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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이런 경찰을 국민이 어떻게 믿나

조선일보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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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하는 모습./뉴스1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하는 모습./뉴스1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14개 혐의를 받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사에서, 경찰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듯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경찰이 김 의원 자택 등 6곳을 압수 수색한 주 목적은 김 의원이 중요 물품을 보관했다던 가로·세로·높이 약 1m 크기의 개인 금고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이 핵심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수사 지연이 낳은 당연한 결과다. 작년 11월 초 탄원서 접수 후에도 경찰은 정치인이 연루된 주요 사건을 두 달간 배당조차 안 했다. 압수 수색은 배당 후 2주가 지나서 이뤄졌다. 증거를 빼돌리거나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황당한 헛발질은 이게 끝이 아니다. 경찰은 김 의원 차남의 숭실대 편입 의혹도 수사 중인데, 압수 수색 영장에 이를 적시하지 않아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도 확보하지 못했다. 또 김 의원의 아이폰은 압수했지만 비밀번호를 받아내지 못해 수사가 막혀 있다. 대한민국 경찰의 무능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김 의원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처리 과정은 더 심각하다. 이미 2024년 서울 동작서에 접수됐지만, 사실상 두 달도 안 돼 내사를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당시 동작서장과 통화하고, 자료까지 전달받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수사 외압이자 직권남용 의혹이다. 그런데 경찰은 자신들의 조직이 농락당한 이 사건마저 배당 후 2주를 끌다 겨우 관계자를 소환했다. 동작서는 아예 압수수색도 않고 있으니, 수사 의지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경찰의 노골적 뭉개기는 민주당 인사들이 연루될 때마다 반복돼 왔다. 2021년 이용구 전 법무차관이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했을 때 경찰은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 이 전 차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탁한 인물이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사건 때도 경찰은 성추행 유무 판단을 회피했고, 2019년 조국 사태 초기에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성남FC 사건에서는 당시 민주당 대표이던 이재명 대통령을 서면 조사만 하고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민주당 앞에만 서면 ‘선택적 무능’에 빠지나?

오는 10월이면 검찰청이 폐지되고 경찰이 우리나라 수사의 대부분을 맡는다. 경찰이 70여년간 염원해 온 수사·기소 분리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인사 앞에선 어김없이 실수하고, 증거를 놓치고, 시간을 끈다. 이런 경찰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안심하고 수사를 맡길 수는 있을까?


김 의원 사건은 검찰청 폐지가 얼마나 섣부르고 위험한 발상인지 보여준다. 경찰이 이렇게 정치 권력의 눈치나 보는 조직으로 전락한다면, 대한민국의 법치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김 의원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편파 수사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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