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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경쟁구조로 바꾸고…실거주검증 제도화·추첨제 확대 필요”[only 이데일리]

이데일리 박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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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제도 대수술 절실]②
부동산 전문가 3인 ‘청약제도 이렇게 손질하자’ 제언
2030세대 불리한 구조 해소하려면
청년은 청년끼리 경쟁시켜야 가능
함께사는 20대 자녀, 독립가구로 보고
미성년·65세 이상만 부양가족 인정을
청년·생애최초·신혼부부 위해
특공물량 중심으로 제도 바꿔야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위장전입 등 부정청약 논란이 반복되면서 현행 청약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위장전입 의혹은 고위 공직자 개인의 일탈 논란을 넘어,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청약제도가 현재의 인구·가족 구조와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를 드러낸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청약제도의 ‘가점제’가 현실과 괴리가 가장 크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청약 가점, 생애주기 비슷한 세대끼리 경쟁시켜야

이데일리가 부동산 전문가 3인에게 반복되는 부정청약 논란의 원인과 개선방안에 대해 묻자 전문가들은 모두 현행 청약제도의 핵심인 가점제가 세대 간 형평성 논란 등 갈등을 부추기고 나아가 위장전입 등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를 주요 평가 항목으로 삼고 있다. 장기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고 통장을 오래 보유할수록 점수가 누적되는 구조인 데다,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가점이 크게 올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구조적으로 40대 이상 중장년층에 유리하고, 청년층은 진입 단계부터 경쟁에서 밀려난다.

더 큰 문제는 중장년층 내부에서도 가점 경쟁을 하기 위해 부양가족 수를 늘리기 위한 위장전입 등 편법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실제 청약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을 포함해 최소 7명이 한 세대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는 핵가족화로 1-2인 가구가 보편화 된 현재의 가족 구조와는 괴리가 크다.

이런 가운데 세대 간 경쟁이 아닌 세대끼리 경쟁하는 구조의 청약 가점제를 재설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 교수는 “전체 청약 물량을 전세대가 한꺼번에 경쟁하도록 하는 방식 대신, 연령대별 무주택자 규모에 맞게 물량을 나눈 뒤 같은 연령층끼리 경쟁하게 해야 한다”며 “청년층은 청년층끼리, 중장년층은 중장년층끼리 가점을 매기면 출발선 자체가 다른 세대 간 경쟁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청약 통장을 가진 무주택자 가운데 30대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면, 청약 주택 공급 물량의 40%를 30대 몫으로 먼저 배정한 뒤 그 안에서만 가점 경쟁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무주택 기간이나 부양가족 수에서 불리한 세대도 자신과 비슷한 조건의 연령대 안에서 경쟁할 수 있어 제도 체감 공정성이 높아질 수 있단 취지다.

변화한 시대에 맞게 부양가족 기준의 현실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권 교수는 “20세 이상 성인 자녀는 동거 중이라도 독립 세대로 보고, 미성년 자녀와 65세 이상 고령 부모만 부양가족으로 인정하는 등 명확한 선을 그어두면 현재 편법으로 많이 이용되는 위장전입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류와 현실 괴리 커…실거주 검증 방식 제도화해야”

특히 위장전입·위장이혼 등 부정청약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서류상 주민등록 세대 기준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청약제도의 구조적 한계도 지목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부양가족 수를 늘리기 위해 주민등록 서류상 세대를 합치거나, 청약을 위해 세대 분리를 하고 혼인신고를 미루는 행태가 이제는 예외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퍼져 정상적인 가족 형성과 주거 이동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민등록 기준의 왜곡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김 실장은 “지역에 따라 주민등록 서류상 세대 수와 실제 가구 수가 크게 어긋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청약 선호 지역일수록 세대 수가 과도하게 많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특히 20~30대 청년층은 세대분리를 하지 않으면 청약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김 실장은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더라도 독립을 준비하는 연령대라면 청약 기회를 줘야 하는데, 현재는 세대주가 되기 위해 주민등록만 이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역시 제도가 만들어낸 위장전입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주택 수급 상황이나 수요가 극명하게 다른데도 동일한 청약 기준을 적용하는 것 역시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서울은 청약 과열,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에서 같은 배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했다.

그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 시장을 운영하려면, 실거주 판단 기준과 검증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 최근 건강보험 요양급여 이용내역 기반 거주지 검증 방법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보다 면밀한 검증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20년 전 만들어진 배분 규칙을 지금의 인구 구조와 주거 현실에 맞게 전면적으로 재점검할 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별공급 물량 대폭 늘리고 추첨제 중심으로 바뀌어야”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도 “현재 청약제도는 4인 가구, 결혼과 출산을 전제로 한 생애주기 모델을 기반으로 설계됐지만 지금의 주택 수요 핵심은 1·2인 가구, 비혼·무자녀 청년 단독 가구로 이미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양가족 수는 소득이나 자산 여력과의 상관관계가 낮은 지표임에도, 여전히 실수요자 선별 기준으로 과도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그 결과 실제 주거 수요와 제도 설계 사이의 괴리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런 문제점의 대안으로 ‘특별공급’ 구조 재설계를 제안했다. 현재 청년·생애최초·신혼부부는 특별공급이라는 예외적 틀에 묶여 전체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이를 대폭 늘려 청약제도의 중심축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추첨제 중심의 청약제도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예컨대 가구 요건을 2인 가구 수준으로 낮추거나, 연령·자녀 수 기준을 최소화한 뒤 최소 요건 충족자를 대상으로 완전 개방형 추첨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그는 “가점제는 결혼·가족 중심 설계라는 한계가 분명해진 만큼, 추첨제를 통해 출발선의 불평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가 주택에 대한 청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 대안으로는 ‘지분형 청약’이라는 보다 급진적인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송 소장은 “청년들이 40억~50억 원짜리 강남 아파트를 통째로 소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일부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이라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며 “주택을 토큰증권(STO) 형태로 분할해 지분 단위로 청약·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민법과 주택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당장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고, 장기적인 제도 혁신 차원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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