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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녀 "마당은 이제 젊은 사람들 몫…난 멍석 까는 사람" [문화人터뷰]

뉴시스 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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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문화상' 수상 김성녀 "마당놀이 장르 인정받은 것"
"관객은 또 하나의 배우…관객 없으면 생명력 사라져"
'원조 3인방'은 무대 뒤로…2030세대 관객 증가 추세
70년 연기 인생… "예술은 단거리 아닌 마라톤입니다"
[서울=뉴시스]김성녀 국립극장 연희감독.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김성녀 국립극장 연희감독.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3.1문화상 수상 이유에 '마당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걸 보고 우리 PD들이 손을 잡고 방방 뛰었대요. 그 상이 마당놀이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상처럼 느껴졌거든요."

지난 14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성녀(75) 국립극장 연희감독의 얼굴에는 기쁨과 감격, 그리고 오랜 세월을 버텨온 사람만이 지닌 회한이 교차하고 있었다.

'마당놀이 대모'로 불리는 김 감독은 최근 제66회 '3.1문화상' 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이번 수상은 개인의 공이라기보다, 오랫동안 그늘에서 애써온 우리 소리꾼들과 스태프들에게 빛을 비춰준 상"이라며 "장르 자체가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현재 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의 연희감독으로 무대 뒤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1981년 '허생전'으로 시작으로 2010년까지 30년간 3000회 넘는 공연을 이어온 '원조 3인방' 윤문식·김성녀·김종엽은 무대를 떠났지만, 그 자리는 젊은 소리꾼들이 채우고 있다.

[서울=뉴시스]2000년 극단 미추의 홍길동전 공연. 홍길동 역을 맡은 배우 김성녀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2000년 극단 미추의 홍길동전 공연. 홍길동 역을 맡은 배우 김성녀가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그는 마당놀이의 본질을 '관객과의 호흡'으로 정의했다.


"마당놀이는 배우 혼자 만드는 공연이 아니에요. 관객이 숨을 쉬게 해줘야 합니다. 반응이 없으면 생명력이 사라져요. 욕을 하면 욕을 받아주고, 같이 웃고 떠들어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관객은 구경꾼이 아니라 또 하나의 배우죠."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관객이 대사에 끼어들거나 함께 춤을 추는 방식은 마당놀이만의 고유한 매력이다.

"요즘 공연장은 숨소리 하나 내기 힘들 만큼 엄숙하지만, 마당놀이는 달라요. 말을 걸고, 추임새를 넣고, 어깨춤을 춰야 살아 있는 무대가 됩니다."


김 감독은 "연극, 창극, 뮤지컬 등 여러 장르를 오갔지만 마당놀이는 가장 한국적인 연극의 원형"이라며 "40년 넘게 이어질 수 있었던 힘은 전부 관객에게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달씩 서울에서 공연하고 전국을 돌았지만 관객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 공연장에는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3대가 함께 찾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그는 30년 넘게 공연장을 찾는 '찐팬'들의 일화도 들려줬다.


"어릴 때 부모 손 잡고 왔던 아이가 이제는 자기 아이 손을 잡고 플래카드를 들고 와요. 마당놀이가 사라질까 걱정된다며 15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제발 계속 공연해달라'던 할아버지도 계셨죠. 그분들이 마당놀이를 지켜온 힘이에요."

[서울=뉴시스]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의 연희감독을 맡은 배우 김성녀가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의 연희감독을 맡은 배우 김성녀가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마당놀이의 여왕'으로 무대를 호령했던 그는 이제 무대 뒤에서 후배들을 위한 멍석을 까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홍길동이 온다'의 연희감독으로 이소연, 김율희 등 젊은 소리꾼들을 지도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여성 배우 이소연이 홍길동 역을 맡은 데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 역시 1993년 같은 작품에서 홍길동을 연기한 '원조 여성 홍길동'이다.

"소연이는 원래 신사임당이나 춘향 같은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였어요. 그런데 이미지를 깨고 싶다며 대학원 수업까지 따라다니며 매달리더라고요. 처음엔 남자 춤이 뻣뻣해 걱정했는데, 지금은 걸음걸이부터 퇴근길 모습까지 영락없는 홍길동이에요."

김 감독은 전통 역시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국극 배우였던 어머니 박옥진(1934-2004)의 영향을 받아 여성국극·창극·마당놀이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면서, 늘 변화를 추구해왔다.

"전통이라고 해서 옛것만 고집하면 박물관에 갇히게 됩니다. 여성국극이 그 시대의 '팝'이었다면, 창극은 '클래식'이었어요. 마당놀이는 그 사이에서 늘 동시대와 호흡해야 합니다."

[서울=뉴시스]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의 연희감독을 맡은 배우 김성녀가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국립극장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의 연희감독을 맡은 배우 김성녀가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그는 "우리 세대의 마당놀이는 우리 것으로 족하다"며 "이제는 젊은 배우들이 자신들의 감각으로 새로운 시대의 마당놀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5살 때 천막극장에서 데뷔해 70년 가까이 무대를 지켜온 김 감독은 예술가의 길을 '마라톤'에 비유했다.

"요즘 후배들은 재능도 많고 환경도 좋아요. 다만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예술은 긴 호흡의 마라톤이에요. 정말 하고 싶다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달리세요."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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