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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몰아넣고 딜… '관세왕' 패턴 읽은 월가, 브레이크는 없다

머니투데이 뉴욕=심재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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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파괴·고립주의, 불확실성 조장에도 실리 추구 해석
뉴욕증시 연일 사상 최고… 시장이 정책 면죄부 주는 꼴

"나는 관세 왕(The Tariff Kin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년(20일)을 나흘 앞둔 16일(현지시간)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이 문구는 2026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될 전망이다. 한국을 포함해 동맹 여부와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거나 그린란드 매입·병합문제를 지렛대로 유럽 우방 8개국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동맹파괴'와 '고립주의 회귀' 등의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뉴욕증시는 역설적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고쳐 쓰고 있다. S&P500지수가 역대 처음 7000선을 넘어설 상황이고 나스닥종합지수도 최고치 기록을 이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한 도박에 월가가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리스크보다 '자원패권' 실리 베팅"


월가의 대형 IB(투자은행)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철저한 실리추구'로 해석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와 그린란드 압박이다. 미군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직후 시장은 에너지·인프라기업의 주가상승에 베팅했다.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출렁였지만 셰브론, 엑손모빌, 할리버튼 등의 주가는 3~7% 상승했다. 베네수엘라가 확인매장량 기준 세계 최대수준인 3000억배럴의 원유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정치적 혼란보다 통제권 이전 이후의 재건특수와 공급확대 가능성에 주목한 셈이다.

월가의 한 수석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단기적 외교 충격보다 베네수엘라의 원유통제권 재편에 미국 기업이 참여할 경우 발생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건특수와 유가하락에 더 주목한다"고 했다. 그린란드 관세위협 역시 마찬가지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린란드 문제는 단순히 영토매입 논란이 아니라 북극항로 통제와 희토류·우라늄 등 천연 전략자원 확보,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 완성이라는 복합적 경제·안보 프로젝트"라고 규정했다.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DC 로이터=뉴스1




'트럼프풋' 학습효과…"불확실성마저 수익모델로"


시장이 관세폭탄 예고에도 담담한 또다른 이유는 학습효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관세위협으로 공포를 조성한 뒤 상대의 양보를 이끌어내 극적인 '딜'(거래)을 성사시키는 패턴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트럼프풋'(Trump Put) 경험이다.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위협 역시 그린란드 매입협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OTO·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에너지 수입계약 확대 등 실질적인 양보를 이끌어낼 협상용 카드로 보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가 의회의 조세권한을 침범했는지를 심리 중인 연방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릴 경우 관세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월가는 이런 불확실성마저 '헤지' 대상으로 계산하는 모양새다. 웰스파고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한다면 기업들의 마진이 즉각 개선돼 S&P500 기업이익이 2.4%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가 유지되면 방산·에너지·자국우선주의 수혜주에, 무효화되면 유통·소비재·기술주에 베팅하는 양방향 전략이 이미 가동 중이다.

월가의 결론은 단순하다. 동맹의 균열이나 도덕적 비난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기업의 실적이다. 이런 인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질주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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