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의 열기가 가라앉고 이제 기술의 본질을 반추할 시간이다. 올해 CES의 주인공은 단연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였다. 아틀라스가 무대 위로 걸어나오던 순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가 아닐까. 아틀라스의 등장은 기원전 47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승전보를 떠올리게 했다. 단순히 인간을 닮은 게 아니라 ‘강하고 위풍당당한’ 인간을 닮은 모습에 현장은 환호했다.
반면 CES 현장의 또 다른 한국 대표 로봇, LG전자의 ‘클로이드(CLOiD)’를 향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박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정리했지만 백텀블링하는 아틀라스와 비교됐다. 특히 ‘빨리빨리’를 선호하는 관람객 사이에서는 클로이드가 수건을 개는 모습에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클로이드는 관람객 앞에서 동작 속도를 낮추고 반복적으로 안전 정지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틀라스와 클로이드는 같은 트랙에서 경쟁하는 로봇이 아니다. 아틀라스는 산업 현장의 특수성과 극한 환경을 상정해 설계된 로봇이다. 고출력 제어와 동적 균형, 거친 현장 대응 능력이 요구된다. 반면 클로이드의 무대는 가정이다. 가정은 산업 현장보다 훨씬 복잡한 조건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인간과의 공존,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 그리고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일상이 상수로 존재한다.
반면 CES 현장의 또 다른 한국 대표 로봇, LG전자의 ‘클로이드(CLOiD)’를 향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박했다. 냉장고 문을 열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정리했지만 백텀블링하는 아틀라스와 비교됐다. 특히 ‘빨리빨리’를 선호하는 관람객 사이에서는 클로이드가 수건을 개는 모습에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클로이드는 관람객 앞에서 동작 속도를 낮추고 반복적으로 안전 정지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틀라스와 클로이드는 같은 트랙에서 경쟁하는 로봇이 아니다. 아틀라스는 산업 현장의 특수성과 극한 환경을 상정해 설계된 로봇이다. 고출력 제어와 동적 균형, 거친 현장 대응 능력이 요구된다. 반면 클로이드의 무대는 가정이다. 가정은 산업 현장보다 훨씬 복잡한 조건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인간과의 공존,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 그리고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일상이 상수로 존재한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 있다. 로봇공학에서 오래전부터 언급돼온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다. 인간에게 쉬운 일은 기계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고급 인지 과제가 기계에게는 오히려 쉽다는 뜻이다. 체스, 수학 계산, 고속 궤적 예측은 이미 기계의 영역이 됐지만 물건을 집고 정리하며 주변 상황에 맞춰 힘을 조절하는 일은 여전히 난제다.
로봇공학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센 힘’이 아니라 통제되지 않는 환경에서의 ‘안정적 움직임’ 구현이다. 공장은 물체의 위치와 강성, 접근 경로가 사전에 정의되지만 가정은 매 순간 공간의 상태가 변한다. 수건이나 옷가지 같은 연성체(Deformable Object)는 집는 순간 형태가 바뀌고, 접는 과정에서 마찰계수와 장력이 실시간으로 달라진다. 이는 단일 궤적 계산보다 어렵다.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물체의 상태와 힘의 변화를 예상하면서 동시에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시각과 촉각, 관절 토크 정보를 통합하는 멀티모달 센서가 고도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클로이드의 ‘느림’은 기술적 성능 부족의 증거가 아니다. 안전을 우선한 제어 전략의 결과다. 가정용 로봇에게 속도는 성능 지표가 아니라 통제해야 할 위험 변수다. 작은 오차로 인해 인간의 안전을 해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과 속도를 제한하고 예외 상황에서 즉시 정지하도록 설계되는 것이 필수다. 물론 너무 느린 움직임은 개선돼야겠지만 속도 향상이 안전 강화를 앞설 수는 없다. 클로이드에게 다리가 없다는 지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평탄한 실내 환경에서 이족 보행은 에너지 효율화와 정밀한 상체 조작에 계산 자원을 집중한 전략적 선택이다.
대중은 수박을 박살 내고, 탁구를 치고, 군무를 추는 로봇에 열광한다. 그러나 로봇 기술의 진보는 화려한 시연이 아니라 가장 사소하고 지루해 보이는 문제를 끝까지 푸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가정을 기술적 도전 무대로 선택한 클로이드가 가야 할 길은 멀고 어렵다. 무쇠와 불꽃, 얽히고설킨 전선이 가득한 산업 현장보다 연약한 아기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상대해야 하는 가정이 로봇에게는 더 없이 난해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클로이드는 로봇공학적 완성도뿐 아니라 안전과 신뢰성, 더 나아가 인간과의 공존을 위한 윤리 학습, 공감 지능 고도화까지 이뤄내야 한다. 이에 LG전자뿐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과 학계 연구과학자들의 ‘피 땀 눈물’은 한동안 필수불가결이다. 숱한 도전 끝에 마침내 클로이드가 모든 가사 일을 인간처럼 해내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클로이드 모멘트’를 기다린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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