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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로 시작하더니 성장동화였네… ‘짱이와 설이의 쌓고 쌓는 어휘 사전’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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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간된 ‘짱이와 설이의 쌓고 쌓는 어휘 사전’(글 김민영, 그림 슷카이)은 ‘매일 조끔씩 자라는 글쓰기와 말하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어휘와 작문에 자신이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주된 독자층으로 하는 학습서로 읽힌다.

그런데 웬걸. 내용이 예상보다 다채롭고 풍성하다. 초등 저학년생을 타깃으로 한 학습만화성 아류인 줄 알았는데 내용을 뜯어보니 성장동화처럼 읽히는 측면이 있다. ‘…어휘사전’(출판사 신나는원숭이) 구성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 平天下)로 돼 있다. 1장은 나다운 나(자기), 2장은 우리 마을(가족·이웃), 3·4장은 학교생활(사회·자연), 5장은 지구촌(평천하)이다.

각 단원 차림새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장별 구성이다. 먼저 ‘몸’과 ‘이웃’, ‘처음’, ‘자연’, ‘문화’와 같은 단어를 제시하더니 뜻풀이, 유사·반대어, 복합·한자어로 의미를 설명한다. 이어 관용어 및 예시문장, 관련 속담·사자성어가 잇따른다.

이 같은 구성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각 장의 짜임새다. 예컨대 3장 ‘와글와글 학교생활’ 편을 보자. 스승이란 낱말에 대해 ‘자기를 가르쳐서 이끄는 사람을 말해요’라는 뜻풀이는 “어떠냐, 나의 쌩쌩이 실력이!’라는 짱이의 허세에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는 친구들 맞장구가 표현된다.

이어 비슷한말로는 ‘선생, 사부’가, 복합어로는 ‘스승님, 노스승’이, 한자는 ‘스승 사(師)’가 제시된다. 아울러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사자성어 풀이에 이어 ‘눈을 틔워 주다’(글자를 알게 하거나 진리를 깨닫도록 가르침을 준다)와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속담)를 소개한다.

학부모 입장에선 “얘들아, 잘 봐. 형이 줄넘기 가르쳐 줄게”라는 짱이 말에 “호랑이가 없으니 토끼가 스승 노릇이구나! 허허!”라는 자칭 ‘고수’ 친구 등장 장면을 보노라면 ‘피식’ 웃음이 난다. ‘실천’이라는 단어 풀이는 또 어떤가.


‘일주일 동안 매일 줄넘기 50개 뛰기’라는 과제를 떠안았던 짱이가 하루에 300번의 줄넘기를 한 뒤 “이제 6일 동안 줄넘기 안해도 돼”라며 “헤헷” 하고 웃는 모습을 보노라면 ‘맞다, 나도 저 나이 때 그랬지’라는 추억에 휩싸이기도 한다.

아마도 딸과 아들 두 아이를 키우고 있을 법한 지은이 김민영의 유머감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6칸짜리 만화, 일기장, 카카오 단톡방, 한컷짜리 만평 등 단어 소개를 위한 여러 가지 표현 방식을 고민했을 지은이가 ‘실천’ 편 맨 마지막에 일부러 집어넣었을 한컷 만화 말풍선은 짱이의 ‘마, 말만 하, 하지 않았다. 대단해, 내 자신!’이다.

옆에서 “꼼수지, 그건!”이라고 말 하며 절레 절레 고개를 젓는 누나, 설이의 쓴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피식 정감 어린 실소가 배어나올 수밖에 없다. ‘나다운 나’장 ‘성장’편 다음의 ‘스스로’편에서는 남매 간 우애도 느껴진다. 짱이가 강낭콩을 화분에 심은 뒤 일주일 뒤 나온 떡잎을 보고 ‘무럭이’라고 이름 짓는 것을 본 설이가 자신이 없는 사이 둘이 먹을 라면을 끓인 동생을 보고 “결국 혼자 끓인 거야?”라고 묻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뻔하디 뻔한 학습만화인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현실남매의 성장 동화’로 읽히더니, 뒤늦게 마냥 신나고 행복했던 초등학교 저학년을 그리워하는 중장년 엄마아빠의 인생 추억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은이 김민영씨는 ‘작가의 말’에서 “여러분이 짱이와 설이의 하루 속에서 ‘말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을 자주 발견하길 바란다”며 “말과 글의 재미를 느끼며,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하는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풀꽃선생님 김수은씨(토월초 교사)는 “이 책은 초등 어휘 학습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었다”며 추천사를 썼다. 김 교사는 “어휘력은 문장 속 맥락과 배경지식이 함께할 때 비로소 자란다”며 “교과서 핵심 어휘를 한자, 복합어, 관용어와 속담까지 촘촘하게 확장해 나가는 점에도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초등생 동생에게 “누나처럼 좋은 성적 내려면 네 나이 때 정말 열심히 책 읽어야 한다”고 나름 충고 반 협박 반 조언을 한 고교생 딸을 보는 50대 초반 필자 아빠의 마음도 그랬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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