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평화위원회, 기부금 명시·활동범위 확대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13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가자지구 평화 협정에 서명한 뒤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구성 계획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운 평화위원회를 사실상 유엔을 대체하는 국제기구로 만들고, 이 기구의 상임국으로 참여하는 국가에 최소 10억달러(약 1조4755억원) 기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입수한 평화위원회 헌장 초안에는 "평화위원회는 분쟁의 영향을 받거나 분쟁 위험 지역에서 안정성을 증진하고, 합법적인 통치로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로 명시됐다. 특히 가자지구를 언급하지 않은 채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인 국제 평화 구축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FT는 "헌장 초안은 평화위원회의 범위가 가자지구 이외 지역으로 활동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는 이 기구가 유엔을 대체하거나 경쟁 기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로이터의 외교 소식통은 "가자지구 평화위원회는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트럼프식 유엔'"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엔은 국제 분쟁 해결에 무능하다"며 공개 비판한 바 있다.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 자이툰 지역에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을 위한 천막촌이 펼쳐져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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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자' 트럼프, 평화위원회 모든 결정에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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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위원회 헌장에 따르면 위원회의 초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 그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평화위원회는 최소 연 1회 투표 회의를 개최하고 추가 회의는 의장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시기와 장소에서만 열 수 있다. 회의 안건 역시 의장의 승인 대상이다. 의사결정은 회원국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지만 모든 결정은 의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에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평화위원회의 모든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평화위원회는 3개의 회원국이 헌장에 동의하면 공식 출범하게 되는데, 회원국 초청 여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다. 각 회원국의 임기는 헌장 발효일부터 3년으로 의장의 승인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다만 헌장 발표 첫해에 현금 10억달러를 기부한 회원국은 3년 임기 제한에 적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에 평화위원회 상임 이사국 자릿값으로 10억달러를 요구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게 평화위원회 회원국 참여 요청을 전달했다고 한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SNS(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은 초청장을 공개하며 "아르헨티나가 (평화위원회) 창립 회원국 참여 초청을 받게 돼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2025년 12월29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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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이스라엘도 반대…"회원국 개념부터 불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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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요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위원회 참여 요청을 받았지만 이들 다수가 회원국 참여를 고심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헌장 초안에 재정 통제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행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는 이 같은 내용에 반대하며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한 고위 당국자는 FT에 "평화위원회 구성이라는 미국의 아이디어 자체가 매우 혼란스럽다"며 "회원국에 대한 개념부터가 불분명하다. (평화위원회가) 동맹인지 적대 당사자 간 중재 기구인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위원회 계획은 이스라엘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백악관의 가자지구 집행위원회 구성이 "이스라엘과 조율되지 않고, 이스라엘의 정책에 반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동맹인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미국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스라엘이 구체적인 반대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평화위 하부조직인 집행위원회에 포함된 것이 이스라엘의 반발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튀르키예는 그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며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을 비판해 왔다.
백악관은 전날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위원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등 7명으로 구성하고, 집행위원회 위원으로는 하칸 피단 튀르키예 장관을 포함한 11명을 임명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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