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 정부가 자국산 인공지능(AI) 칩 육성을 통해 반도체 자급자족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 업계에서는 미국의 고성능 칩 수입 없이는 자립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최상위 AI 연구자들은 "지난 1년간 중국 AI 기술 발전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이어졌음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중국이 단기간에 미국을 따라잡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국 대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인 알리바바가 새롭게 내놓은 AI 도우미 앱 ‘큐원(Qwen·중국명 첸원)′ 개발을 이끈 저스틴 린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향후 3~5년 내 중국 기업이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미국 선두주자를 추월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20% 이하”라고 답했다고 WSJ는 전했다.
린은 “오픈AI와 다른 미국 기업들은 차세대 연구에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투입하지만, 우리는 늘 빠듯하다”며 “납품(서비스) 수요를 맞추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자원이 소진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즈푸의 창업자 탕제 역시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며 “우리가 일부 분야에서 잘하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 격차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자립 초집중
중국 반도체. [로이터] |
중국은 최근 대중(對中) 수출길이 열린 엔비디아의 AI 칩 ‘H200’에 대해 통관금지 지시를 내리는 등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자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H200은 올해 중으로 출시 예정인 차세대 칩 ‘루빈’만큼의 고성능 제품은 아니지만 중국 수출이 허용된 저사양 반도체 H20나 중국 기업이 자체 생산하는 제품보다는 월등히 높은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중국이 2028년 자국 AI반도체를 전부 자체 조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엔비디아가 주로 공급하는 물량을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AI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지난해 58%에서 2028년 93%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2028년 자국 내 수요보다 더 많은 AI 칩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현지 AI 칩 생산 능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향후 3년간 중국 AI 칩 기업의 판매량이 연평균 74%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 역시 5개년 계획에서 반도체 산업 발전을 포함시키는 등 자립화에 집중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중국 저장성이 2026~2030년 산업 발전 문서 초안에서 칩 설계와 웨이퍼 제조에 집중하며 3~7나노 공정 노드에서 빠른 진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7나노 칩은 ㎟당 약 9000만~1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담을 수 있는 반면, 3나노 칩은 ㎟당 약 2억~2억2400만개를 담을 수 있다.
또 저장성은 저전력 고급 범용 칩과 AI 칩, 5세대 RISC-V 칩 아키텍처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SCMP는 “저장성의 구상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며 “중국은 첨단 칩과 이를 대량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포함해, 미국 주도의 핵심 기술 압박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반도체 자립, 아직 미국엔 역부족”…수출규제로 첨단 AI칩 확보 난항
중국과 미국 반도체. [로이터] |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미국이 최근 엔비디아의 H200 칩을 중국에 판매하도록 허용했음에도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추격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의 수출규제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보다 첨단 AI 칩을 구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WSJ은 짚었다. 최근 엔비디아가 차세대 칩 ‘루빈’을 발표하면서 다수의 미국 기업을 고객사로 명시했지만, 중국 기업은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중국 기업들은 루빈 칩을 확보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중동지역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등의 우회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텐센트도 미국 규제를 피해 엔비디아의 ‘블랙웰’을 확보하려고 일본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택한 바 있다. 중국의 ‘AI 굴기’를 보여줬던 딥시크도 지난해 신형 플래그십 모델 개발 당시 화웨이 등 중국산 칩을 활용하려 해봤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해 결국 일부 작업에 엔비디아 칩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 등 중국 AI 칩이 약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엔비디아 등과의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으로, 칩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중국 기업이 자금력마저 풍부한 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저장이공대(浙江理工大学) 전자학부의 한 박사과정 연구자 SCMP에 “최첨단은 이미 2나노 칩으로 옮겨갔다. 2나노 AI 칩은 TSMC에서 개발돼 양산 직전 단계”라며 “이에 반해 저장성과 다른 지역은 아직 추격 단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