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문학 열풍은 2011년 3월, 스티브 잡스가 사용한 슬라이드 한 장에서 시작됐다. 잡스는 애플의 정체성을 기술(Technology)과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의 융합으로 설명했다. 이때 언론이 리버럴 아츠를 인문학으로 보도하자, 인문학 서적이 주목받고 기업들은 앞다퉈 인문학 특강을 열었다. 하지만 리버럴 아츠를 단순히 인문학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새해에도 계속되는 우리 산업의 어려운 현실은 아마도 이런 언어의 오해도 한몫하는 것 같다.
리버럴 아츠는 중세 대학이 기본 소양으로 가르친 문법, 수사학, 논리학, 기하학, 산술, 음악, 천문학 등 일곱 과목을 말한다. 이를 ‘자유 7과’라고 한다. 인문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이 원한 것은 문·이과 통합형에다 예체능까지 겸비한 르네상스형 인재였다. 새로움을 창조하는 자유로운 인간이 목표였기에, 리버럴 아츠는 전문직 실무 교육과 대비됐다. 대표적인 직업 교육은 법학과 의학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리버럴 아츠의 영향인지, 법학과 의학은 학부를 졸업해야 갈 수 있는 대학원 과정으로 정착됐다.
리버럴 아츠를 볼 수 있는 좋은 예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여기서 라파엘로는 피타고라스가 연구하는 도식에 로마 숫자 6, 8, 9, 12와 도식을 꼼꼼히 그려 넣었다. 이 숫자들을 전개하면 진동수비 1:2, 2:3, 3:4가 만들어진다. 이 비율로 악기를 조율하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피타고라스 음률이라고 한다. 화가 라파엘로는 음악의 기초를 만든 인물로 수학자 피타고라스를 바티칸에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 예술의 경계를 넘는 것, 이것이 바로 리버럴 아츠다.
리버럴 아츠는 중세 대학이 기본 소양으로 가르친 문법, 수사학, 논리학, 기하학, 산술, 음악, 천문학 등 일곱 과목을 말한다. 이를 ‘자유 7과’라고 한다. 인문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이 원한 것은 문·이과 통합형에다 예체능까지 겸비한 르네상스형 인재였다. 새로움을 창조하는 자유로운 인간이 목표였기에, 리버럴 아츠는 전문직 실무 교육과 대비됐다. 대표적인 직업 교육은 법학과 의학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리버럴 아츠의 영향인지, 법학과 의학은 학부를 졸업해야 갈 수 있는 대학원 과정으로 정착됐다.
리버럴 아츠를 볼 수 있는 좋은 예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여기서 라파엘로는 피타고라스가 연구하는 도식에 로마 숫자 6, 8, 9, 12와 도식을 꼼꼼히 그려 넣었다. 이 숫자들을 전개하면 진동수비 1:2, 2:3, 3:4가 만들어진다. 이 비율로 악기를 조율하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피타고라스 음률이라고 한다. 화가 라파엘로는 음악의 기초를 만든 인물로 수학자 피타고라스를 바티칸에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 예술의 경계를 넘는 것, 이것이 바로 리버럴 아츠다.
인문학뿐 아니라 자연과학·예술·철학 등 지적 학문을 아우르는 ‘리버럴 아츠’ 개념이 한국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1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의 아이패드 2 제품 발표회(하단 오른쪽 사진)였다. 하지만 리버럴 아츠의 뿌리는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는 다양한 분야의 고대 학자들이 모여 리버럴 아츠를 교육하는 ‘아테네 학당’(큰 사진)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냈다. 그림 왼쪽 하단의 칠판에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음정 사이의 관계를 수학적 비례로 풀이한 ‘피타고라스 음률’ 도식이 보인다./바티칸박물관·애플 |
리버럴 아츠에 대한 오해는 애플 제품에 대한 오해로 이어진다. 애플은 이제 기술 회사가 아니라 디자인 회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다. 애플이 인공지능에 뒤처졌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디자인에 대한 오해가 핵심을 가리고 있다. 대개 디자인을 맵시가 예쁜 외관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원래 의미는 설계이다. 디자인은 제품을 만드는 부품 설계와 공정 설계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디자인이 무엇인지는 애플 디자인을 책임지던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의 스튜디오를 보면 알 수 있다.
흔히 디자인 사무실이라면 멋진 인테리어에 뭔가를 그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제조 공장처럼 꾸민 작업실에서 조너선 아이브는 절삭 가공용 공작기계 CNC 머신으로 제품을 설계했다. 기계 가공을 IT에 도입해 부품을 줄이고, 조립을 단순화했다. 이를 양산에 적용하자 CNC 머신은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5%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스마트폰 전체 영업 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어떻게 아이폰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 업체들보다, 베트남에서 만드는 제품보다 비교 불가인지는 외형 디자인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이슨의 디자인도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이 청소기 시장에 혁신을 가져온 것 중 하나는 3차원 원심 임펠러이다. 원심 임펠러는 공기를 잘 압축하므로, 이를 반대로 작동시키면 공기를 잘 빨아들인다. 하지만 기존에는 단순한 2차원 임펠러를 사용해 효율이 높지 않았다. 그런데 다이슨은 우주항공에서나 사용되던 3차원 원심 임펠러를 과감히 도입해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곧 후발 주자들이 이를 따라갔다. 그러자 다이슨은 한발 더 나아간다.
원심 임펠러는 공기를 잘 압축하지만, 유량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유량을 증가시키는 것은 축류 임펠러이다. 다이슨은 터보제트 엔진에 사용하는 고성능 축류 임펠러를 헤어드라이어에 장착했다. 그리고 단숨에 세계 시장을 휩쓴다. 또 후발 주자들은 이를 따라갔다. 그럴수록 다이슨은 더 앞서간다. 이번에는 항공 엔지니어 헨리 코안다가 발견한 코안다 효과를 이용한 제품을 출시한다. 모발 손상 없이 머리를 가꿀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코안다 효과는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누구도 이를 헤어 스타일링에 쓸 생각을 못했다.
주목할 점은 이 제품들의 중심이 되는 초고속 회전 모터를 단일한 크기로 디자인(설계)했다는 사실이다. 다이슨의 경쟁력은 이렇게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놀라운 것은 조너선 아이브와 제임스 다이슨 모두 공대가 아니라 디자인 학교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공학적 원리를 디자인에 도입한 것은 경계를 넘는 폭 넓은 시야에서 가능했다. 한편, 제임스 다이슨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모교였던 영국 왕립예술학교 학장을 맡았고, 후임 학장은 조너선 아이브였다.
엔지니어는 엔진을 만드는 사람이다. 여기서 엔진(Engine)은 연기를 내뿜는 내연기관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물을 뜻하는 인제니움(Ingenium)이 어원이다. 찰스 배비지가 제시한 초기 컴퓨터에 엔진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엔지니어는 크리에이터(Creator)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은 늘 경계 너머에 있기에 엔지니어는 경계를 넘어야 한다.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 제임스 다이슨은 엔지니어였다. 리버럴 아츠의 전통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생산 현장과 거리를 두고, 공대 출신조차 엔지니어라 불리기를 꺼린다. 불확실한 대외 여건으로 우리 산업에 대한 걱정이 많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먼저 ‘언어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다.
[민태기 '판타레이' 저자·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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