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KBS '일요진단' 신년 대담에 출연해 한국 경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 |
아시아투데이 이서연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향해 "성장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며 강력한 경고과 함께 해법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18일 방송된 KBS '일요진단' 신년 대담에 출연해 "현재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보다 실질성장률이 낮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성장이 멈춘 경제는 브레이크가 걸린 자전거와 같아 한 번 멈추면 다시 달리기 위해 훨씬 큰 힘이 든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경제 성장은 청년 세대에게 '이 나라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미래의 희망과 직결된다"며 "성장이 멈춰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면 청년들의 불만과 이탈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전환하지 않으면 자본과 인력 유출과 같은 리소스 탈출로 경제 회생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특히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제도적 한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급증하는 '계단식 규제'를 언급하며 "기업이 성장하면 혜택이 늘어나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와 의무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성장의 과실보다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더 크다 보니 기업들이 현상 유지를 선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강이 나빠지면 식습관을 바꾸듯, 이제는 기업의 사이즈가 아닌 '성장' 그 자체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며 "중소기업은 지원하고 대기업은 억제하는 사이즈별 규제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앞지른 대만의 사례도 제시했다. "대만은 사이즈별 규제 대신 타깃 산업(IT)에 집중했고 국부펀드를 만들어 전략적 투자를 통해 TSMC를 만들었다"며 "경쟁이 없으면 대기업이 고착화되고 많은 대기업이 들어와 경쟁해야 성장이 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를 통한 역동적 경쟁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또한 '경제형벌'에 대해 "기업이 계산할 수 없는 리스크"라고 정의하며 징역형과 같은 과도한 처벌 조항이 기업인의 과감한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기업은 투자를 결정할 때 예상 리턴, 시점, 규모 등 온갖 종류의 수치를 계산해 리스크를 관리한다"며 "투자 프로세스에 징역형 같은 형사처벌 리스크가 포함되면 기업이 감당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제 관련 법안에 형사처벌 조항이 과도하게 많아 이것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미래 먹거리인 AI에 대해서는 '문명사적 전환'으로 규정했다. 최 회장은 "AI는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석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수준의 변화"라며 "국가 전략의 핵심 요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3대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AI 인프라 구축이다. "한국에 만들어서 한국만 쓸 수 있는 인프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 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인프라를 목표로 해야 AI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기존 벤처와 차별화된 'AI 제너레이션' 중심의 전용 스타트업 시장 조성이다. "AI 스타트업은 AI를 전제로 사고하고 조직하는 신인류 같은 'AI 제너레이션'이 중심이 되는 산업"이라며 "기존 벤처 생태계와는 구별되는 AI 스타트업 시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셋째, 아이디어의 사업성을 빠르게 검증하는 POC(Proof of Concept)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를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이디어의 사업성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POC 지원체계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협력 모델로는 일본과의 '경제 공동체' 구상을 내놓았다. 최 회장은 "한일 양국이 유럽의 솅겐 조약처럼 단일 비자 체계를 도입하는 등 경제 벽을 낮추면 약 3조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이라며 "양국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제3국 한일 동시방문 여행상품 등 더욱 다양한 상품과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대한민국은 새로운 성장과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그동안 수출과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을 이뤄왔지만 이제는 K-컬처로 대표되는 문화 자산과 AI 기술, 소프트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국가 모델과 경제 서사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을 위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민간의 도전이 필요하고 정책은 그 리스크가 과도한 부담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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