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으로 시끄러운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징계의 주인공이 얼마 전까지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였던 김병기 의원과, 보수진영 대권주자로도 꼽히는 한동훈 전 대표였다는 점에서 나란히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 분위기에는 확연한 '온도차'가 있었는데요.
사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원칙을 지키는 결단, '읍참마속'과 반대파를 처단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숙청' 칼날의 방향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월요일 밤 11시 김병기 의원에 대해 제명 처분을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병기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2일)> "의혹에 대해서 무고함이 밝혀질 수 있도록 충실하게 답변하겠습니다."
<한동수 /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장 (지난 12일)> "징계 시효의 완성 여부, 사안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의 안건에 대해서 제명 처분을 의결했습니다."
공천 헌금 묵인 및 수수 의혹과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당 윤리심판원도 제명 사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김병기 의원은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즉시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도부는 오래 끌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달 말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내 의견도 한곳으로 모이는 분위기입니다.
'공천 헌금' 의혹 등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당후사', '읍참마속' 요구가 커졌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끝난 사안"이라면서, '당 밖', 즉 수사를 통해 억울함을 풀고 돌아오길 바란다는 겁니다.
국회의원을 당적에서 제명할 때는 의원총회에서 제적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데, 부결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성 비위 의혹의 박완주 의원 제명안이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부동산 비위 의혹'이 제기됐던 윤미향, 양이원영 의원 제명안도 표결 없이 과반 동의를 얻어 의결됐습니다.
김병기 의원에 대한 심야 징계 처분이 나온 다음 날,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야심한 밤에 기습적으로 징계를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직후인 14일 새벽 1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 '당원게시판 사건'으로 제명 처분을 내린 겁니다.
상임고문단 원로들까지 나서 제명하면 안 된다고 만류했지만, 결국 칼을 휘두른 건데요. "한 전 대표 가족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들을 올렸으며, 이런 행위가 여론 수렴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의힘의 명예와 이익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윤리위는 한 전 대표가 게시글을 직접 쓴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던 부분을 두 차례 수정하며,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고쳤습니다.
한 전 대표는 "허위 조작으로 제명했다"며 "또 다른 계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동훈/국민의힘 전 대표 (지난 14일)> "계엄을 막고 당을 지킨 저를 허위 조작으로 제명했습니다. 국민, 당원과 함께 이번 계엄도 반드시 막겠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남을 단죄할 때가 아닌 우리가 속죄할 때"라며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자, 장동혁 대표는 일단 최고위 의결을 미뤘습니다.
장동혁 대표 한 달 전에 이런 말을 했죠.
<장동혁/국민의힘 대표 (지난달 17일)> "'밖에 있는 적 50명보다 내부에 있는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는 말씀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의 극심한 갈등이 지속돼 온 탓에 당 안팎에서는 이번 제명 처분을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숙청'이라고 해석하는 시선도 상당한데요.
2022년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당시 이준석 대표를 축출할 때가 떠오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국민의힘의 계파 갈등이 폭발 직전까지 가며, 지방선거 위기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 연말 '24시간 토론'으로 필리버스터 신기록을 세웠던 장 대표는 '공천헌금·통일교' 쌍특검 관철을 위해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또다시 강경 대여투쟁에 나서며 당내 리더십 위기를 돌파해 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양당 모두 '재심 청구 기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어떤 국면으로 전개될지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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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희(g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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