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6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6.1.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18일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선 성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 리스크가 있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대표적인 인수합병(M&A) 성공 사례로 꼽히는 SK하이닉스 역시 과거 리스크가 상당했지만 내부의 자신감을 통해 추진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18일 오전 시사대담 프로그램인 'KBS 일요진단'에 출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경제 형벌 조항 개선, 일본과의 경제연대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가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성장률은 5년 마다 1.2%씩 지속해서 하락해 왔다"며 우리나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했다. 최 회장은 "성장이 멈춘 경제는 브레이크가 걸린 자전거와 같아, 다시 출발하려면 훨씬 더 큰 힘이 드는 것처럼, 한국 경제는 이미 성장의 불씨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지금 전환하지 않으면 자본과 인력 유출과 같은 리소스 탈출로 경제 회생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이 멈추면 청년층의 이탈이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최 회장은 "경제 성장은 청년 세대에게 '이 나라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미래의 희망과 직결된다"면서 "성장이 멈춰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면 청년의 불만과 이탈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장 저하는 사회 갈등과 민주주의 후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성장이 멈추면 분배 자원이 줄고 사회 갈등이 확대돼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게 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최 회장은 일명 계단식 규제가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성장하면 혜택이 늘어나야 하지만 현실에선 자산 규모가 커지면 규제와 의무가 급격히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성장을 통해 얻는 과실보다 성장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규제, 리스크가 더 커지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현상 유지를 선택하게 된다"며 "이 구조에선 기업의 성장이 국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성공을 이끈 경험이 있다. 과거 적자에 허덕이던 하이닉스를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 당시 3조 4000억 원을 투자해 복덩이로 키워냈다. 최 회장은 "리스크를 결단하는 시기가 오기도 한다"며 "(당시 SK그룹은) 앞으로 더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리스크가 있어도 내부에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좀 있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매년 성장 지향으로 결정할 때는 리스크가 존재하고 저 역시 '안하겠다'고 결정한 적도 꽤 많다"면서도 '성장을 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식은 기업인들이 과감하게 성장을 위한 리스크를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수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 차원의 수출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정책이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길을 걸어 최근 1인당 GDP를 앞서게 된 대만의 사례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대만은 사이즈별 규제 대신 타깃산업(IT)에 집중했고, 결국은 국부 펀드를 만들어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현재 TSMC를 만들었다"며 "경쟁이 없으면 대기업이 고착화되고, 많은 대기업이 들어와서 유입하고 경쟁해야 성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정책뿐 아니라 경제형벌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현재 한국의 경제 관련 법안에 형사 처벌(경제형벌) 조항이 과도하게 많다면서 이는 기업 투자에 있어 '계산이 안 되는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는 "투자 프로세스에 '징역형'과 같은 형사 처벌 리스크가 포함되면 기업이 감당하거나 계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고 했다.
일본과의 경제 협력도 우리나라의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일 양국이 유럽연합(EU)의 솅겐 조약과 같은 단일 비자 체계만 도입해도 약 3조 원의 부가가치가 생긴다"며 "양국을 하나의 경제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더욱 다양한 상품과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인공지능(AI)을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 회장은 AI에 대해 "단순한 기술 진보가 아니라 석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수준의 문명적 변화"라며 "국가 전략의 핵심 요소"라고 평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수준의 AI 인프라 구축, AI 스타트업 시장 조성, POC(Proof of Concept) 지원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한국에 만들어서 한국만 쓸 수 있는 인프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전 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인프라를 목표로 해야 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AI 스타트업은 AI를 전제로 사고하고 조직하는 신인류 같은 'AI 제너레이션(Generation)'이 중심이 되는 산업"이라며 "기존의 벤처 생태계와는 구별이 되는 다른 AI 스타트업 시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성장을 위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민간의 도전이 필요하고, 정책은 그 리스크가 과도한 부담이나 위기로 전환되지 않도록 뒷받침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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