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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도 못걸어", "대중교통 없어"…80에도 운전대 못놓는 속사정

머니투데이 민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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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2%대 제자리…전문가 "이동권 보장, 경제적 혜택 확대해야"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75세 이상 고령운전자 의무 교육대상자가 인지능력 자가진단을 하고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75세 이상 고령운전자 의무 교육대상자가 인지능력 자가진단을 하고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보기엔 멀쩡한데 100m(미터) 넘게 걷긴 힘들어요. 병원에 가려고 운전합니다."

"출퇴근할 공장이 외진 곳에 있어서 대중교통을 타긴 어렵죠."

지난 16일 면허 갱신 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구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을 찾은 최종관씨(79)와 최용호씨(77)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시험장 4층엔 75세 이상 고령운전자 21명이 모였다. 3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필요 인지능력 자가진단'과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기 위해서다. 교육을 들어야 면허 갱신이 가능하다.

시험장에서 만난 고령운전자들은 병원·직장·여가생활 등 다양한 이유로 면허 갱신을 결심했다. 자신을 참전용사라고 밝힌 최종관씨는 "총상 때문에 오래 걷는 게 힘들어 일주일 한 두 번씩 병원에 가려고 운전을 한다"고 말했다.

윤형숙씨(남·81)는 "전국 성당을 돌아다니며 성지 순례한다"며 "현재로선 4~5년 정도는 거뜬히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에도 500㎞(킬로미터) 정도 거리를 다녀올 예정"이라고 했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운전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47년 전 면허를 땄다는 최용호씨(77)는 "공장이 외진 곳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 지 5년 가까이 됐다"며 "검사를 해보니 예전보다 확실히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을 맡은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터치패드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에 맞춰 진단 방법을 설명했다. 검사는 △교통표지판 변별 △방향표지판 기억 △횡방향 동체추적 △공간 기억 △주의탐색으로 이뤄졌다.

고령운전자들은 안내에 따라 헤드폰을 끼고 화면을 응시했다. 일부는 골라야 하는 표지판 그림과 다른 선택지를 눌러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30여분 후 자가진단이 끝나자 각 화면에는 점수가 나타났다. 골고루 좋은 점수를 받은 경우도 있지만, 특정 항목에서 낮은 점수가 나온 고령운전자들도 있었다.


교수는 각 항목이 어떤 능력을 평가하는 것인지 설명하며 "방어 운전 태도를 예전보다 더 많이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병을 앓고 있거나 약물 복용 시 이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령운전자 사고는 늘어나는데…반납률은 2%대 제자리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현실적인 이유로 운전대를 놓지 못함에도 고령운전자 문제는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5년간 고령운전자(65세 이상) 면허 반납률은 2%대를 벗어나지 못한 반면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증가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4년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4만2369건 발생했다. 2020년 대비 36.4% 늘었다. 최근에도 △시청역 역주행 사고 △종각역 택시 돌진 △부천 시장 트럭 돌진 등 고령운전자 사고가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수요응답형 교통(DRT) 등 대체 수단과 면허 반납률 제고를 위한 경제적 혜택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경제적 혜택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는 면허 반납 시 20만원을 지원한다. 그마저도 선착순 지급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원 규모는 다르다.


강진동 스튜디오갈릴레이 본부장(전 서울시 교통운영과장)은 "반납률이 낮은 이유는 박탈감과 상실감 때문"이라며 "일회성 지원으로는 부족하고, 면허 반납 후 어르신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DRT 등 장거리·단거리 맞춤형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효석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일본 사례처럼 면허증을 반납하면 다른 신분증을 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동권 보장 측면에서 일회성 지원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병원·마트·안경원 등 지속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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