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산업통상부 산업성장실장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미국 반도체 품목관세 관련 민관합동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이 그동안 유보했던 반도체에 대한 품목 관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과 지난한 협상을 벌였는데, 두달 만에 다시 반도체 관세라는 난제가 등장한 것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6일(현지시각)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두에게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쪽이 반도체 관세 부과에 시동을 건 것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하면서다. 이 조처만으로는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백악관은 이에 더해 “가까운 시일 안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수입에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고문이 나온 직후인 15일에는 미국-대만 관세협상이 타결됐다. 미국은 대만 기업이 미국 내에 새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동안엔 생산능력의 2.5배, 완공 후에는 1.5배까지 반도체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만 반도체 기업인 티에스엠시(TSMC)는 기존에 추진 중이던 6개 공장 외에 최소 4개의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은 지난해 관세협상에서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대만 등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받는다는 약속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엔 이런 ‘최혜국 대우’ 보장에 안도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대만과의 협상 결과가 우리를 압박하는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에 3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에스케이(SK)하이닉스는 38억달러 규모의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는데, 티에스엠시의 대미 투자 규모에 비하면 매우 작다. 두 기업에 대미 투자 규모를 늘리라고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인공지능 붐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반도체의 대미 수출 비중(7.7%)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가 협상에서 크게 불리한 위치는 아니다. 아직 미국 쪽 입장이 명확하지 않아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는 관련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미리 준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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