행은 생산적금융 프로젝트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IB부문을 강화하고, 초고령화 가속에 맞춰 퇴직연금 및 자산관리(WM) 부문에 힘을 더해 영업력 제고를 꾀한다.
더 나아가 함 회장은 점점 은행 의존도가 심화되는 그룹 전체의 순이익 구조를 지적하며, 비은행부문의 실적 개선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를 위해 지주 차원에서 비은행부문 강화를 전담하는 ‘지속성장부문’을 신설해 혁신을 주도하도록 했다.
작년 순익 8.4% 성장 예상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의 연간 영업이익은 5조3779억원, 지배주주 기준 당기순이익은 4조553억원 규모일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0.7%, 당기순이익은 약 8.4%가량 늘어난 수치다. 컨센서스대로 이뤄질 경우 하나금융은 사상 첫 당기순이익 4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고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급등하며 증시가 활성화돼 관련 파생이익이 늘어나는 동시에 자산관리(WM) 등 비이자수익이 확대된 것이 비결로 꼽힌다.
이미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작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433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5%(2080억원)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실적이 두드러졌다. 작년 3분기 하나은행은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3조 1333억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7%(3,525억원)나 증가한 수치다.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3.4%(3198억원)나 증가한 1조 569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매매평가이익이 전년대비 53.5%나 늘어난 1조357억원을 기록한 것이 주효했다.
그룹의 핵심이익은 이자이익 6조7803억원과 수수료이익 1조6504억원을 합한 8조4307억원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 3.8%(3058억원) 증가했다.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74%다.
BNK투자증권 김인 연구원은 "2026년에도 법인세 1%p 550억원 및 교육세 0.5%p 1100억원 추가 반영과 ELS(주가연계증권) 과징금 가정에도 이자이익 증가와 대손충당금전입 감소로 전년도와 유사한 최대실적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같은 기간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비이자이익은 2조2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2210억원) 늘었다. 매매평가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5%(1828억원) 증가한 1조1195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과 외환파생 관련 트레이딩 실적이 증대됐다. 같은 기간 수수료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7%(1029억원) 늘어난 1조6504억원을 시현했다. 투자금융 확대에 따른 인수주선·자문수수료와 퇴직연금·방카슈랑스·운용리스 등 축적형 수수료가 늘었다.
유망 기업 선별 강조, IB·WM 개편
문제는 4분기다. 금융당국이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에 대한 은행의 적극적인 출연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약 3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홍콩 ELS 관련 과징금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아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 김지원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지주의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으로 컨센서스보다 7% 낮은 8880억원을 전망했다. 상상인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도 하나금융의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신년사에서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함 회장은 “은행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증권사가 등장하고, IRP 계좌의 증권사 이탈은 이미 일상화됐다”며, “IMA 등 새로운 상품의 등장은 은행에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으며, 가계대출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또 “기업대출과 투자 부문에서는 옥석을 가려낼 혜안이 요구되고 있다”며, “그룹의 맏형으로서 제 역할을 해온 은행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하나금융그룹은 투자 중심의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기존 시너지부문 산하의 CIB본부를 ‘투자금융본부’와 ‘기업금융본부’로 분리 및 확대 개편해 새롭게 신설된 ‘투자/생산적금융부문’으로 재편했다.
하나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되는 생산적금융 전담 조직에 컨트롤 타워 기능을 부여키로 했다. IB그룹 산하에 기존 투자금융본부를 ‘생산적투자본부’로 재편하고, ‘생산적투자본부’ 에 편성되는 ‘투자금융부’에서 국민성장펀드 참여 및 첨단산업 지원 등 신속하고 체계적인 생산적 금융 추진을 위한 총괄 기능을 담당한다.
여기에 기존 사업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퇴직연금·외환·트레이딩 등 핵심사업 강화를 위해 각 사업조직도 재편했다. 시니어 세대 등 퇴직연금 손님의 자산관리 니즈 증대에 따라 기존 연금사업단을 ‘퇴직연금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그룹 내 ‘퇴직연금사업본부’와 ‘퇴직연금관리부’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등 자금 운용 관련 업무의 효율성 제고 및 영업력 강화를 위해 자금시장그룹 내 ‘S&T(Sales&Trading)본부’가 신설된다. ‘S&T본부’는 외환시장 선진화에 발맞춰 해외 기관의 국내 금융시장 참여 관련 지원 기능을 적극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지주 ‘지속성장부문’ 신설
은행 부문의 순항에 비해 비은행부문의 부진이 길어지는 것은 하나금융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함 회장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본업 경쟁력 강화와 리테일 확대 과제의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함 회장은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실행력 강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조직 전반에 만연한 무관심과 무사안일을 타파하고, 위기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절박함으로 변화 속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작년 3분기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기여도는 전년동기 대비 줄어든 13%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나캐피탈은 전년대비 무려 47.1%나 순이익이 쪼그라들었고, 주력 비은행 계열사인 하나증권(-6.7%)과 하나카드(-7.8%) 등도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하나손해보험에 2000억 규모 유상증자 추진 등으로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며, “일시에 회복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비은행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2027년쯤 되면 턴어라운드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나금융이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차원의 비은행 강화 전략을 속도감 있게 실행하기 위한 ‘지속성장부문’을 신설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해당 부문의 수장은 하나은행의 리딩뱅크 경쟁을 이끌었던 이승열 부회장이 도맡으며 하나금융의 비은행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다만 부진한 실적을 이유로 CEO가 교체되는 일은 없었다. 전쟁 중 장수를 교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따라, 하나금융은 이번 계열사 CEO 인사에서 임기가 만료된 CEO 7명 중 6명을 연임 추천하며 각 CEO들의 업무연속성과 경영 전문성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일하게 하나F&I의 대표만 이은배 전 하나은행 영업지원그룹 부행장으로 교체됐는데, 이은배 대표는 오랜 여신심사 경력을 보유한 ‘현장 중심 영업’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하나에프앤아이는 다양한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를 통하여 금융기관 자산건전화 및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회사로, 그룹 전체의 생산적금융 프로젝트 이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위치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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