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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대 1 경쟁률 뚫고 데뷔… 납북 위기서 탈출 배우 윤정희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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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2023년 1월 19일 79세
1977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납북 위기에서 무사히 탈출한 백건우·윤정희 부부. 아이는 딸 진희씨. /연합뉴스

1977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납북 위기에서 무사히 탈출한 백건우·윤정희 부부. 아이는 딸 진희씨. /연합뉴스


배우 윤정희(1944~2023)는 영화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1966년 영화 ‘청춘극장’ 주인공 오유경 역 공개 오디션에서 1200대 1 경쟁률을 뚫었다. 당시 신문은 “A급 개런티 50만원의 ‘제2의 남정임’”이라고 전했다.

“남정임에 이은 50만원 개런티의 신인 배우 제2호가 새로 탄생했다. 고 김내성 원작 ‘청춘극장’의 여주인공 오유경 역을 맡을 윤정희 양-스물한 살, 광주 조선대 영문과 1학년, 여섯 남매 가운데 맏딸이다. 석 달 전 합동영화사가 공개 콘테스트를 통해 주역 뉴페이스를 모집한다고 발표하자 1202명의 젊은 남녀가 응모했다.”(1966년 6월 28일 자 조간 6면)

1200대1의 뉴페이스 윤정희. 1966년 6월 28일자 6면.

1200대1의 뉴페이스 윤정희. 1966년 6월 28일자 6면.


1967년 1월 개봉한 영화 ‘청춘극장’은 20만6000명이 관람하며 그해 흥행 1위에 올랐다. 윤정희는 대종상 신인상을 탔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앞으로는 내 목소리의 녹음으로 기어이 여우주연상을 따리라 하고 마음먹었답니다.” 윤정희는 1967년 한 해에만 ‘청춘극장’을 비롯해 30여 편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올해 신정 프로로 개봉되었던 강대진 감독의 ‘청춘극장’으로 첫선을 보인 뒤 꼭 한 해 동안에 30여 편의 히로인 역을 맡아왔고 현재 ‘순애보’(김수용), ‘옥비녀’(강대진), ‘찬란한 슬픔’(전조명), ‘감자’(김승옥) 등 10작품에 출연 중인 윤양은 선배들과 나란히 서기 위한 경쟁 의식과 투지 때문에 피곤을 모른다고 했다.”(1967년 12월 10일 8면)

대종상 신인상 윤정희. 1967년 12월 10일자 8면.

대종상 신인상 윤정희. 1967년 12월 10일자 8면.


윤정희는 1960~70년대 남정임·문희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를 이루는 대스타로 발돋움했다. 바라던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1971년 대종상, 1972년 청룡영화상, 1973년 부일영화상, 1974년 청룡영화상 등 여러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윤정희는 1970년 새해를 맞아 조선일보 ‘여류 스타 방담’에서 배우를 하는 동안은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방담에는 패티김, 최은희, 김지미, 윤정희, 김상희, 안인숙 등 당대 최고 스타가 함께했다.


새해 새 아침 여류 스타 방담. 1970년 1월 1일자 3면.

새해 새 아침 여류 스타 방담. 1970년 1월 1일자 3면.


“한 가지 틀림없는 일은 배우 생활 중엔 결코 시집 안 가겠다는 것… 우선 배우와 가정주부와의 양립이 어려워서 곤란할 거예요. 철야 촬영으로 집을 비우는 아내가 어떻게 남편을, 특히 남편이 영화인이 아닐 경우,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또 이해를 바랄 수 있겠어요?”(1970년 1월 1일 자 3면)

윤정희는 1970년대 10년간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1976년 3월 14일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했다.

결혼 1년여 후 윤정희·백건우 부부는 북한에 납치될 뻔한 일을 겪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재불 화가 이응로의 아내 박인경이 스위스 부호가 피아노 연주를 원한다고 유인해 유고슬라비아까지 갔다가 미 영사관으로 탈출해 납치를 면했다.


북한 피랍 중 극적 탈출. 1977년 8월 3일자 7면.

북한 피랍 중 극적 탈출. 1977년 8월 3일자 7면.


“파리에 살고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씨(31)와 부인 윤정희씨(33) 및 생후 5개월 된 딸 진희 양 등 일가족 3명이 지난달 29일 북괴에 유인돼 공산 유고슬라비아까지 갔다가 미국 영사관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탈출, 24시간만에 파리로 돌아왔다. 백씨 일가는 재불 화가 이응로씨의 부인 박인경씨(51)의 주선으로 박씨와 함께 스위스 취리히로 초청 연주하러 갔다가 유고까지 유인됐었다.”(1977년 8월 3일 자 조간 7면)

윤정희는 한 달 후 일시 귀국해 조선일보 송지영 논설위원과 인터뷰에서 이응로·박인경 부부를 언급하며 “인간이 무서워 어떻게 살아요. 정말 소름이 끼쳐요”(1977년 9월 4일 자 4면)라고 했다. 훗날 윤정희·백건우 납치 미수 사건은 “김정일이 직접 지시”한 일이라고 탈북한 김정일 처조카 이한영이 증언했다.(1996년 2월 15일 자 47면)

윤정희 납치, 김정일이 직접 지시. 1996년 2월 15일자 47면.

윤정희 납치, 김정일이 직접 지시. 1996년 2월 15일자 47면.


윤정희는 이후에도 영화 활동을 이어갔다. 1994년 영화 ‘만무방’으로 대종상 여우주연상, 2010년 16년 만에 출연한 영화 ‘시’로 대종상·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만년에는 5년여간 알츠하이머를 앓았다. 외동딸도 알아보지 못하는 중증이었다. 윤정희 보호를 두고 가족과 친정 동생들 간 논란도 빚어졌다. 윤정희는 2023년 1월 19일 파리에서 별세했다. 남편 백건우는 “제 아내이자 오랜 세월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윤정희가 딸 진희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꿈꾸듯 편안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2023년 1월 21일 자 A25면)고 전했다.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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