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세척기로 숟가락, 젓가락을 위생적으로 세척하고 있다. 필자 제공 |
김득현(가명) | 중증정신장애인
정신장애(심한 장애)로 등록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25년 동안 아홉차례 대학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했습니다. 그간 장애인 등록을 할 생각을 못 하다가 지인의 권유에 장애 등록을 신청하였습니다. 현재 한가구에 2~3명씩 장애인끼리 모여 사는 시설에 입소하여 생활합니다. 오래된 빌라지만 한달에 10만원이면 주거가 해결되어 경제적인 면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시설장과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복용해야 하는 약도 관리해주셔서 매우 든든합니다.
공동생활 시설에서 같이 있던 동료의 소개로 현재 직장을 얻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식기 및 다회용기 세척 렌털업을 주력으로 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입니다. 이곳에서는 유치원 어린이들과 공사 현장 식당 및 노인복지관에서 사용할 식판, 숟가락, 젓가락, 국그릇, 원형 쟁반 등을 깨끗이 세척하여 배송합니다. 저는 매일 경기 용인 지역을 오가는 배송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중에 운전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참 소중합니다. 필요한 곳에 깨끗한 식기를 가져다드린다는 보람 덕분에 일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큽니다.
거래처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많이 힘이 듭니다. 주차하고 무거운 박스를 들고 올라갔다가 수거한 박스를 가지고 내려와야 하니까요. 컨테이너에 착착 쌓아서 넣어주어야 하는 곳도 있어요. 주방 앞에 쌓아주는 곳도 있고요. 배송을 마치고 돌아오면 수거해온 식기류 세척 작업도 동료들과 함께 합니다.
직장에서는 때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화 설비로 세척이 이루어지지만, 고온을 이용하는 작업은 위험이 따릅니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기계에 부딪혀서 머리를 다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래에 머리와 이마가 찢어져서 병원에 갔다 온 사람이 2명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박스를 내리다가 실수로 내용물에 맞아서 병원에 가서 산재 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주의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배송 업무를 위해 운전면허는 필수입니다. 이 일자리를 선택했을 때, 저는 편견을 깨고 중증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30년간 운전을 해왔지만, 면허를 갱신할 때마다 10년 주기로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고 몇달을 기다려서 운전 가능 여부를 확인받아야 합니다.
면허 갱신 때마다 의사 소견이 문제가 되어 운전하지 못하게 될까 봐 조마조마합니다. 기다리는 몇달간은 면허 없이 제가 사회에 섞여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합니다. 면허가 새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간입니다. 다행히 며칠 전에 면허 시험장에서 ‘적합’이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앞으로 10년은 조심조심 운전하며 살아야겠습니다.
필자가 다회용기 식판을 수거해 배송하는 차량에서 식기 박스를 내리고 있다. 필자 제공 |
제 근로시간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하루 5시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인 저는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의사의 권고로 종일 근무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섯시간의 근무로는 월급이 적어 생활이 빠듯합니다. 이직을 고민하며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취업처를 찾아봐도 마땅한 곳이 없습니다. 취업에 성공했다는 장애인들 상당수도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내몰립니다. 그럴 때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깊이 깔려 있는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직업 훈련 과정 역시 쉽지 않아 주변에서 취업을 포기하는 장애인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중증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취업이 힘듭니다. 기업들은 장애인 의무 고용 대신 부담금을 선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근로 계약 또한 3개월, 6개월, 11개월 등으로 쪼개져 고용주에게 유리하게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몇달 전, 인공관절 수술로 인해 세달 넘게 일하지 못하며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다행히 국가에서 생계급여, 장애수당, 주거급여 등의 수급비 지원을 받아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하지 못했던 세달 동안 우울증이 찾아왔는지 너무 무료하고 힘들었습니다. 불면증이 심해 거의 매일 수면제로 버텼습니다. 지금은 원래 일하던 직업재활시설에 출근한 지 세달 정도 지났습니다. 급여는 적지만, 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 일상에 큰 빛이 되어줍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좌절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장애인 자립을 위한 더 좋은 정책들이 나오기를 희망하며 기다려봐야겠습니다. 전국의 장애인 여러분, 힘내세요! 우리 좀 더 기운 내봅시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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