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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다음은 오세훈”…‘윤어게인 당’ 자멸로 가는 국힘 뺄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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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종합특검법 처리에 반대해 단식중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월17일 국회에서 단식을 이어가던 중 손을 머리에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종합특검법 처리에 반대해 단식중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월17일 국회에서 단식을 이어가던 중 손을 머리에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에는 유난히 큰 뉴스가 많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사형이 구형됐습니다. 체포 방해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습니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선출, 김병기 전 원내대표 제명,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논란 등 여권 발 악재도 많았지만 뉴스라고 명함을 내밀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이 모든 뉴스를 모두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초대형 뉴스가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14일 새벽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결정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이 14일 아침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늦은 저녁 윤석열의 사형 구형을 듣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한동훈의 정치 생명이 끝났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은 어느 정도 예측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사형 구형 직후에, 그것도 한밤중에 전격적으로 결정해서 발표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윤민우 중앙윤리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사형 구형이라는 국민의힘 악재를 희석하기 위해서 제명 결정을 서둘러 내놓은 것 같다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언론도 상당히 놀란 것 같습니다. 모든 신문이 일제히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일부만 소개하겠습니다.





“심야에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의결, 더 추락하는 국민의힘”(문화)



“한동훈 심야 제명…국힘 ‘뺄셈 정치’ 유구무언일 뿐”(서울)



“국힘 한동훈 제명, 납득 어려운 자해·뺄셈 정치다”(세계)



“심야에 ‘테러’ ‘마피아’라며 한동훈 제명, 정상 아니다”(조선)



“한동훈 제명 사태로 드러난 보수 야당의 뺄셈 정치”(중앙)





정당 내부 사안에 대해 이처럼 모든 신문이 일제히 사설로 비판하는 경우를 저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언론은 이번 사태를 국민의힘의 위기가 아니라 보수 세력 전체의 위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언론의 강한 비판에 겁을 먹었을까요? 장동혁 대표는 15일 한동훈 전 대표 제명안 의결을 보류하고 갑자기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2차 종합특검’의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것이 단식의 명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논란에 쏠리는 시선을 외부로 돌리려는 목적인 것 같습니다. 배현진 의원은 17일 “징계 철회라는 정답을 피해 가려 당내 동의도 모으지 못한 채 시작한 홀로 단식은 이재명과 민주당의 조소만 살뿐이다. 우리 당의 가장이 굶어 죽어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시점이다”라며 단식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월16일 치 신문에 “국힘 새 당명 뭐로 하든 본질은 ‘윤 어게인 당’ 아닌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제목이 하도 강렬해서 어느 신문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내용을 읽었습니다.



“지금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앉히고, 계엄을 ‘과천 상륙작전’이라며 옹호한 최고위원에게 당 소통위원장을 맡겼다. 윤 전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 비서관은 당 메시지실장으로, ‘12월3일 우리는 깨어났다’고 주장한 사람은 미디어 대변인에 기용했다. 한 전 대표를 징계한 당 윤리위원장은 ‘개딸의 이재명 사랑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질투와 연동되어 있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장 대표가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유튜버들에 포획돼 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대표 주변을 보면 당이 국민의힘이 아니라 ‘윤 어게인’ 모임처럼 보인다. 국힘이 새 당명을 공모한다고 한다. 당명을 무엇으로 바꾸든 그 본질은 ‘윤 어게인 당’일 것이다. 이 본질을 국민이 모를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어떻습니까? 저는 조선일보 사설이 100% 옳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는 17일 치에 “제1야당 몰락과 변질엔 한동훈 책임도 크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지만, 장동혁 대표에게 훨씬 더 비판적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저는 지난주 정치 막전막후에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의 말을 인용해 “윤 어게인 강성 지지층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공포감이 장동혁 대표를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은 신문을 읽지 않고 극우 유튜버들이 생산하는 가짜 뉴스에 중독돼 중도 확장이라는 보수 정당 선거 승리 공식을 외면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느 국민의힘 지지자가 제 기사에 항의하는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표현이 좀 격하고 거칠지만 정리하면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황교안 대표 때 조중동에서 중도 타령을 해댔다. 거기에 굴복해서 바른미래당을 다 받아줬다. 선거에서 참패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때 중도를 잡는다고 민주당에서 밀려난 의원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에 반발한 집토끼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아서 또 참패했다.”



“배신자는 쫓아내야 한다. 좌파 인사는 영입하면 안 된다. 민주당이 순혈 친명으로 바뀐 것처럼 국민의힘도 바뀌어야 한다. 중도랍시고 어중이떠중이 받아들이면 안 된다. 장동혁 대표가 설사 지방선거에서 져도 우리가 다시 대표로 만들 것이다.”



어떻습니까? 저는 이분의 글을 통해서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이 왜 한동훈 전 대표를 그렇게 싫어하고 장동혁 대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지 조금 더 명확하게 알게 됐습니다.



극우 유튜버 고성국 씨가 최근 “기회주의자들, 한동훈 다음은 오세훈”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국민의힘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성국 씨의 주장은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의 정서를 정확히 대변하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자 중에는 “서울시장은 나경원이 출마해야 한다. 오세훈은 안 된다. 오세훈과 정원오가 붙으면 차라리 정원오를 찍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경기지사도 “민주당에 지는 한이 있어도 안철수는 안 된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습니다. ‘오세훈 불가론’, ‘안철수 불가론’입니다.



신기하지요?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은 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보다 한동훈 오세훈 안철수를 더 미워할까요? 비상식적 사고와 극단적 정서에 빠진 이유가 뭘까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사실은 인간이 본래 그렇습니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자들은 외계인이 아닙니다.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첫째, 증오입니다. 증오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감정입니다. 인간은 자유 의지를 가진 개인으로 존재한 적이 없었습니다. 부족과 집단에 속한 것이 인간입니다. 다른 부족에는 증오와 공포를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둘째, 질투입니다. 인간은 아예 다른 편에 속한 사람에게 지는 것은 견딜 수 있어도, 같은 편 안의 경쟁자에게 지는 것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다른 나라나 민족과의 전쟁보다 같은 국가와 민족 안에서 벌어지는 내전이 훨씬 더 잔혹한 이유입니다.



셋째, 투사입니다. 투사는 심리학에서 자신의 받아들일 수 없는 감정·생각·태도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방어기제를 의미합니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은 자신들이 한동훈을 싫어하면서 한동훈이 자신들을 싫어한다고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증오·질투·투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에 중도 확장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설득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에 그런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들은 리더들이 아니라 강성 지지층의 뜻을 그냥 따라가는 팔로워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민주당에서도 나타난 일이 있습니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비 이재명계 정치인들에게 돌렸습니다. 이른바 수박 논쟁입니다. 수박 논쟁은 2024년 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 논란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국민의힘의 이번 뺄셈 정치도 보수 세력과 국민의힘 안에서 점점 더 격렬해지다가 결국 6·3 지방선거 공천 파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정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될 것입니다. 만약 강성 지지층의 희망대로 나경원 의원이 오세훈 시장을 누르고 본선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 갈등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파 가격’ ‘도주 대사’ 등 더 큰 사건을 일으켜서 민주당에 승리를 헌납했습니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큰 사고를 쳐서 국민의힘을 도와줄까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검사를 후보로 영입하고 김종인, 안철수를 끌어들이는 덧셈 정치로 2022년 대선을 이겼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이후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유승민을 떨어뜨렸고, 이준석 대표를 쫓아냈습니다. 한동훈 대표를 제거하려고 비상계엄까지 했습니다.



이제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윤 어게인’ 세력은 한동훈을 쫓아내고 오세훈을 쫓아내고 안철수를 쫓아내려 하고 있습니다. 끝없는 뺄셈 정치의 종착역은 어디일까요?



결국 국민의힘에는 ‘윤 어게인’ 세력만 남고, 보수 세력 전체가 몰락의 길로 가는 것은 아닐까요? 국민의힘이 중도 확장과 보수 대연합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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