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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 밥상]눈이 아닌 맛과 향으로 고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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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아오모리에 사과를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일본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는 사과의 성지다. 사과에 진심인 동네로 다양한 사과 주스만 파는 자판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품종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같은 품종이라도 재배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과를 재배할 때 봉지를 씌어서 재배한 것과 아닌 것은 향과 맛이 다르다. 같은 품종, 재배 방식이 다른 사과를 맛봤는데, 필자의 입에는 봉지 없이 재배한 것이 향이 더 깊었다.

둘은 외관에서 차이가 났다. 봉지 씌워 재배한 사과가 훨씬 깔끔했다. 반면에 봉지 없이 재배한 것은 검은 반점이 좁쌀처럼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만일 눈으로만 고른다면 열에 열은 깔끔한 것을 고를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하면서 말이다.

원래 ‘못난이’는 외모나 조건이 남들보다 뒤떨어지거나 못생긴 사람 혹은 사물을 뜻한다. 또는 사람답지 못할 때도 쓴다. 못난이 농산물은 상처가 난 것을 더하기도 한다. 농산물 경매에 올려지는 상품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크기다.

농산물의 맛과는 상관없는 외형적 판단이 전부다. 외형 중심의 농산물 관행은 농약과 성장호르몬의 사용을 부추긴다. 일단 크기만 크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한다. 성장호르몬 사용을 장려하지는 않지만, 사용 분위기를 조장한다.

외관만 그럴싸한 커다란 신고, 크다 못해 옆 포도 알갱이와 부딪쳐서 사각 모양이 된 샤인머스캣 등 하나의 크기가 1㎏ 정도 돼야 대접을 받는다. 햇빛을 가리고 재배한 사과는 외관이 좋아 더 높은 가격을 받는다. 포장과 진열 판매를 쉽게 하려고 애호박은 필름 속에서 키운다.


크고 모양 좋은 것이 농산물 재배의 최고 덕목이다. 그에 걸맞게 농산물의 육종 또한 크기가 크고 생산량이 많은 것이 목표다. 음식을 다루는 전문가들도 농산물을 고를 때 요령을 알려달라 하면 상처 없고 반듯한 것을 고르라 한다. 외형으로만 식재료를 판단한다.

우리말에 ‘버금’이 있다. 버금은 으뜸 다음으로 좋은 것을 의미한다. 못난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버금? 못난이 금지를 꺼내기 위해 지금껏 서론을 길게 썼다. 농산물 등 식재료가 못났을 때는 단 하나의 경우다. 못생기거나 상처 났을 때가 아니다. ‘맛없을 때’다. 사람도 외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농산물이나 식재료도 외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추석을 앞두고 성장호르몬으로 모양만 배로 키운 것이 못난 것이고, 제철이 아닌 11월에 나온 맹한 맛의 한라봉이 못난 것이다. 그런 맛없는 것이 못난이 농산물이다.


앞으로 식재료 고를 때 눈이 아닌 맛과 향으로 고르자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맛이 있음에도 모양이 투박한 것은 버금 농산물, 버금 식재료로 불러야 한다. 농산물의 본질은 눈으로 보면 보이지 않는다. 식재료 내면은 눈이 아닌 코와 입으로만 볼 수 있다. 이제는 버금 농산물로 쓰자. 으뜸에 버금가는 농산물이다.

식재료는 맛으로 제일 먼저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 외형이 판단 기준이 아니다. 보기 좋은 떡은 첨가물이 많을 수가 있다. 식재료는 향과 맛이 먼저다.

김진영 31년차 식재료 전문가

김진영 31년차 식재료 전문가

김진영 31년차 식재료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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