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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 “반정부 시위로 사망자 5000명 달해”

조선일보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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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도 수천 명 피살 첫 인정
“미국이 자행”… 책임은 떠넘겨
지난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979년 이슬람 신정(神政) 세력이 집권한 뒤 이란에서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5000명에 이른다는 이란 당국의 집계가 나왔다. 로이터는 18일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까지 사망자가 최소 5000명이며 이 중 500명은 치안 인력이라고 전했다.

이란 당국과 수뇌부는 대규모 사망자 발생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참사의 책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전날 X에 “수천 명이 살해됐으며, 무장한 요원들은 해외에서 반입한 무기로 민간인을 공격했고, 세 살배기 여아도 희생됐다”며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요원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썼다.

하메네이 역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사망자 속출의 원인이 된 강경 유혈 진압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과 서방 탓으로 돌린 것이다. 하메네이는 “미국 대통령은 폭도들에게 군사적 지원을 약속하며 이번 사태에 직접 가담했다.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소요 사태는 미국이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며, 이란을 집어삼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드러난 사례”라고도 했다. 시위에 서방이 개입돼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반미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정부가 최근 기관총, 드론, 저격수까지 동원한 무차별 유혈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는 잦아든 모습이다. 이란은 지난 8일부터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고, 현재 국제망 접속을 영구적으로 봉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등 권위주의 열강이 방관하고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중동 추종 세력들도 축출되거나 쪼그라든 상황에서 이란 집권 세력 입지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는 이란의 정권 교체까지 언급하며 하메네이를 압박했다. 트럼프는 17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하메네이를 ‘병든 사람’이라고 부르면서 “이제 이란에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이란 지도자들은 억압과 폭력에만 의존해 나라를 통치한다”며 “리더십은 존중에서 나오는 것이지 공포나 죽음을 통해 얻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를 독려하고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트럼프가 직접 개입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의 군사 작전을 기대했던 일부 이란인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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