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로 장기간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 있던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굳은 표정 대신 미소와 즉석 대화를 택한 이번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위기 국면을 지나 반등을 준비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8일 IT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센터장은 지난 15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카카오 AI캠퍼스를 예고 없이 방문해 그룹 신입사원들과 만났다. 당시 현장에서는 2026년 그룹 신입 공채 교육이 진행 중이었으며, 김 센터장이 공식적인 임직원 소통 자리에 나선 것은 2023년 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이다.
이날 현장에서 김 센터장은 정해진 연설 대신 신입사원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셀카 촬영 요청에도 응했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대화를 나누는 등 비교적 장시간 현장에 머물렀다. 검찰 소환과 재판 출석 당시의 긴장된 모습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카카오 측은 이번 방문에 대해 "건강 회복 과정 중 단순 격려 차원의 깜짝 방문"이라며 경영 복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창업자의 직접 등장은 조직 내부에 상징적 메시지를 던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카카오는 최근 수년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 공격적인 인수합병 확장으로 '문어발식 경영' 논란에 휘말렸고, 2022년에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전면 장애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2023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의혹으로 경영진이 수사선상에 오르며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김 센터장 역시 이 과정에서 구속 기소되며 장기간 경영 전면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카카오톡 개편을 둘러싼 이용자 반발까지 겹치며 카카오는 성장 기업에서 '논란의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갇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김 센터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의 큰 고비를 넘겼고, 카카오는 동시에 고강도 경영 쇄신과 사업 구조 재정비에 착수했다. 외형 성장보다는 선택과 집중,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기조 전환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김 센터장이 신입사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두 번 이상 반복되는 업무는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해야 한다"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직접 구현해 보라"고 주문했다. 개발 직군이 아니어도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또 "AI 시대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카카오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올해 카카오는 AI 전략의 실효성을 본격적으로 시험받는 해다. 지난해 카카오톡에 외부 생성형 AI를 연동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중 자체 AI 서비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간 투자해 온 기술이 실제 서비스 경쟁력과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센터장의 등장은 단순한 격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카카오가 위기 관리 국면을 지나 다시 성장 궤도로 복귀하겠다는 내부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카카오 AI 전략이 말이 아닌 성과로 증명돼야 하는 분기점"이라고 덧붙였다.
사법 리스크, 거버넌스 논란, 신뢰 하락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카카오. 창업자의 조용한 복귀 신호가 조직에 어떤 변화의 파장을 만들지, 시장의 시선이 다시 카카오를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