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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클로즈업] 균형 잃은 '가요무대', 전통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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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와 공공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41년' 장수 프로그램
'팬덤 선택' 오디션 가수들 독주, '시청자 외면' 부를 수도




'가요무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최근 아쉬움이 짙게 배어난다. 무대의 중심이 점점 오디션 출신 라이징 스타들로 쏠리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KBS

'가요무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최근 아쉬움이 짙게 배어난다. 무대의 중심이 점점 오디션 출신 라이징 스타들로 쏠리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KBS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KBS1 '가요무대'는 단순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다. 85년 첫 방송 이후 41년 동안 이어져 온 이 무대는 한국 대중가요사의 한 페이지이자, 중장년 시청자들에게는 삶의 기억과 시간을 함께 건너온 동반자였다. 한때 시청률 16%를 넘기며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입증했고, 지금도 시청률 수치와 상관없이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요무대'의 진짜 힘은 숫자가 아니라 공감이다. 원로 가수의 굵은 목소리에서 청춘의 풍경을 떠올리고, 중견 가수의 무대에서 인생의 한 굽이를 되짚으며, 신인과 무명 가수의 떨리는 첫 무대에서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로·레전드·중간급·신인·무명 가수가 조화를 이루는 황금 분할은 '가요무대'만이 지닌 독보적인 색깔이었다.

최근 '가요무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난다. 무대의 중심이 점점 오디션 출신 라이징 스타들로 쏠리면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정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배출된 가수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팬덤을 확보한 얼굴들이 무대를 장악하면서, 원로 가수와 무명 가수들에게는 아예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공영방송의 장수 프로그램은 트렌드를 좇기보다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한 시대를 버텨온 노래와 사람, 그리고 이름 없이 노래해온 이들의 삶을 비추는 역할은 국민 공영방송 KBS라서 가능한 일이다. /KBS

공영방송의 장수 프로그램은 트렌드를 좇기보다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한 시대를 버텨온 노래와 사람, 그리고 이름 없이 노래해온 이들의 삶을 비추는 역할은 국민 공영방송 KBS라서 가능한 일이다. /KBS


◆ 원로·레전드급·중간급·신인·무명 가수 조화 '황금 분할'

이런 변화는 가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들의 불만 역시 적지 않다. '가요무대'에서 기대하는 것은 최신 트렌드나 화제성 경쟁이 아니다. 오히려 활동이 뜸했던 원로 가수를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래를 원곡자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감동, 그리고 이름 없는 가수의 절박한 무대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다. 이런 '가요무대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편중이다. 오디션 출신 가수들이 모두 잘못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력도 있고 대중성과 스타성을 겸비한 얼굴들이 '가요무대'에 오르는 것은 충분히 자연스럽다. 다만 한쪽으로 치우쳐 균형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에선 아쉬움이 교차한다. 특정 출신 배경이 반복 노출되면서 무대의 색깔은 단조로워졌고, 프로그램이 지녀야 할 역사성과 다양성은 희미해졌다.


'가요무대'가 지켜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다. 지금이라도 원로와 레전드급 가수, 중견 가수, 신인과 무명 가수가 어우러지는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오는 이유다. /KBS

'가요무대'가 지켜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다. 지금이라도 원로와 레전드급 가수, 중견 가수, 신인과 무명 가수가 어우러지는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오는 이유다. /KBS


◆ 대중성에 기댄 라이징스타 편중, '가요무대다움' 상실

이런 결과는 결국 불만과 잡음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인지도가 있는 중견 가수들조차 출연 기회를 잡기 어려워졌고, 무명 가수들은 아예 문턱을 넘기 힘든 구조로 왜곡됐다. '가요무대'가 오디션 출신 가수들의 또 다른 홍보 창구로 인식되는 순간,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지켜온 충성도 높은 전통 트로트 팬들과 중장년 시청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명가수를 거쳐 수십년 인기사다리를 타고 가요계 피라미드를 지탱해온 대다수 기성가수들도 마찬가지다. 오디션 출신 가수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탄생한다. 히트곡 없이 단기간에 주목받은 대중적 인지도만으로 '가요무대'를 장악하면, 그들 역시 새로운 라이징스타들에게 밀려날 수 밖에 없고, 이런 사이클 반복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로·레전드급·중간급·신인·무명 가수가 조화를 이루는 '가요무대' 출연진의 황금 분할이 무너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미스트롯' 원조, 시즌1 출신 가수들(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유비, 강예슬, 정다경, 두리, 숙행, 홍자, 김나희, 김소유, 송가인, 박성연, 김희진, 정미애). /더팩트 DB

원로·레전드급·중간급·신인·무명 가수가 조화를 이루는 '가요무대' 출연진의 황금 분할이 무너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미스트롯' 원조, 시즌1 출신 가수들(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유비, 강예슬, 정다경, 두리, 숙행, 홍자, 김나희, 김소유, 송가인, 박성연, 김희진, 정미애). /더팩트 DB


화려함 보다 '낡음' 속에 담긴 '가요무대' 존재감 빛나

그런데 행여라도 제작진이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의식해 팬덤을 가진 오디션 출신 가수들에게 무게를 싣고 있다면, 이는 단기적 선택일 뿐 장기적으로는 위험한 판단이다. '가요무대'의 시청자들은 충성도가 높지만, 동시에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민감하다. 전통 트로트의 뿌리를 지우고, 향수와 추억을 걷어낸 '가요무대'는 더 이상 '가요무대'가 아니다.

공영방송의 장수 프로그램은 트렌드를 좇기보다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유행의 파도는 다른 무대에서도 충분히 탈 수 있다. '가요무대'가 지켜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다. 한 시대를 버텨온 노래와 사람, 그리고 이름 없이 노래해온 이들의 삶을 비추는 역할은 국민 공영방송 KBS라서 가능한 일이다.

41년의 시간은 아무 프로그램이나 얻을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낡아 보일지라도 괜찮다. 그 '낡음' 속에 '가요무대'가 존재해온 이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원로와 레전드급 가수, 중견 가수, 신인과 무명 가수가 어우러지는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가요무대'가 전통의 이름값을 증명하고 이어가는 것은 결국 제작진의 몫이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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